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의 국내 완성차 공장 이렇게 탄생했다

2021.11.15 최신호 보기
▶9월 15일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광주형 일자리 첫 번째 완성차인 캐스퍼를 조립하고 있다.│연합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추진 배경과 주요 성과 등을 쉽고 친근하게 소개합니다. 이와 함께 정책이 지닌 시대적 의미를 국민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재조명합니다. K-방역,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선도경제, 신한류, 한반도 평화 분야의 주요 성과를 시리즈로 짚어봅니다. 이번 호는 23년 만의 국내 완성차 공장 광주글로벌모터스 탄생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노사정 손잡고 혁신적 실험 ‘상생’ 꽃피워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애용하는 누리소통망(SNS) 인스타그램에 최근 ‘#캐스퍼갖고싶어’ ‘#캐스퍼영접’ 같은 해시태그가 부쩍 많아진 거 알아? 1970~1980년대생들은 ‘캐스퍼’ 하면 1995년 개봉했던 만화영화 <꼬마 유령 캐스퍼>가 먼저 떠오를 거야. 낡은 저택에 살면서 인간과 친구가 되고 싶었던 착한 꼬마 유령 말이야. 그런데 요즘은 ‘캐스퍼’ 하면 그 ‘캐스퍼’가 아니래. 1990년대 꼬마 유령이 2020년대 귀여운 자동차로 부활했기 때문이야. 바로 2021년 9월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경차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가 그 주인공이지.
 ‘캐스퍼’는 정작 꼬마 유령과는 무관하다고 해. 스케이트보드를 뒤집어 착지하는 기술을 캐스퍼(Casper)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영감을 받아 우수한 상품성으로 기존 자동차시장의 판도와 고정관념을 바꾸겠다는 브랜드 의지를 담았다고 하지. 실용성과 안전성,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새로운 모델의 차를 처음 선보인다는 자부심이 뿜뿜이지?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6일 청와대에서 광주형 상생형 일자리 사업으로 발매된 현대자동차의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를 인도받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 대선 공약 거쳐 탄생
일단 발매 초기 시장 반응은 좋은 거 같아. 특이하게 온라인으로만 주문을 받는 캐스퍼는 2021년 9월 14일 사전 예약 첫날 1만 8940대 주문이 들어왔어. 9월 한 달만 예약 접수가 2만 6000여 대라고 하네.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어. 현대차는 현장 직원 설명과 함께 캐스퍼를 실물로 구경하고 시승 체험도 할 수 있는 전시장 성격의 ‘캐스퍼 스튜디오’를 전국에 29곳 설치했는데 10월 한 달간 무려 20만여 명이 방문했다고 하지.
눈길을 끈 점은 캐스퍼 사전 예약 첫날 문재인 대통령이 온라인으로 주문했다는 거야. 대통령이 경차를? 대통령이 차가 급히 필요해서 부랴부랴 주문한 걸까?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다름이 아니라 캐스퍼는 문 대통령 공약을 거쳐 탄생했기 때문이야. 지금부터 그 꼬리에 꼬리를 문 이야기를 전해줄게.
캐스퍼는 현대차가 판매하지만 실제 공장에서 차를 만드는 회사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라는 곳이야. 이 회사는 자동차 위탁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데 2019년 9월 출범했어. 혹시 ‘광주형 일자리’라고 들어봤어? 2014년 광주시가 최초로 구상한 노·사 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이야. 노·사 대화와 합의를 바탕으로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그만큼 일자리 숫자를 늘리고 낮은 임금으로 인한 노동자의 총소득 부족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문화·복지 등 비용으로 지원하는 방식이지. 2000년대 독일 완성차업체 폴크스바겐의 ‘아우토(AUTO) 5000’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거야.
문 대통령이 2017년 대통령 후보 시절 광주시가 추진하던 이 모델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고 당선 뒤에 실제 대표적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으로 적극 추진했어. 물론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기업과 노조가 일정 부분 양보를 전제로 협력 모델을 만들다 보니 여러 갈등도 노출됐어.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중재에 나서 타협안을 모색한 끝에 광주시와 현대차가 2019년 1월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 사업 추진에 전격 합의했어. 그렇게 힘겹게 첫발을 뗄 수 있었던 거지.



대표적 노·사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광주시가 1대 주주고 현대차가 2대 주주야.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자기자본 2300억 원 가운데 광주시가 483억 원, 현대차가 437억 원을 댔거든. 자동차공장은 2021년 4월 광주시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대지면적 60만 4338㎡(18만 3000평) 규모로 들어섰어. 국내에 완성차 공장이 들어선 건 1998년 르노삼성자동차(당시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뒤 23년 만이야. 이 공장은 연간 10만 대 생산 규모를 갖췄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20만 대 규모로 증설이 가능하다고 해. 지금은 내연기관 SUV를 생산하지만 앞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도 생산할 계획이야.
2021년 9월 현재 임직원은 539명인데 추가 인력 채용으로 정규직을 100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이야. 완성차 공장 노동자는 주 44시간 근무 기준으로 연 3500만 원 정도의 초봉을 받아. 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880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액수지. 다만 아까 이야기했듯이 부족한 부분은 정부와 광주시가 주거비·보육비·의료비·교통비 같은 사회적 임금으로 보전해 총소득을 올려주고 있어. 노동자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인 주거비는 직원에게 임대보증금 이자와 월 임대료를 지원하는데 향후 노동자 전용 행복주택단지를 조성해서 단계적으로 제공할 예정이야.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업무보고에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과 같은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어. 산업 침체와 고용 위기에 처한 지역을 살릴 프로젝트를 추진해 2022년까지 2만 6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거야. 그 결과물로 2021년 6월 현재 광주와 강원 횡성, 경남 밀양, 전북 군산, 부산이 정부의 상생형 지역 일자리로 최종 선정됐어. 앞으로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인구 유출 막아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
정부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바로 대학과 생활 기반 시설, 일자리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인구 집중이 심화하면서야. 특히 지역 경제의 주춧돌인 30대 이하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해.
단적인 예를 들어볼게.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년(2001~2020년) 동안 경북·전북 등 영·호남 지역 8개 시·도에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으로 유출된 인구는 134만 6167명에 달한다고 해. 이게 얼마인지 가늠이 안 된다고? 바로 대전 인구(145만 4679명)와 맞먹는 수치야.
당연히 지역의 청년고용률도 떨어지겠지.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은 지역을 떠나고 청년이 없다 보니 일자리도 안 생기는 악순환이 생겨난 거지.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 기업, 노조가 힘을 모아서 광주형 일자리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거야.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 임금 협상, 사회적 임금의 보장 범위, 노·사·정 대화를 통한 지속가능 여부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지만 오랜 시간 침체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몇 안 되는 ‘옵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좀 더 완성된 형태로 다른 지역에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지켜봤으면 해.
그나저나 캐스퍼는 발매하자마자 인기 폭발로 구매 대기 줄을 한참 서야 할 거 같아. 일단 신청부터 하고 봐야겠어. ‘#아,나도캐스퍼!’

김정필 <한겨레> 기자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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