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없애고 포용적 복지 완성했다

2021.12.20 최신호 보기
▶서울의 한 보건소 영양사가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맞춤형 영양간편식을 전달하고 있다.│한겨레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추진 배경과 주요 성과 등을 쉽고 친근하게 소개합니다. 이와 함께 정책이 지닌 시대적 의미를 국민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재조명합니다. K-방역,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선도경제, 신한류, 한반도 평화 분야의 주요 성과를 시리즈로 짚어봅니다. 이번 호는 코로나19 대유행 속 경제·사회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 10월부터 앞당겨 시행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조기 폐지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조기 폐지
신축년 2021년도 어느새 달력 마지막 장에 이르렀어. 누군가는 첫 눈과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떠올리겠지만 없이 사는 사람에겐 몸을 움츠리게 되는 계절이지. 그럴수록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연탄 한 장의 온정을 건네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사회 분야 뉴스에선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활고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 생계형 사건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 혹시 기억나?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 말이야.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박 모 씨와 두 딸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이들 모녀의 방에서는 집세와 공과금 몫인 현금 70만 원과 함께 “정말 죄송합니다”란 메모가 발견됐어.
그런데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빈곤의 사각지대, 사회안전망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어. 사건 발생 3년 전 생활비가 부족해 신청한 생계급여가 30세 이상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 선정에서 탈락한 거야. 정부에 내민 마지막 도움의 손길이 제도의 모순으로 닿지 않으면서 이들 모녀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거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60년 만에 폐지
이 일을 계기로 정부가 이른바 ‘세모녀법’(복지3법)을 제·개정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려고 노력했어. 부모와 자녀의 부양 관계가 단절돼 있거나 소득 있는 자녀가 있어도 실질적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수급자에서 탈락해 정부로부터도 자녀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한 빈곤층이 발생했기 때문이지.
그 핵심에는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요구가 있었는데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했어. 문제는 속도였어.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속도가 더디면서 그 사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빈곤의 악순환에 놓인 제2, 제3의 ‘송파 세 모녀 사건’들이 잇따른 거야.
혹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60년 만에 폐지’란 제목의 기사를 본 기억 있어? 2021년 10월 1일부터 적용된 건데 문재인정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생계급여 대상자 가운데 부양의무자 조건을 따져서 지급 여부를 판단하던 제도를 사실상 없앴어. 그 시기도 예정보다 앞당겼고. 자, 지금부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차근차근 설명해줄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취약 계층으로 생활 형편이 어려운 국민이 대상이야. 최저생활 수준을 보장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2000년부터 시행됐어. 이 제도는 중위소득 30~50% 수준에 따라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4가지가 있어. 위에서 언급한 생계급여는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중위소득 30%에 해당할 때 주는 급여야. 지금까지 생계급여 대상은 중위소득 30%에다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해야 했어.
여기서 잠깐! 중위소득이 뭐냐고? 중위소득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이야. 우리나라 전체 가구가 101가구라면 소득순으로 1~101등을 줄 세운 뒤 정확히 중간에 있는 51등 소득이 중위소득에 해당해.
정부는 매년 경제지표를 반영해서 가구원 수에 따라서 중위소득 기준을 결정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복지사업 등 수급자를 선정할 때 기준 소득으로 활용해. 1인 가구는 중위소득이 2021년 182만 7831원에서 2022년 194만 4812원으로, 2인 가구는 308만 8079원에서 326만 85원으로, 3인 가구는 398만 3950원에서 419만 4701원으로, 4인 가구는 487만6290원에서 512만1080원으로 각각 늘었어.

▶광주광역시 북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이 대기하고 있다.│ 광주 북구청

보편적 권리로서 사회권적 기본권 완성
4인 가구를 한번 예로 들어볼까? 과거엔 4인 가구 기준 소득이 2021년 중위소득의 30%인 146만 2887원 이하에 해당하더라도 부양의무자인 직계가족(부모, 배우자, 자녀, 사위, 며느리 등)의 부양능력이 있으면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됐어. 실제 부양하지 않는데도 가족관계부에 직계가족으로 오른 사람의 소득 및 재산이 충분하면 정작 수급자가 생계급여를 받지 못했던 거지. 부모와 연락을 끊고 지내는 자녀 탓에 억울하게 생계급여 수급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실제 이런 부조리를 읍소하는 민원도 다수 제기됐고.
그래서 박근혜정부에 이어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정부도 이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했어.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당선 뒤에는 국정과제로 선정했지. 그런데 수급자 증가 속도가 완만하게 이뤄지자 2019년 2월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정책 변화에 속도를 내라고 강도 높게 주문했어.
결국 정부는 2021년 10월 이를 완전히 폐지해서 부양의무자 소득이나 재산과 관계없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어. 애초 폐지 완료 목표 시점인 2022년보다 앞당겨진 거지. 생활보호법이 처음 제정된 1961년 이후 수급자 선정 기준으로 줄곧 사용돼 온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60년 만에 사라진 거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정부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부양의무자 유·무에 관계없이 기준선 이하 저소득층 누구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서 사회권적 기본권을 완성했다는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확산 뒤 내수부진과 고용 감소로 인한 저소득층 소득상실 및 빈곤 사각지대 발생에 대응하는 사회·경제적 의의도 크다”고 설명했어.



40만여 명 새롭게 생계급여 지원 받아
단, 주의사항이 있어! 부양의무자 1년 소득이 1억 원을 넘거나 자산이 9억 원을 넘는 경우 부양의무자 폐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야. 즉, 수급자의 부양의무자가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 수급자가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어.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완화로 2020년 12월까지는 저소득층 17만 6000명, 2021년 10월까지는 23만 명이 생계급여 수급자로 추가되면서 2021년 말 기준 총 40만여 명이 새롭게 생계급여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문재인정부 생계급여 수급자 수와 인구 대비 비율은 2017년 3.06%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서 2021년 8월 현재 4.48%까지 오른 상태야.
그럼 다른 의료·주거·교육 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어떻게 될까? 교육급여는 2015년, 주거급여는 2018년 폐지돼서 중위소득 기준만 해당하면 돼. 하지만 의료급여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생계급여 신청은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를 방문해 접수하면 돼. 기존 생계급여 대상자들은 상관없지만 새로 변화된 제도 시행에 따라 수급자격 인정을 받는 사람은 꼭 한번 확인해보기를 바라. 생계가 곤란한 사람이 가능한 한 많이 정부의 따뜻한 우산 아래로 들어와서 포용적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어.

김정필 <한겨레> 기자

모든 국민 의료비·생활비 걱정 없도록
2022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으로 2021년 487만 6290원 대비 5.02% 인상된 512만 1080원으로 결정됐다. 기준 중위소득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이다. 이는 2022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12개 부처 77개 복지사업의 수급자 선정기준 등으로 활용된다.
2022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코로나19 상황으로 경제회복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고 그간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면서 많은 재정을 투입해온 점 등을 감안해 기본증가율은 3.02% 인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적용한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원을 사용하고 1·2인 가구 지원을 강화해 전년도 대비 최종 5.02%를 인상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또한,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022년도 기준 중위소득과 함께 2022년도 각 사회복지 급여별 선정 기준 및 최저보장 수준도 확정했다. 급여별 선정기준은 기준 중위소득 대비 일정 비율을 적용하며 기준 중위소득 대비 생계급여는 30%,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6%, 교육급여는 50% 이하 가구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급여별 선정기준은 생계급여 153만 6324원, 의료급여 204만 8432원, 주거급여 235만 5697원, 교육급여 256만 540원 이하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포용적 복지는 국가가 국민의 전 생애를 책임지는 정책으로 국민이 의료비와 생활비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생애 매 순간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필요한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했다. 특히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보호종료아동 소득 및 주거 안전망을 강화하고 장애인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저소득 위기 가구의 소득불균형을 개선하는 등 포용적 복지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취약계층 보호에 적극 나섰다.
이 밖에도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과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아동수당 지급, 기초연금과 치매국가책임제는 물론 가계 의료비 경감을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케어)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포용적 복지를 향한 발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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