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 안착하려면?
정부가 추진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시민들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쟁점들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0월 1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단계적 일상회복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의 발언을 종합해 알아본다.
“환자 급증 위기 때는 ‘일시중단 제도’ 도입”
2차 공청회에서 ‘장기 예측과 안전한 일상회복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감염재생산지수 감소 폭을 기준으로 “35% 감소 땐 최악, 40% 감소 땐 평균, 45% 감소 땐 최상”이라는 시나리오를 두고 설명했다. 그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지향하더라도 평균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다면 최대 일일 환자 2만 5000명, 재원 중환자 3000명 수준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의 예방 효과(약 80%)와 앞으로 접종완료율(약 80%), 델타 변이 유행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앞으로 인구의 15.2~18.8%가 코로나19에 더 감염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단계적 일상회복을 통하지 않고 방역을 완화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유행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며 “각 단계별로 최소한 5주 이상 위험도 평가를 거쳐 국민의 불편이 크면서도 방역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접종완료율을 높이고 추가접종 진행을 전제로 하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11월 초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로 영업시간 제한 해제와 집합금지 업종 완화를 추진하고 12월 초에는 2단계로 대규모 행사를 허용한다. 2022년 1월 초에는 3단계로 사적모임 제한을 해제한 뒤 2022년 2월 초 일상회복 완료 단계에 접어드는 방식이다.
또한 정 교수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일시 중단 제도(서킷 브레이커)’를 제안했다. 중환자 입원 병상 가동률이 급증하는 등의 위기 상황이 찾아올 때 4주 이내에서 접종증명을 강화하거나 사적모임 제한 등을 일시적으로 적용해 멈춰 가자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예상이 어렵기 때문에 국민 안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2차 공개토론회 모습,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재택치료 안전하게 정착하려면 대면 진료 병행 필요”
단계적 일상회복 성공의 열쇠인 재택치료와 관련해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재택치료와 코로나19 대응 의료체계’를 주제로 발표한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은 경기도의 ‘코로나19 홈케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재택치료 사례를 소개했다. 홈케어 프로그램은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한 자택 대기자 관리에서 발전한 경기도 재택치료 방식으로 임 원장이 운영단장을 맡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3월부터 10월 15일까지 4800여 명을 대상으로 재택치료를 했다.
임 원장은 “백신이 없었던 2020년까지는 환자 100명을 위한 병상 100개를 마련하는 식의 전수 격리 체계만으로 해결해야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중증·사망 위험이 낮아진 2021년부턴 병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효율화를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 병원 입원은 아플 때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택치료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원장은 “재택치료가 안전하게 정착하려면 대면 진료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든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가 9월부터 시작한 단기진료센터사업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경기도는 건강상태가 나빠지거나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재택치료자를 단기진료센터에서 1~2일 정도 진료한 후 회복되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16명이 단기진료센터에서 진료를 받았고 그 가운데 83%는 집으로 돌아갔다. 임 원장은 “이를 보완하면 시민 건강권을 보호하고 의료 자원의 효율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며 “재택치료와 대면 진료를 효율적으로 병행하면 최대 1만 명이 발생해도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51.2% “단계적 일상회복 사회 이득 커”
국민 10명 중 5명 이상은 코로나19와 일상이 공존하는 쪽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할 경우 사회가 얻을 이득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체제 전환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으로 ‘사회가 얻을 이득이 크다’ 는 의견은 53.2%, ‘손실이 크다’ 는 의견은 12.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환 뒤 하루 평균 환자 수를 어느 수준까지 감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1000~2000명이라는 응답이 57.1%로 가장 많았다. 먼저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을 도입한 다른 나라의 정책 중 접종완료·음성확인제(백신 패스)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조사 대상의 74.9%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