“탄소중립·에너지 전환 등 미래·환경가치 주목 좋은 정책, 디지털 소통으로 더 널리 알려야”

2021.12.13 최신호 보기
▶<2022 트렌드 노트> 저자로 참여한 구지원(왼쪽), 조민정 연구원이 11월 23일 서울 용산구 바이브컴퍼니 옥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Z세대를 통해 보는 2022년
대량자료(빅데이터) 분석기업 바이브컴퍼니의 생활변화관측소는 데이터에서 읽히는 사회 변화를 매년 <트렌드 노트>라는 책으로 엮어낸다. 최근 발간한 <2022 트렌드 노트>에서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에 주목했다. 11월 23일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바이브컴퍼니 사옥에서 저자로 참여한 조민정(29)·구지원(27) 연구원을 만나 Z세대의 눈으로 본 2022년 트렌드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두 연구원은 이번 인터뷰를 위해 정책 관련 빅데이터를 따로 분석해 정부의 올바른 디지털 소통법을 제안했다. Z세대의 새로운 가치관, 행위, 소통방식을 소개하고 Z세대가 생각하는 정부 정책은 어떠하며 정부의 소통 방식에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봤다.


-Z세대와 소통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구지원)“좋은 게 좋은 거야”식의 추상적 말보다 얼마만큼 이득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 숫자와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그것을 전달하는 콘텐츠는 짧아야 한다. Z세대가 짧은 콘텐츠에 능숙한 세대라 콘텐츠가 길면 안 보는 경향이 정말 강하다. 정책 홍보 영상은 길어야 3분이라는 걸 명심하면 좋겠다.
Z세대와 소통할 때 ‘틱톡에 나오면 되겠지’ 생각하기 쉬운데 짧게 말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축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한테 이득이 뭔데?”에 대한 답을 1분 안에 정리해야 Z세대와 소통할 수 있다.
1분짜리 동영상을 누리소통망(SNS)으로 내보내면 거기에 댓글이 달릴 것이다. 처음에는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피드백이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올리고 피드백을 받아 고치는 식으로 순환하는 게 Z세대의 소통 방식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공들여 뭔가를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댓글이 달리지 않으니까 그냥 묻혀 지나갔다. 좋은 정책이 많음에도 디지털 활용법을 몰라 전달하지 못하는 걸 Z세대는 소통의 부재로 느끼는 것 같다. 빨리 올리고 피드백을 빨리 반영해 퍼뜨리는 누리소통망의 소통 방식을 잘 알아야 한다.

=(조민정)구체적인 걸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자면 청년내일채움공제는 3년 모으면 3000만 원을 주겠다는 숫자가 딱 보이니까 열광하고 제로페이를 쓰면 10%를 추가로 주겠다고 하니까 움직인 거라고 생각한다. 탄소중립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몇 퍼센트 줄이겠다고 하면서 구체적 방안들을 보여주니까 ‘이 정도면 괜찮게 줄어들겠네’, ‘정부가 환경을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구지원)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Z세대가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뷰를 위해 Z세대가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댓글을 조사했더니 “20대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50~60대가 20대 정책을 만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어떠한 형태로든 20대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남녀 똑같이 100명씩 모아 20대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문화재청 트위터

-정부의 소통 방식 가운데 바람직한 사례가 있나?
=(조민정)관세청이 인스타그램을 잘 활용하고 문화재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은 트위터를 잘 활용하는 편이다. 관세청은 마약 탐지견들을 강아지일 때부터 키우는 과정을 사진으로 올리면서 공감하게 하고 산림과학원은 캠페인을 텍스트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거나 중간중간 퀴즈를 내면서 정책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법제처 ‘새령이’처럼 각 부처나 기관에 있는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새령이 캐릭터는 뜨지 못한 2인자 같은 느낌으로 약간 비주류(마이너) 감성인데 그런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나의 세계관(영화·게임의 시나리오를 이루는 시간·공간·사상적 배경)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좋다. 어느 정부 기관의 누리소통망에 다른 정부 기관이 댓글을 달면 사람들이 ‘뭐지, 이 세계관 충돌은?’이라며 관심을 가진다. 그렇게 캐릭터들끼리 계속 부딪치고 만나는 과정이 모여 하나의 큰 대한민국 정부 세계관이 되는 식으로 좀 더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구지원)<트렌드 노트>를 쓰는 이유는 데이터를 통해 뭔가를 발견하고 사회가 바뀌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다. 정부 정책까지 연결됐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이번 인터뷰에 응했다. 20대인 나도 “참 세상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친구들끼리 많이 하고 ‘이 답답한 세상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언론에서는 20대가 특이한 애들인 양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뭘 원하고 어떤 고통을 겪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 규정이 아니라 20대의 이야기를 진짜 공감하고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꼭 필요하다.


▶관세청 인스타그램

-돈을 이야기하는 Z세대가 ESG(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성)를 가장 열심히, 꾸준히 요구하는 ‘신념의 세대’라는 대목도 책에 등장한다. 이들은 진보적인가, 보수적인가?
=(조민정)인터뷰를 준비하면서 2021년 가장 많이 언급된 정부 정책 50개를 카테고리(범주)로 분류했더니 환경이 4위였다. (긍·부정도는 포함하지 않고 단순 관심도만 측정한) 상위 50개 정책을 보면 탄소중립이라든가 에너지 전환, 온실가스 감축 등 미래 가치나 환경가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구지원)기존 진보와 보수의 잣대로 보면 Z세대는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 신념을 중요시하지만 자신이 바르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정당이 아니라 어떤 인물이 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직접적 혜택과 이익을 자신의 문화와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지지한다.
=(조민정)그래서 공약을 실제로 지켰는지도 끝까지 쫓아가서 “너 이거 왜 안 지켰어?”라고 얘기하는 세대다. 예전처럼 ‘일단 뽑았으면 그만’이 아니다.

-두 연구원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밀레니얼 세대로 MZ세대가 아닌가?
=(조민정)Z세대와 나이 차가 많이 나진 않는데 심적으로는 멀더라. 연구원들끼리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정말 달라서 MZ세대로 함께 묶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얘기한다.
=(구지원)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아주 초기에 주목하면서도 “이건 우리가 진짜 못 하겠다”고 했는데 틱톡이 트렌드가 되는 걸 보면서 ‘여기에 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데이터에도 Z세대가 워낙 튀게 나타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분리한다. Z세대는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종족처럼 데이터와 행동 양식이 굉장히 다르다는 걸 우리도 느낀다.

▶법제처 캐릭터 ‘새령이’ | 법제처 유튜브

-Z세대가 겪는 어려움도 데이터에 나타났나?
=(구지원)부동산과 일자리에 대한 박탈감과 상실감이 깔려 있다. 코로나19 이후 청년의 우울증과 정신건강이 데이터에 계속 언급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면 진료 기록이 남아 취업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치료를 못 받는 20대도 많다. 마음속에 패배감과 좌절감이 누적되는 걸 자주 볼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이 7번째 <트렌드 노트>다. 주제는 언제 정했나?
=(구지원)생활변화관측소는 매년 3~4월쯤 <트렌드 노트>의 주제를 정한다. 2021년엔 돈이라는 주제가 데이터에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욜로(한 번뿐인 인생이니 현재를 즐기며 산다)나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처럼 소비의 주체로만 인식되던 20대가 돈 모으는 걸 얘기하기 시작했다. ‘1억 원 모으기’처럼 재테크·주식 관련 키워드들이 연애·데이트 관련 키워드보다 더 상위권에 있을 정도로 돈을 빼놓고는 Z세대를 이야기할 수 없다.
=(조민정)전에는 돈을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걸 꺼리는 풍조가 강했는데 2021년엔 직접적으로 돈에 대해 언급하고 돈을 버는 구체적 방법을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시드머니(종잣돈)’라는 열쇳말이 떠올랐다. 투자자들이 주로 쓰는 용어였는데 지금은 뭔가를 시작하기 위한 최소 금액을 시드머니라고 부르는 게 일상화됐다.
=(구지원)다른 세대보다 Z세대가 더 많이, 그것도 당당하게 얘기한다. “시드머니 얼마 모았어?”, “어디 투자하고 있어?”라는 질문이 날씨 묻는 것처럼 당연하다. 소비도 주식으로 바꿔놓아 “이 물건 안 사면 몇 주 살 수 있는데”라는 표현도 많이 나타났다.

-앞서 <2021 트렌드 노트>에서 조민정 연구원은 Z세대의 투명성 중시를 언급하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가장 투명하게 데이터를 공개하는 질병관리본부를 경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민정)Z세대는 정부가 모든 데이터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는 걸 본 세대다. 코로나19 환자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 라이브’ 사이트를 만든 사람도 Z세대다. 그래서 “정부도 저렇게 하는데 너희는 왜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아”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윗세대는 정부 정책이 좀 모호한 게 있어도 넘어갔다면 Z세대는 넘어가지 않는다.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 똑바로 얘기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Z세대는 어릴 때 세월호 침몰 사고를 겪은 세대다. 사회 전반을 보는 시선이 날것 그대로 요구하며 날카로워진 것 같다. 그래서 부정적 데이터까지 숨기지 않고 전부 공개해 “우리 함께 해결합시다”라는 것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코로나19 환자 수가 늘어나도 이해하는 것이다.

글 원낙연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