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주 서울 광진구 먹자골목이 밤문화를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손님이 돌아오고 있는 식당가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이제 백신 접종 유무와 상관없이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하며 식당·카페 등 생업시설에 적용되던 운영시간 제한도 해제돼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단 식당과 카페에서는 미접종자 이용 규모를 4명까지 제한하며 유흥시설은 밤 12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그동안 자제했던 친구들과 모임, 회사 동료들과 회식 등 다양한 사적 모임들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손님이 없어 한숨만 쉬던 자영업자들에게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어디 있을까?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11월 첫 주 서울 광진구 먹자골목과 서대문구 홍대입구를 찾아 다시 찾은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11월 5일 서울 광진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이 편안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가와 직장인들이 모여 있어 저녁 모임과 회식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광진구의 먹자골목.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11월 첫주 이곳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흥에 겨운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시끌벅적했다.
고깃집과 맥줏집 등에서는 ‘24시 영업’ 간판에 불을 환하게 켜놓았고 치킨집과 포장마차 등에서는 오랜만에 편안하게 단체로 회식과 모임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식당들은 분주하고 활기가 넘쳤고 주방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손님들의 체온에 유리창은 김이 하얗게 서려 있었다.
먹자골목에서 오랜기간 치킨집을 운영하던 최 모 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손님이 없는 텅빈 가게를 지키며 한숨만 쉬고 있었다”면서 “정부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난 뒤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덕분에 나도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11월 첫 주 서울 광진구 먹자골목의 한 식당에 ‘24시 영업’을 알리는 간판이 걸려 있다.
“친구 모임에 심리적으로 편해졌어요”
한 치킨집에서는 6명의 일행이 한 테이블에 앉아 모임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모인 이들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이었다. 이번 모임을 주도한 일행 중 한 명은 “사실 그동안에는 모임을 하고 싶어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못했고 ‘코로나 끝나면 얼굴 한번 보자’는 말이 서로의 인사였다”면서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의 안부도 묻고 편안하게 술도 마실 수 있으니 너무 좋다”며 일행에게 기분 좋은 건배를 제안했다.
7명 정도의 인원이 맥줏집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어떤 모임이냐고 물었더니 대학 동기들이라고 답했다. 과거에는 4명씩 떨어져서 술을 마시고 밥을 먹었던 이들에게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이후 변화를 체감하는지 물었다. 일행 중 한 명인 서 모 씨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다들 백신을 맞았기 때문인지 이제 전처럼 걱정되지도 않고 심리적으로 편해졌다”면서 “주위 친구들 대부분 인원에 상관없이 식당과 호프집 등을 편하게 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골목 안쪽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노 부부는 “그동안 가족, 친구끼리 식당에 왔어도 떨어져 앉아 밥을 먹고 눈치 보느라 서로 대화조차 안하며 밥만 먹는 모습을 보면 무척 속이 상했다”면서 “식당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좋은 사람들끼리 즐겁고 맛있게 밥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이제는 식당에 오는 손님들이 함께 모여 앉아 편안하게 식사도 하고 대화도 할 수 있게 됐으니 너무 속이 후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 거리는 단체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목격될 정도로 달라진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홍대걷고싶은거리에서 15년째 한식당과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세권 씨는 1년 여 만에 다시 가게 문을 열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너무 기쁩니다. 그동안 밤 9시, 밤 10시 등으로 묶었던 영업시간 제한은 타격이 컸어요. 자영업자들이 영업시간 제한을 가장 강력하게 풀어달라고 요구했던 이유죠. 이제 숨통이 좀 트일 것 같아요.”
박 씨는 오랜 기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 없었던 터라 이번 단계적 일상회복을 그 누구보다도 반겼다. 그런 만큼 10명 인원 제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영업시간 제한 폐지로 인해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인원 제한은 영업에 걸림돌이에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순조롭게 이뤄져 2단계, 3단계 때는 인원 제한도 완전히 해제됐으면 하는 게 모든 자영업자의 바람입니다."
직원 구인난으로 ‘24시간 운영’은 아직
광진구 먹자골목에서 150석 규모의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 모 대표는 “손님들이 3~5인 정도는 편안하게 들어오고 저녁시간에는 항상 만석이 된다. 하지만 아직 이전처럼 10명 정도의 단체 손님이나 예약은 잡히지 않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도 분위기가 적응이 되면 단체로 움직이는 손님들이 늘어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 고깃집은 운영시간 제한 해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24시간 장사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밤새워 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코로나19 이전에는 15명 정도의 직원을 두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매출과 손님이 줄어든 탓에 6명의 직원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직원을 다시 뽑으면 되지 않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구인 광고를 계속 하고 있지만 쉽게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24시 운영을 하고 싶어하는 다른 식당들도 역시 구인난으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경기 의정부에서 300석 규모의 대형 참숯불구이 식당을 운영하는 박삼수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권고사직을 권하는 등 직원들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며 “매장을 24시간 운영하려면 지금보다 8명 이상의 직원을 더 구해야 하는데 한달 전부터 구인광고를 냈어도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다”며 “부족한 인원으로 밤샘 운영을 하면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가 나빠지기 때문에 못하고 있다. 다른 식당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기대”
이에 대해 한국요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 달라져 업계에 종사하던 사람들도 갑자기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다른 직종에 취직을 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상황이 안정되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생각지 못했던 구인난으로 24시간 영업이 아직은 불가능한 곳이 많지만 그래도 매출이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는 자영업자에게 상당히 고무적이다. 박 대표는 “11월 첫 주가 시작되면서 매출이 오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물론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그래도 손님들이 이제 10명씩 단체로 오고 주말 단체 예약 문의도 많이 오고 있다. 때문에 상황은 더 좋아질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민주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11월 1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있다. | 한겨레
“동창회는 행사 아닌 사적모임… 인원제한 지켜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1월 10일 “동창회나 동호회 등과 같은 사적모임은 행사에 해당하지 않으며 수도권 10명 및 비수도권 12명의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진행한 손 반장은 “행사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 법적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또는 그렇지 않은 경우 결혼식, 장례식, 피로연, 돌잔치 등을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1차 개편에서 행사의 참여자는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99명까지, 접종완료자 등으로만 구성하는 경우 499명까지로 확대했다.
행사는 법적 단체 주관 및 결혼식·장례식·피로연·돌잔치 등을 포함해 사적인 친목도모가 아닌 단체의 설립 목적 달성을 위해 그리고 일정·식순 등 일반적인 행사의 형식적인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단체·법인·공공기관·국가 등에서 개최하는 지역축제와 설명회, 공청회, 토론회, 기념행사, 수련회, 사인회, 강연, 대회, 훈련 등과 결혼식, 장례식, 피로연, 돌잔치 등을 행사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동창회·동호회·지인간 친목모임 등 사적모임은 행사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개별 방역수칙으로 허용된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취식을 포함하지 않는 행사 진행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불가피하게 일정상 취식을 포함해야 하는 경우 100명 미만 행사라도 접종 완료자 등으로만 구성해 예외적으로 취식이 가능하도록 했다.
손 반장은 “연말을 앞두고 곳곳에서 동창회나 동호회 등과 같은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며 “사적모임과 행사의 구별에 혼선이 있어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행사의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