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북방경제협력위원장│북방경제협력위원회
박종수 북방경제협력위원장 인터뷰
신북방정책은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우리나라와 러시아 간 9개 다리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9개 다리는 조선, 항만, 북극항로와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 등이다. 문재인정부의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는 지휘본부(컨트롤타워)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박종수 위원장은 이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성과로 조선을 꼽았다.
그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서구의 대러 제재, 코로나19 등 대내외 변수에도 불구하고 조선 분야 협력은 지금도 아주 활발히 잘 되고 있다”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러시아로부터 쇄빙선을 포함한 선박을 수주한 게 46척 정도 되고 수주액은 약 11조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외곽 항구인 볼쇼이카멘에서는 즈베즈다 조선소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KOMEA) 등 우리 조선업계가 협력단지(클러스터)를 이뤄 함께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공동 건조를 위해 연말까지 즈베즈다 조선소에 들어갈 우리 직원만 약 350명이라고 했다. 조선소 일대에는 신도시가 조성된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한국형 스마트시티 확산사업에 볼쇼이카멘이 선정됐다. 박 위원장은 “단순히 조선업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업체들이 참여하는 주택 건설, 의료 등 연관 분야까지 같이 들어가면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북방협력 30년,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를 주제로 열린 ‘제3차 북방포럼’ 개막식에서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극동·울산서 러시아의 강한 의지 확인
지난 9월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 임명된 그는 첫 번째 현장 방문지로 극동 지역을 선택해 10월 말 연해주와 사할린까지 돌아봤다. 신북방정책의 주요 사업들이 이 지역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나진-하산 물류 사업을 다시 가동할 준비가 돼 있고 유라시아 대륙철도(TSR, TCR) 연결 사업도 코로나19 대유행만 끝나면 바로 활성화한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알렉세이 체쿤코프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이 대유행만 어느 정도 해소되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대륙철도, 가스관, 전력망 모두 북한을 통과해야 하는데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의외로 한꺼번에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의지는 11월 3~5일 울산 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제3차 한·러 지방협력포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포럼에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35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800여 명이 참석했는데 129명이 러시아 대표단이었다. 체쿤코프 장관과 극동개발공사 사장 등 러시아 중앙정부뿐 아니라 극동연방관구와 북극지역 18개 지방정부에서 대거 방한했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방한한 외국 사절로는 아마 최대 규모일 것”이라며 “비즈니스 상담까지 성황리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모죽’처럼 북방 14개 나라에 내실 다져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 동북3성과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도 우리나라와 경제 협력에 적극적이다. 특히 2017년 11월 방한했던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최근 대선에서 재선되자 12월 다시 우리나라를 찾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특별 전략적 동반관계를 맺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경제동맹이라고 할 정도로 호의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5년 차에 중책을 맡은 그는 ‘모죽의 원리’를 떠올린다고 했다. 모죽이라는 대나무는 씨를 뿌리고 열심히 관리해줘도 3, 4년 동안은 작은 죽순이 나오는 것 말고는 변화가 없다. 어느 순간 눈에 띄게 자라기 시작해 며칠 새 높이가 20~30m에 달한다. 땅속에서 사방으로 뿌리를 뻗어 내실을 다지는 인고의 시간을 거친 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원리를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신북방정책은 무게 있는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뿌리를 내리느라 변화가 안 보이는 것 같지만 잘 추스르면 이제 곧 성과를 드러낼 것입니다.”
원낙연 기자
‘제3차 북방포럼’ 열어
유라시아와 경제협력 모색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함께 주최한 ‘제3차 북방포럼’이 11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북방 14개 협력국가와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대한민국과 유라시아의 경제협력 비전을 공유했다.
‘북방협력 30년,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특별 세션 ‘글로벌 경제환경 및 국제질서 변화와 신북방정책’ ▲비즈니스 세션 ‘유라시아의 지속가능한 경제협력을 위하여’ ▲금융협력 세션 ‘유라시아 지역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서비스의 역할과 과제’ 등이 진행됐다.
특별 세션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미·중과 미·러 갈등 지속, 기후변화 대응 정책 등 대내외 환경의 변화 속에서 북방 국가와 협력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 구체적 전략을 논의하는 한편, 역내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신북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했다.
비즈니스 세션에서는 북방 국가와 수교 이후 30년 동안 경제 협력 지평 확대를 위한 도전과 성과를 점검하고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경제·산업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금융협력 세션에서는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의 사업경험을 공유하고, 민간 금융서비스 변화 및 유라시아 지역 금융 수요를 살펴보고, 나아가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고 유라시아 지역 경제협력을 위한 금융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