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중곡보건지소 영양사가 2020년 11월 23일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맞춤형 영양간편식을 전달하고 있다.│한겨레
‘1인 가구 대세’ 시대 정부 대책은?
같은 집에서 사는 생활 단위를 뜻하는 ‘가구’ 구성과 형태에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다. 부부에 자녀가 사는 모습의 가구는 점차 줄어들고 혼자 사는 사람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대략 두 집 걸러 한 집은 1인 가구인 시대가 됐다.
1인 가구 급증에는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변화가 반영돼 있어 정부는 다층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주거·복지 정책은 물론 의료와 문화, 사회, 가족, 지역 정책 등에서 광범위하게 맞춤형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청년층은 주거와 취업, 고령층은 의료나 돌봄 위주로 정책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664만 8000가구며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7%다. 2인 가구(27.8%)나 3인 가구(20.1%), 4인 이상 가구(20.2%) 등에 견줘 비중으로는 1위다. 1인 가구는 2015년부터 2인 가구를 제치고 비중 1위로 올라선 뒤 계속 비중이 커지고 있다. 증가세가 멈추기는커녕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는 1인 가구가 414만 2000가구, 비중은 23.9%였다. 10년 동안 250만 6000가구나 1인 가구가 늘었고 비중은 7.8%포인트 높아졌다.
이같은 증가세는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통계청이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바탕으로 한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35년 사이 1인 가구의 예상 증가 폭은 연평균 13만 9000가구였다.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시점은 2025년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0년 이후 10년 동안 1인 가구가 연평균 약 25만 가구 늘었고 비중 30% 돌파 시점도 2019년(30.2%)으로 5년 앞당겨졌다.
연령·성별 구분 없이 가파른 증가 추세
1인 가구는 연령과 성별 구분 없이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의 전체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나눠 보면 20대가 19.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70세 이상 18.1%, 30대 16.8%, 50대와 60대가 각각 15.6%, 40대 13.6% 등의 차례다. 청년층과 고령층 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1인 가구가 상당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성별로는 남자(49.7%)와 여자(50.3%)가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남자는 30대(21.6%), 여자는 70세 이상(27.5%)이 가장 높은 비중으로 차지했다. 어르신 1인 가구는 평균 수명이 길어진 가운데 배우자와 사별이 주된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은 만혼과 비혼, 이혼 등 가치관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혼자 살 확률이 높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변화의 결과인 동시에 미래 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는 출산율의 저하, 사회적 관계망의 약화, 우울증 발병률과 자살률의 증가, 농어촌 지역 소멸의 가속화 등을 들 수 있다.
거시경제적으로는 가계 소비성향의 상승, 소득 양극화 심화 등을 1인 가구 증가의 파급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소득 대비 소비 지출액의 비율을 뜻하는 소비성향은 다인 가구보다 1인 가구가 더 높다. 혼자 사는 청년이나 50세 미만 중년층은 대체로 고용률이 높고 보살필 가족이 없다. 안정된 수입을 취미 개발이나 여가 선용 등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
이미 기업들은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실버 제품, 소포장 식료품, 소형 가전과 가구, 간편식 등을 중심으로 수요 기반의 확장을 누리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구독경제, 물품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서로 빌려주며 사용하는 공유경제가 활성화하는 것도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소비 방식의 변화다.
그러나 높은 소비성향은 전체 가구의 저축성향을 평균적으로 낮추면서 부채 증가와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위험도 생긴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 다인 가구는 소득과 소비를 가구원들이 공유함으로써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 반면에 1인 가구는 경기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주거비, 식비, 의료비 등 필수 지출 항목이 모자랄 정도로 소득 수준이 낮은 저소득 1인 가구는 빚을 내어 생활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1인 가구의 평균 부채액은 급증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2019년 2089만 원이었던 1인 가구 평균 부채액은 2020년 2521만 원을 기록하며 20.68% 증가했다. 가구원 수별로 평균 부채액 증가율을 집계하면 2인 가구 6.02%, 3인 가구 4.28%, 4인 가구 9.52%, 5인 이상 가구 2.63%다. 1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그 다음으로 빠르게 상승한 4인 가구보다 2배 이상, 5인 이상 가구와 비교하면 7배 이상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혼자 사는 고령자 건강 돌봄 시급
도시에 사는 중장년 1인 가구의 주거 불안이 가장 큰 문제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 50+ 1인 가구와 주거 취약 문제와 대안’이란 보고서에서 2020년 기준 40~64세 중장년 1인 가구의 자가 보유 비중은 14%로 파악했다. 이는 전체 서울시 가구주의 평균 자가보유율 47%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장년 1인 가구의 절반은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3%는 보증금 있는 월세, 11%는 보증금 없는 월세다. 전용 주거 면적은 평균 11평, 월세는 평균 36만 원으로 조사됐다. 자가 보유한 중장년 1인 가구의 주택 가격은 평균 4억 원 정도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았다. 중장년 1인 가구는 내 집을 보유하고 산다는 인식 자체가 다른 연령보다 낮았고 전·월세 거주 비중이 높다보니 임차료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혼자 사는 고령자는 건강 돌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 통계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고령자가 가구주인 전국 473만 2000가구 가운데 35.1%인 166만 1000가구가 1인 가구였다. 자신이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고령자는 평균 24.3%가 긍정적인 응답을 했는데 혼자 사는 고령자는 17%에 그쳤다. 반대로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혼자 사는 고령자의 응답률은 49.5%로 전체 고령자의 평균 (38.4%)보다 훨씬 높았다.
1인 가구 고령자의 건강 관리 실천율도 전체 평균보다 저조했다. 혼자 사는 고령자는 아침 식사 86.7%, 정기 건강검진 79.3%, 적정 수면 74.2%, 규칙적 운동 38.6% 등의 응답이 나왔는데 모두 전체 평균보다 5%포인트 이상 낮았다. 전반적인 생활과 가정 생활에서 스트레스 인식은 혼자 사는 고령자가 전체 평균보다 4%포인트 이상 낮았다. 반면에 극단적인(매우 많이 느낌) 스트레스를 받는 비중은 혼자 사는 고령자가 더 높았다.
▶정부는 청년층은 주거와 취업, 고령층은 의료나 돌봄 위주로 1인 가구 정책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한 1인 가구에서 반려견들과 생활하는 모습│한겨레
청년·고령층 1인 가구 맞춤형 주거 지원
1인 가구라고 하면 해체, 소외, 고독, 고립 같은 부정적 의미의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1인 가구 증가는 비정상의 징후가 결코 아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자연스런 현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1인 가구 비중이 2015년에 30%를 넘어섰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삶의 질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1인 가구 비중이 40%를 넘는다.
1인 가구를 대세로 받아들인다면 3~4인 가구 중심으로 짜여진 복지 정책의 큰 틀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2020년 1월에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15개 부처와 한국개발원(KDI), 보건사회연구원, 국토연구원 등 3개 국책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1인 가구 정책 전담밤(TF)’을 발족하고 다양한 정책 방향과 과제를 내놓았다. 기본적으로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의 확대와 강화를 중장기 정책 방향으로 정하고 소득·주거·안전·사회적 관계소비 등 5개 분야 분야에서 추진 과제들을 도출해 2021년부터 시행에 들어갔거나 준비 중이다.
우선 취약 1인 가구의 최저 생활 수준 보장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의 대상 범위를 넓혔다. 방법은 오는 2026년까지 기준 중위소득을 1인 가구에 유리하도록 가구원 수별로 인상 폭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2년 4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은 2021년보다 5.02%, 1인 가구는 6.40%를 인상했다. 전체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인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의료·주거급여를 포함해 12개 부처 77개 복지사업의 수급자 선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주거 지원은 청년층과 고령층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췄다. 청년층에는 일자리 연계 주택, 기숙사형 주택, 희망 하우징, 두레주택, 노후 고시원 리모델링 등 특화한 주택 공급이 확대되고 고령층에는 문턱 제거, 무장애 설계 등을 적용한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린다. 주택 청약예금 가입자 중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주택 구입에만 적용해온 특별공급 대상은 11월부터 미혼 1인 가구까지 포함된다.
‘고독사’ 관련법 2022년 4월부터 시행
1인 가구의 생활 편의와 안전, 소비 환경의 개선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나서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즉석판매 제조·가공업체에서 만드는 신선편의식품과 간편조리세트를 자가품질검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시행 규칙을 9월 30일 개정했다. 시행 규칙에 따르면 제조·가공업체나 식품접객 영업장에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해 누리집 등에 조리 과정의 위생 상태를 공개하는 경우 행정 처분을 경감해준다.
서울시의 각 자치구는 경찰과 협업으로 CCTV 관제센터와 연결된 ‘안심이 앱’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앱에 긴급 신고 단추를 누르거나 휴대전화를 세게 흔들면 경찰이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뒤 출동한다. 또 사전에 설정된 보호자에게 귀가 여부를 알려줄 수 있는 ‘귀가 모니터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1인 가구가 겪고 있는 외로움과 우울감을 덜어줄 수 있는 행정서비스 지원도 2022년부터 본격화 한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는 전국 건강가족지원센터 12곳을 통해 자기개발과 심리·정서 상담 등 1인 가구 맞춤형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청년 1인 가구에게는 ‘자기돌봄 관계 기술과 소통·교류 모임’, 중장년은 ‘일상에서의 서로 돌봄 및 생활 나눔’, 고령층 1인 가구는 ‘심리 상담과 건강한 노후 준비 교육’ 등 생애주기에 맞춰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고독사는 개인이나 가족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내용을 담은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2022년 4월부터 시행되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