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가수 싸이와 그룹 방탄소년단(BTS), 영화 <기생충>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휩쓸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남미 등 각국의 언론은 ‘코리안 인베이전’(The Korean Invasion·한국의 문화 침공: 1960년대 비틀스를 필두로 영국 가수들이 팝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 세계 팝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던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을 원용한 말)이 시작됐다는 진단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장을 휩쓸자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콘텐츠의 흥행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깝게는 넷플릭스에서 선보이게 될 우리나라 드라마 시리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영화 <남한산성>을 제작한 내공으로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처럼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은 감독들이 저마다 스타를 앞세워 야심 차게 만든 작품을 공개했거나 공개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
넷플릭스·디즈니+가 내놓은 차기작은?
10월 15일 공개된 <마이 네임>(감독 김진민)은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한소희)가 이름을 바꿔 경찰에 잠입해 복수에 나서는 액션 누아르다. 드라마 <인간수업>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김진민 감독이 연출하고 박희순, 안보현, 김상호, 이학주, 장률이 출연한다. 현재 글로벌 순위 10위권 내에 있다.
드라마 <지옥>(감독 연상호)은 느닷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로부터 사람들이 지옥행을 선고받으면서 펼쳐지는 혼란을 그렸다. 세기말적 혼란 속에서 출현한 종교 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영화 <부산행>, <염력> 등으로 잘 알려진 연상호 감독이 동명의 웹툰을 토대로 만들었고 유아인과 김현주, 박정민이 주연을 맡았다. 11월 19일 공개 예정이다.
드라마 <고요의 바다>(감독 최항용)는 필수 자원이 고갈돼 황폐해진 2075년 지구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물이다. 달에 버려진 연구 기지에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가는 정예 대원들의 활약상을 담았다. 공유와 배두나가 출연하고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12월 공개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2022년 예정작도 확보하고 있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새로운 K-좀비 이야기 <지금 우리 학교는>과 설경구와 박해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 <야차>도 그중 하나다. 영화 <공작>. <베를린>, <범죄와의 전쟁> 등을 만든 윤종빈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수리남>도 2022년 공개된다. 하정우와 황정민이 주연을 맡아 활약한다.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또 하나의 글로벌 콘텐츠 허브 디즈니+도 곧 출범한다. 디즈니+는 최근 행사를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 콘텐츠 전략과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를 포함한 주요 라인업을 발표했다. 이 라인업 중에서 우리나라 제작사가 제작하는 콘텐츠들이 눈길을 끌었다. 아이돌 가수 강다니엘의 연기 데뷔작 <너와 나의 경찰 수업>은 경찰 대학을 배경으로 청춘의 사랑과 도전을 담았다. 배우 정해인과 그룹 블랙핑크의 지수가 주연을 맡은 로맨틱 멜로드라마 <설강화>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드라마 <키스식스센스>는 키스를 하면 미래를 보는 초능력을 가진 여자의 재기 발랄한 직장 로맨스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윤계상과 서지혜, 김지석이 주연을 맡았다. 서강준과 이시영이 주연한 <그리드>도 디즈니+에서 공개된다. 지구 종말의 위기에서 인류를 구한 과학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드라마 <비밀의 숲>을 집필한 이수현 작가의 신작이다.
배우 류승룡과 한효주, 조인성이 출연한 <무빙>은 누적 조회수 2억 회를 기록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3명의 10대가 초능력을 발견하면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그린 액션물이다. 원작자인 만화가 강풀이 드라마 각본을 집필했다. 연출자인 박인제 감독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연대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
거대한 투자 없이도 세계인 주목
전체적인 구도는 대세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이에 대항하는 디즈니+의 대결로 읽힌다. 그러나 플랫폼을 달리한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 중에서 어떤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드라마 시리즈가 국내 만화가나 작가들의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오징어 게임>에서 볼 수 있듯이 할리우드와 달리 거대한 자본의 투자 없이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관심의 대상이다. 일부에서는 넷플릭스가 엄청난 흥행수익을 독점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가 얻는 반사이익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하튼 이들 시리즈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올 겨울이 행복할 듯하다. 외국 언론들이 주목하는 ‘코리안 인베이전’이 끝없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시인)_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문화 분야에서 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시집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 에세이집 <낭만광대 전성시대> 등이 있다. 현재는 문화 현장에서 일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