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크라운호프 가락점에서 가맹점주 이재희(왼쪽)씨와 가맹본부 피에스피에프앤디의 유영곤 본부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크라운호프의 상생협력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 가운데 하나가 동네 호프집이다. 크라운호프 가락점을 운영하는 이재희(46) 씨도 마찬가지였다. 10월 13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매장에서 만난 그는 “손님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더라. 그래서 2주 동안 문을 닫기도 했다”고 말했다.
“2020년 여름에 본사(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 가맹료(로열티) 2개월 치를 면제해줬어요. 로열티가 매출의 일정 부분이라 상당한 부담인데 그걸 면제해주니 큰 도움이 됐죠.”
본사인 피에스피에프앤디(PSP F&D)의 유영곤 본부장은 “올해 코로나19가 재확산했을 때 1개월 치 로열티를 추가로 면제해 모두 3개월 치를 면제했다”며 “회사 구호가 ‘회사 식구를 지키고 점주를 지키고 파트너를 지키자’”라고 말했다.
이재희 씨가 “제일 고마웠던 거는 코로나19 초창기에 마스크 구하기 정말 힘들 때 본사가 보내준 마스크”라고 하자 유영곤 본부장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먼저 터졌을 때 직원 모두가 발품을 팔아 나름의 방법으로 마스크와 소독용품을 구하러 다녔다”며 “대구·경북 지역 가맹점부터 시작해 나머지 지역은 구하는 대로 순차적으로 보내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재희(왼쪽)씨가 유영곤 본부장에게 피자·치킨 박스 등 배달 용기의 개선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매일 ‘오픈-마감’ 안간힘
이재희 씨는 2019년 7월 직영점인 가락점을 인수했다. 코로나19 전에는 오후 5시에 출근해 새벽 3시까지 홀을 뛰어다니다시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지만 코로나19 이후 손님과 함께 매출도 뚝 떨어졌다. 2020년 가을 코로나19가 재확산 했을 때는 최대 월 매출과 견줘 10분의 1로 떨어진 때도 있었다.
“여기 탁자가 13개인데 직원 둘에다가 아르바이트생 넷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아르바이트생 없이 직원 한 명만 있어요. 대신 내가 주방을 맡아 ‘오픈-마감’을 하고 있죠. 오픈-마감이 뭐냐면 점주가 문 열기 전에 출근해 문 닫을 때까지 근무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오픈-마감을 계속하고 있어요.”
인근에서 고깃집을 하다가 호프집을 처음 운영한 이 씨는 호프집이 고깃집과 개념이 달라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호프집이라는 게 1차로 밥 먹은 뒤 2차로 가는 곳이잖아요. 코로나19 이후 2차를 안 가게 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영업시간을 조금씩 당겨보자 했죠.”
오후 5시였던 개점 시간을 오후 2시 30분으로 옮겼다가 낮 12시로 옮겨 점심 장사도 했다.
“아무래도 호프집 음식이라 그런지 점심 장사는 안 되더라고요. 어떻게든 매출을 올려봐야 하니까 욕심을 냈던 건데 백반집처럼 밥도 있고 반찬도 있어야 하는 걸 간과했던 것 같아요.”
▶7월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상생협약 체결식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등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연합
본사 배달앱 입점에 배달 수수료 지원
사회적 거리두기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자 2020년 말부터 본사에서 배달 서비스를 본격 지원하기 시작했다. 배달 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입점할 수 있도록 외주사를 통해 일괄 설정하고 치킨·피자 상자 등 각종 배달 용기도 새로 갖췄다. 생맥주를 신선하게 배달하기 위한 알루미늄 캔 포장 기계인 캔시머도 공급했다. 하겠다는 의사만 밝히면 바로 배달을 시작할 수 있게끔 준비했지만 배달 경험이 없는 점주들은 홀 서비스와 충돌할까 두려워 선뜻 나서질 못했다.
유 본부장은 “먼저 각 가맹점에 배달 용기에 숟가락, 젓가락까지 넣어 한 묶음씩 무상으로 보내드렸다. 배달 한 번 해봐서 잘되면 그다음부터 유상으로 공급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처음 배달할 때 시행착오를 참 많이 겪었다. 피자가 식었다며 손님한테 욕도 먹고 비 오는 날 배달 기사가 맥주는 두고 음식만 가져가는 바람에 내가 직접 배달 가는 등 그렇게 한 6개월 고생했다”며 “배달 초기에 본사에서 배달 수수료를 전액 지원해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배달 수수료 지원은 피에스피에프앤디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0년 상생협력 프랜차이즈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생협력 성과가 우수한 프랜차이즈를 뽑아 브랜딩부터 정보기술(IT) 환경 구축, 신메뉴 개발까지 필요한 부분을 진단하고 지원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정부와 회사가 절반씩 부담해 가맹점에 지원한 배달 수수료 총액이 약 16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저희는 처음부터 가맹점과 상생을 생각해서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광고 분담금을 따로 받지 않고 신메뉴와 관련된 홍보물과 인쇄물을 다 무상 지원해드려요. 매장에서 트는 음악 서비스도, 구인·구직 사이트도 가맹점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매출 조금씩 오르며 대출 다 갚아
바닥을 치던 매출이 배달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서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이 씨는 “현재 전체 매출에서 배달이 20~30% 차지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이전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적자는 안 보고 있다”고 했다.
“임대료 빼고 직원 월급 빼고 나면 빠듯하긴 한데 여기 인수할 때 대출 받은 것도 거의 다 갚았어요. 직원 줄이고 제가 매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요즘 코로나 시대에는 사장이 매장에 있지 않으면 못 버텨요.”
이 씨는 코로나19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단골을 많이 확보한 덕분이라고 했다.
“여기 손님의 80%가 단골이거든요. 단골이 많은 이유가 뭐냐면 제가 오픈-마감을 하고 주방을 맡아 깨끗하게 관리하기 때문이에요. 또 내 인건비가 안 나가기 때문에 손님들한테 서비스를 더 줄 수 있고요.”
유 본부장은 “코로나19 이전 가맹점 매출을 100%라고 놓고 보면 코로나19가 한창 심할 때는 30% 이하로 떨어졌다가 최근 40~50% 정도까지 올라왔다”며 “지금도 바쁜 매장은 바쁘다. 그런데 영업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버려 50% 이상 올라온 매장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보다 가맹점 오히려 늘어
크라운호프 가맹점은 코로나19 전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2019년 말까지 250호 정도였던 크라운호프는 2021년 말 400호점을 바라보고 있다. 유 본부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호프집 창업 수요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실직하신 분이 되게 많아요. 재취업이 어려우면 창업을 해야 할 텐데 소자본 창업으로 호프집만 한 선택지가 많지 않거든요. 게다가 코로나19로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많이 낮아지면서 양수도가 오히려 활성화한 면도 있습니다.”
또 가맹점이 수도권에 몰리지 않고 전국에 고르게 분포했던 게 코로나19 상황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역마다 달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은 지역에서 출점이 늘었다는 것이다.
“직원 대부분이 30대로 젊은 회사이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에 똘똘 뭉쳐 힘내는 게 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 가맹점, 협력사 모두 상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글 원낙연 기자,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정부, 가맹사업 상생 등에 2000억 원 투입 본부-점주 협의회 출범… 상생 협약 이어져
정부는 2021년 2000억 원을 투입해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의 상생협력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4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상생협의회’ 발대식에서 정부는 ‘제3차 가맹사업 진흥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3차 가맹사업 기본계획은 인구구조, 소비 추세 등이 급변하는 가운데 가맹사업의 혁신과 상생을 지원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가 함께 마련한 것이다.
국내 가맹사업은 2019년 기준 가맹본부 5000여 개, 가맹점 27만 개로 연간 매출(122조 원)이 국내총생산(GDP)의 6.4%를 차지한다. 133만 명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종사자는 전체 고용의 4.7%를 차지하며 392개 브랜드가 세계 58개 나라에 진출하는 등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업종별 편중, 규모의 영세성과 취약한 브랜드 경쟁력,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갈등·분쟁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정부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세부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등 법·제도를 정비하고 ‘가맹종합지원센터’를 본격 가동해 가맹점 사업자에 대한 종합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가맹사업의 역량 확충과 지속적인 상생협력이 실현될 수 있도록 올해 2080억 원을 포함해 5년 동안 지속해서 투자하기로 했다.
가맹본부(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가맹점주(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자발적으로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프랜차이즈 상생협의회’도 출범했다. 양측은 ‘상생협의회 운영협약’을 맺고 소통 확대, 상생 정책 발굴·제안, 상생 우수 사례 홍보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개별적으로 상생 협약을 맺는 가맹본부와 가맹점도 늘고 있다. 7월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놀부-놀부부대찌개·놀부보쌈족발, ㈜명륜당-명륜진사갈비, ㈜역전에프앤씨-역전할머니맥주, ㈜제너시스비비큐-비비큐치킨 등 외식 분야 4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상생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놀부부대찌개·놀부보쌈족발 468개, 명륜진사갈비 536개, 역전할머니맥주 750개, 비비큐치킨 1746개 등 3500개 가맹점이 창업비·가맹비 지원, 분담금 완화 등의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날 상생 협약식에 참석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앞으로 업계 주도의 상생 협약 체결 이어달리기를 통해 본부와 가맹점이 동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성과를 공유하는 상생협력 문화가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