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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8 최신호 보기

▶한 시중은행 외벽에 걸려 있는 대출 상품 홍보 현수막│연합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의미와 과제
한국은행이 잠정 집계한 2021년 2분기(4~6월)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7.6% 늘었다. 1년 사이에 약 36조 3000억 원의 증가 폭이다. 가계·기업·정부로 이뤄진 국민경제 주체들의 소득 총합인 국민총소득(GNI)은 42조 3000억 원이 증가했다. 그런데 가계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의 총액은 이보다 4배 가까이 더 늘었다. 한은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 평균 잔액은 1805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늘어 168조 6000억 원이 순증했다.
생산과 소득 증가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 폭과 속도가 더 크고 빠른 현상은 부동산 경기 과열과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바탕으로 가계의 위험 선호와 수익 추구 성향을 자극한 결과가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다.
또 이에 따른 주택 투자 수요의 증가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주택 가격의 상승 기대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실물경제와 괴리된 부채 증가와 자산 가격 상승은 경제 위기의 복병으로 작용한다. 주요국의 금리인상 등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자산 가격은 급락하고 과도한 빚을 진 가계의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이 예견된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최대 잠재 위험 요인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0월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하 10·26대책)을 발표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대책 마련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가계부채의 잠재 위험이 심화했다. 아직까지는 가계부채 규모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자산 가격 상승과 맞물려 있는 금융 위험 증가에는 적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선제적이며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엄중한 인식하에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 원칙 강화
10·26대책의 핵심은 돈을 빌리는 사람(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 원칙을 강화하고 조기에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차주 단위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단계별 적용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이상 앞당겨 시행하고 상대적으로 느슨한 제2금융권의 DSR 기준도 높인다. DSR은 개인의 모든 금융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 비율이다.
은행권에선 지난 7월부터 1단계로 전체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6억 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이나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을 취급할 때 차주 개인 단위로 40%의 DSR를 적용하고 있다. 2022년 1월부터는 2단계로 ‘총대출액 2억 원 초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일정 기간 이자만 내는 거치식 대출이더라도 대출의 평균 만기에 따라 월별 원리금 상환액을 산출한다.   
이에 따라 연소득 5000만 원인 대출 신청자는 신규 대출을 받을 때 기존 대출액과 합쳐 2억 원을 초과하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40%까지만 한도가 나온다. 예컨대 연간 소득이 5000만 원일 경우 모든 금융 채무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 원(5000만 원×40%)을 넘으면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3단계에 들어가는 2022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 원 초과’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금융위는 은행권 전체 개인 채무자 가운데 2단계 적용 대상은 13.2%, 3단계 29.8%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새로운 DSR 규제는 2022년 1월 이후 접수된 신규 대출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3단계 적용 대상인 ‘총대출액 1억 원 초과’의 경우도 2022년 7월 이전 대출이라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출 기한을 연장하거나 금리, 만기 조건 등을 변경하는 경우도 신규 대출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 대출 약정의 한도를 늘리거나 ‘대출 갈아타기(대환)’, 채무 인수 등은 신규 대출로 간주해 새 규제가 적용된다. 

비은행권도 신규 대출 까다로워져
현재 은행권에 비해 느슨한 DSR를 적용하고 있는 비은행권도 2022년 1월부터는 신규 대출이 까다로워진다. 은행권과 비은행권에 대한 DSR 기준 차등 적용이 이른바 ‘풍선 효과’를 일으켜 가계부채 관리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 당국이 이를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보험,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는 현재 차주 단위 DSR 기준이 60%인데 2022년 1월부터는 50%로 강화된다. 또 캐피털과 카드회사의 카드론도 모든 금융권의 DSR 선정 때 2022년부터 포함된다. 카드론의 동반 부실을 차단하기 위해 다중채무자에 대한 카드론 취급 제한 또는 한도 감액의 최소 기준도 마련된다. 농·수·축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의 준조합원과 비조합원 대출은 2022년 7월부터 예대율 산정 때 대출 가중치를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한다.
이처럼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 무주택 실수요자나 취약계층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수요와 취약계층 보호에 대한 균형감을 유지한다는 방침에 따라 다양한 예외 인정이나 실수요자 우대 등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연말까지 취급하는 전세대출은 DSR 심사 때 총대출 한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분양 아파트 입주 예정자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을 대상으로 취급하는 집단대출도 적용 제외 대상이다. 결혼, 장례, 수술 등에 따른 긴급 자금의 신용대출도 실수요 인정을 받으면 일정 기간 동안 한도를 초과해 대출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서민과 신용도가 낮은 금융 취약계층에게는 정책금융을 활용한 대출상품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1년 서민 금융상품 공급은 전년보다 1조 원 늘어난 약 9조 6000억 원, 2022년에는 10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게 잠정 목표다. 또 농지 등 비주택 담보대출을 많이 활용하고 증빙 소득이 적은 농민에 대해서는 농어업경영자격증 확인 등으로 사업자 대출이 가능하도록 해 DSR 규제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가계대출 분할상환 확대 유도
가계부채의 양적 증가 억제와 함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가계대출의 ‘분할상환’ 확대 유도가 금융 당국의 오랜 정책 과제다. 국내 가계대출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분할상환 비중이 낮아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보면 원금 갚기를 미루는 거치식, 만기 일시상환식 대출의 비중이 아직도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이는 가계부채 지속 증가의 배경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금리 변동 등에 따른 위험을 키우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권별 협회를 통해 분할상환 대출 비중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목표 달성 실적이 좋은 금융회사엔 주택신용보증 출연료 인하, 정책모기지 배정 우대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 분할상환의 대출 비중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DSR 수치가 떨어져 대출 여력이 커지는 효과도 발생한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별도 거치기간이 없고 분기 또는 월별 균등 분할상환하는 대출액이 총대출액의 40% 이상인 경우 최장 10년까지 만기를 적용할 수 있도록 DSR 산정 기준을 조정했다. 이렇게 하면 만기 5년짜리 일시상환대출에 비해 대출 가능 규모가 커진다.
가령 연소득 8000만 원이고 주택담보대출 1억 5000만 원을 진 개인이 5년 만기 일시상황 방식의 신용대출 6000만 원을 새로 신청한다면 DSR가 40%를 넘어 대출을 못 받지만 만기 8년짜리 분할상환으로 하면 DSR이 규제 상한선 아래인 36.3%로 떨어진다.
상환 능력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미래 위험의 적절한 분산은 규제가 아니라 당연한 금융 규범이다. 이런 규범을 훼손하는 대출 관행을 방치하면 가계부채 문제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 정부는 10·26대책 시행 이후에도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방안을 마련해 빠르게 대응할 방침이다. DSR 규제 비율의 하향 조정, 차주별 적용 대상의 확대, 전세대출에도 상환 능력 원칙을 적용하는 것 등이 금융위가 검토하고 있는 추가 방안이다.
고승범 위원장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대출받고 처음부터 조금씩 나눠 갚아나간다는 것은 금융의 기본 원칙이자 가계부채 관리의 출발점”이라며 “DSR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상환 능력에 기반한 대출 관행이 전 금융권에 확고히 뿌리 내리도록 하고 장기 분할상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2022년 가계부채 증가율 4~5%대 목표
2022년까지 가계부채 관리 목표도 정했다.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큰 폭 확대된 증가세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다. 2020년 가계부채는 7.9% 증가해 명목GDP 증가율(0.4%)과 격차를 뜻하는 ‘GDP 갭’ 역대 최대인 7.9%포인트에 이르렀다. 정부는 2021년과 2022년까지 GDP 갭을 단계적으로 축소시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평균 수준 갭에 이르도록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기조에 따라 지금까지 마련한 가계부채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 2022년 가계부채 증가율은 4~5%대의 안정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2022년까지 실물경제의 흐름과 자산시장의 변화, 대내외 금융시장 동향 등을 봐가며 관리 목표를 수시로 미세 조정하는 등 유연한 대응 원칙도 세웠다. 아울러 금융회사 대출 관리체계의 내실화를 통해 금융 수요자의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방침이다.

박순빈 기자 

▶자료: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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