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정부’의 시대

2021.11.29 최신호 보기


국민지원금 효과로 가계소득 큰 폭 증가
코로나19 대유행은 위기의 시대에 ‘큰 정부’가 왜 필요한지를 부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1년여 동안 코로나19 회복을 위해 각국 정부가 지출한 돈은 무려 17조 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거의 모든 선진국이 현금 지원과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풀었고 그 효과는 지금까지 어느정도 들어맞았다. 정부의 돈 풀기는 코로나19 예방접종과 함께 예상보다 빠른 코로나19 회복을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된 국민지원금이 가계소득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1년 9월 1인당 25만 원씩 지급된 국민지원금으로 이전소득이 증가하고 근로소득과 사업소득도 늘어나 2021년 3분기 가계 총소득이 1년 전보다 8%나 늘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근로소득·사업소득·이전소득 모두 증가
2021년 3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2만 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가계소득은 통계청이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5.3%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3분기 고용 상황이 좋고 서비스업 업황도 개선됨에 따라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시에 증가했으며 지난 9월 국민지원금 지급과 추석 명절 효과 등으로 공적·사적이전소득도 증가해 총소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소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295만 4000원으로 6.2%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9년 3분기 근로소득 증가율 4.4%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전소득은 80만 4000원으로 25.3% 늘어 전체 소득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특히 공적이전소득이 30.4% 늘었는데 이는 9월 초부터 국민 약 88%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 원씩 지급된 국민지원금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접종완료율 상승과 함께 소비심리가 회복되며 가계지출도 늘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5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소비지출이 254만 4000원으로 4.9% 증가했다. 의류·신발 지출이 1년 새 10% 늘었고 가정용품·가사서비스(7.2%)와 식료품·비주류 음료(5.7%), 주류·담배(5.3%), 음식·숙박(5.2%) 지출도 증가했다.
가계에서 소비에 쓸 수 있는 돈을 뜻하는 처분가능소득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3분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은 377만 3000원으로 1년 새 7.2% 증가했다. 2006년 1분기 이후 최대 폭이다.

기후위기 대응 위해 정부 지출 더 늘듯
앞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은 각국 정부의 지출을 더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경제 규모의 5분의 4에 이르는 기업과 기관들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와 탄소배출 저감 기술 개발 등에 막대한 투자가 예정돼 있다.
또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가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젊었을 때 두터운 중산층을 형성했던 이들은 질 좋은 교육과 건강보험을 요구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들을 위한 혜택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따라서 건강보험과 연금 등에 상당한 나랏돈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큰 정부의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큰 정부의 약점은 관료주의와 정부의 실패, 공직자의 부패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가난해지고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봤듯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큰 정부가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시장의 역할과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정부 정책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정부가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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