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재택치료전담팀 관계자들이 비대면으로 재택치료 관련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 마포구
일상회복 열쇠 재택치료 운영은?
“안녕하세요? 선생님. 체온과 증상을 확인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 불편한 곳 있으신가요?”
서울 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김 모 씨는 이런 내용으로 전화 통화를 한다. 그는 전화 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재택치료자의 증상 등을 확인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재택치료자는 그의 안내에 따라 사전에 받은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등으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한 뒤 관찰을 받는다.
재택치료란 코로나19 환자가 감염병예방법 제41조(감염병환자 등의 관리)에 따라 환자의 상태와 여건 등을 고려해 격리 기간을 집에서 보내는 것을 뜻한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0월 22일 0시 기준 국내 재택치료자는 수도권 2176명, 비수도권 104명으로 총 2280명으로 나타났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월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서울시 재택치료 지원센터를 방문해 재택치료 환자 모니터링 상황실을 둘러보고 있다. | 국무조정실
무증상·경증 환자 재택치료로 대폭 전환
앞으로는 이와 같은 재택치료가 더욱 늘어난다. 정부는 11월부터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을 선언하고 코로나19 환자의 기본 의료 대응 방침을 재택치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환자에 대해 ‘시설 격리’를 원칙으로 삼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주요 방역 지표가 일일 환자 수에서 치명률 등으로 변경되는 만큼 무증상·경증 환자를 재택치료로 대폭 전환하고 중환자 병상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환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증상·경증 환자는 향후 집에 머물면서 각 지방자치단체 재택치료관리팀의 관리를 받게 된다. 기존 생활치료센터는 단계적으로 감축에 들어간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10월 25일 발표한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을 살펴보면 재택치료 대상자는 70세 미만 코로나19 무증상·경증 환자다. 재택치료를 도입하더라도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70세 이상 고령자나 의식장애, 호흡곤란, 조절되지 않는 발열, 당뇨, 정신질환, 투석 등으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전파 위험이 높은 고시원 거주자나 노숙인 등 감염에 취약한 주거 환경에 있는 경우,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자체 재택치료관리팀, 지역 의료기관 주도
재택치료 확대와 관련해 각 지자체엔 재택치료관리팀이 신설된다. 이들은 지역 의료기관·소방서 등과 유기적 연계체계를 구축, 재택치료 관리 일선 업무를 맡는다. 재택치료 중인 환자의 건강상태 관찰과 진료, 의료기관 배정 등을 담당할 ‘건강관리반’과 기존 자가격리를 담당하는 ‘격리관리반’으로 나눠 역할을 분담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체 보건소 등에선 대상자를 확정한 뒤 이들에게 안내문, 재택치료 도구(키트), 생필품 등을 전달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과 격리 상황을 관리한다. 지정 의료기관에선 건강상태 관찰과 필요시 비대면 진료 등을 진행한다. 만약 환자 상태가 나빠질 경우 의료기관 등의 판단에 따라 응급 이송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재택치료를 받는 환자는 반드시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한다. 만약 외출 등 이탈했을 경우 안심밴드 등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재택치료 10일 차가 되면 격리해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중수본, 준비 상황 관리와 현장 사례 공유
중수본은 지난 10월 20일, 11월부터 시작할 단계적 일상회복을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 재택치료 확대 적용 이후의 수도권 진행 상황과 비수도권 준비 상황에 대해 17개 시·도와 논의했다.
지자체들도 재택치료 대상자 건강관리를 위해 의료기관을 지정 또는 협의하는 등 관련 업무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월 22일 기준 수도권 59곳, 비수도권 34곳 등 총 93개 의료기관이 지정됐고 전국 76개 의료기관이 추가 협의 중이다.
중수본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대상자 건강관리 절차에 따른 의료진 역할과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가이드라인 교육을 실시해 건강관리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재택치료 대상자가 집중돼 있던 서울·경기 등을 중심으로 대상자 분류, 의료기관 건강상태 관찰, 응급상황 발생 시 대응 시스템 등 세부적인 현장 사례를 공유 중이다.
서울 마포구, 인천시, 경남도 발 빠른 준비
일찍부터 재택치료 관리를 위한 전담 부서를 꾸린 지자체도 있다. 서울 마포구는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대비하기 위해 10월 14일 재택치료전담팀 운영을 시작했다. 마포구는 10월 7일 재택치료 지원과 관련 재택치료 시작 시 문진, 1일 2회 이상 건강 모니터링, 증상 발생 시 비대면 진료, 병원 전원 여부 결정, 격리해제 판단, 생활수칙 교육 등의 내용으로 신촌연세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재택치료자에게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해열제 등이 들어 있는 치료 도구(키트)와 마스크, 폐기물 봉투, 즉석식품 등이 포함된 격리 도구(키트) 등도 배부하고 있다.
인천시는 10월 19일부터 ‘인천형 코로나19 재택치료’를 운영하고 있다.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으로는 인천의료원이 지정됐다. 시 재택치료 전담반(TF)은 8명으로 구성돼 재택치료 업무 총괄, 건강관리와 응급상황 대응, 격리 관리와 물품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군·구에서는 4~7명의 인력이 재택치료 승인 요청, 응급 이송, 격리 이탈 관리, 식료품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경상남도는 10월 26일 도와 시·군에 19개 팀 197명의 재택치료 전담팀을 구성하고 단계적 일상회복에 대비한다고 밝혔다. 경상남도는 도에 1개 팀 12명, 시·군에 18개 팀 185명이 참여해 재택치료를 하는 코로나19 환자의 건강과 격리 문제를 관리할 계획이다.
▶자료: 질병관리청
싱가포르 사례 유사한 방식으로 치료
단계적 일상회복의 열쇠로 불리는 재택치료와 관련해선 싱가포르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싱가포르에선 국내 재택치료 체계와 유사한 ‘홈 리커버리(Home Recovery·가정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는 예방접종을 완료한 만 12~69세, 경증·무증상, 심각한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1일 2회 온라인을 통해 ‘건강상태 일지’를 작성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마다 정기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환자는 원격의료 제공 병원 또는 원격의료 앱 중 하나를 선택해 비대면 치료와 처방을 받는다. 격리 6일 차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7일 차부터 일상 활동을 재개하거나 검사 결과에 따라 10일 차까지 격리를 유지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재택치료자의 가족도 ‘가족 구성원 등록’을 통해 10일간 격리에 들어간다. 만약 환자가 격리 명령을 위반했을 경우 우리나라 기준으로 약 900만 원 수준의 벌금, 6개월간의 징역 또는 이 두 가지 처벌을 한꺼번에 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재택치료 중 방역수칙을 위반한 환자에 대한 처벌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방역수칙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강화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해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에 더해 재택치료 수칙 위반에도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
보호자도 재택치료 기간 중 외출 안돼
문답으로 알아본 재택치료
-재택치료 기간 동안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하나?
=폐기물은 소독 뒤 지급받은 봉투에 담아 밀봉하고, 다시 종량제봉투에 담아 2중 밀봉한다. 외부 역시 소독한다. 이는 재택치료 기간 잘 보관했다가 재택치료 종료 3일(72시간) 후 배출하면 된다.
-재택치료 대상자도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나?
=‘유급휴가비 및 생활지원비 지원사업’에 따라 입원·시설 치료자와 동일하게 유급휴가비 또는 생활지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환자, 보호자, 동거인은 재택치료 기간 중 외출이 가능한가?
=환자, 보호자, 동거인 모두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재택치료 기간 중 외출이 불가능하다. 또한 재택치료 중 항상 마스크 착용, 수시로 손 씻기 등 기본 생활 수칙을 지켜야 한다. 화장실 공동 사용도 불가하다. 단, 자택 내 화장실이 1개인 경우에는 사용 뒤 즉시 소독한 뒤 사용한다. 또한 식기, 물컵, 수건, 침구 등 생활용품도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동거인, 보호자도 재택치료자 격리해제 시 함께 격리해제 되나?
=예방접종완료자와 미완료자에 대한 조치가 각각 다르다. 예방접종완료자는 환자와 동시에 격리해제되며, 해제 뒤 6~7일 차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 미완료자는 재택치료자의 격리해제일로부터 14일간 추가 격리해 증상 발현 등을 관찰해야 하며 추가격리 중 자가용 등을 이용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