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춤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곁들인 뮤지컬은 연말 볼거리로 손색이 없다. 올 연말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완화돼 공연장을 찾는 발걸음이 다소 가벼워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는 사뭇 다르지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전통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속속 무대에 오르고 있다. 대부분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뮤지컬을 재해석해 우리나라 초연을 가진 뒤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들이다.
등골이 오싹한 스릴러를 비롯해 인간의 욕망을 다룬 드라마,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취향에 따라 골라볼 만한 대작 뮤지컬들을 추려봤다. 인기가 높은 뮤지컬은 대부분 예매 시작과 함께 관람 표가 팔려나가기 때문에 일찌감치 예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뮤지컬 <래베카>
★레베카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영국 신사 막심과 몬테카를로에 휴양 여행을 온 화자(나)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막심과 결혼식을 올린 나는 그의 저택에서 댄버스 부인과 만난다. 댄버스 부인은 막심의 전 부인 레베카의 시중을 들던 인물이다. 이들 사이에 묘한 갈등이 시작된다. 그룹 핑클의 멤버로 출발해 명불허전의 배우로 거듭난 옥주현이 댄버스 부인 역을 맡아 소름 돋는 가창력을 선보인다, 뮤지컬넘버 ‘레베카 ACT 2’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인 무대다. 신영숙, 민영기, 임혜영 등 출연.
2022년 2월 27일까지 /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중에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외과의사 앙리 뒤프레와 의기투합해 죽지 않는 군인을 만들기 위해 힘쓴다.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살인사건에 연루되고 앙리는 빅터의 연구를 계속하게 하려고 죄를 뒤집어쓴다. 사형 직전 찾아온 빅터를 향해 앙리가 부르는 ‘너의 꿈속에서’는 마음을 흔드는 노래다.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 등이 잘 녹아 있다. 빅터 역에는 민우혁, 전동석, 그룹 슈퍼주니어 규현이 캐스팅됐다. 앙리 역은 박은태, 카이, 레오가 맡았다.
2022년 2월 20일까지 /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지킬 앤 하이드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지킬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환자들을 위해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치료제 연구에 몰두한다. 지킬은 이사회의 반대로 실험이 무산되자 스스로 피험자가 된다. 선과 악을 나누는 데 성공하지만 폭력적이고 잔인한 하이드가 지킬을 장악한다. 스스로 실험 대상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부르는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뮤지컬넘버 ‘지금 이 순간’은 뮤지컬 팬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알고 있는 노래다.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는 주인공으로는 류정한, 홍광호, 신성록이 교차 출연한다. 지킬을 사랑하는 루시 역은 윤공주, 아이비, 선민이 출연한다.
2022년 5월 8일까지 /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빌리 엘리어트
발레리노가 되고 싶은 탄광촌 소년 빌리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감동의 여정을 그렸다. 2000년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2010년 우리나라에서 초연돼 큰 인기를 얻었다. 아름다운 음악과 환상적인 춤이 어우러져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드는 가족뮤지컬이다. 특히 소년 빌리 역은 치열한 오디션과 50주에 걸친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하다. 빌리 역을 맡은 김시훈, 이우진, 전강혁, 주현준 4명의 소년을 비롯해 최정원, 김영주, 박정자, 홍윤희, 조정근, 최명경 등이 출연한다.
2022년 2월 2일까지 /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잭 더 리퍼>
★잭 더 리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연쇄 살인마 잭과 위험한 거래를 하는 외과의사 다니엘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극 중 사건을 따라가는 극중극 형태로 퍼즐 조각처럼 얽히고설킨 살인마의 존재를 파헤쳐간다. 체코 원작의 뮤지컬을 줄거리, 노래, 무대 등을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각색해 2009년 초연했다. 다니엘 역에는 최근 뮤지컬 <제이미>에서 성소수자 연기를 펼친 그룹 아스트로의 MJ가 새롭게 합류했다. 밴드 FT아일랜드 이홍기, 그룹 SF9의 인성도 처음으로 같은 역을 맡는다. 그룹 라비던스의 김바울, 강태을이 잔혹한 살인마 잭 역할을 소화한다. 꾸준하게 <잭 더 리퍼>에 출연했던 베테랑 배우 엄기준, 신성우도 각각 다니엘과 잭 역을 맡아 출연한다. 신성우는 연출도 겸하고 있다.
2022년 2월 6일까지 /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시인)_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문화 분야에서 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시집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 에세이집 <낭만광대 전성시대> 등이 있다. 현재는 문화 현장에서 일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