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 이상 무!” 천년 고찰 통도사 우리가 지킨다

2021.10.25 최신호 보기
▶10월 8일, 경남 양산 통도사의 금강계단(국보)에서 문화재 안전진단팀이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문화재 가을 안전방재 대진단 현장
2021년 10월 8일 오후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 산문에서 청류동 계곡을 따라 노송들이 빼곡히 늘어선 소나무숲 흙길(무풍한송로)에 솔잎처럼 가느다란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다가 그쳤다. 한참을 걸어 천년 고찰 통도사의 하로전(下爐殿·상로전, 중로전, 하로전 등 세 구역으로 나눈 통도사 전체 가람 배치 중에 첫 번째 영역) 구역에 당도하니 비가 그치고 반짝 햇빛이 비쳤다. 영산전(보물 제1826호) 전각 앞에 작업복 차림의 사찰 전기·소방안전관리 담당자 대여섯 명이 모여 있었다. 문화재청이 진행하는 ‘2021년 국가안전대진단’으로 매년 9~10월 전국 각지의 국가 지정 건조물문화재 약 220곳(대부분 국보·보물)에 걸쳐 안전 실태를 점검하는 행사다.
통도사는 국보 1건(대웅전 및 금강계단), 보물 21건(영산전·대광명전 등), 지방유형문화재 46건을 포함해 문화재 약 3만 점을 소장한 불교 문화재의 보고다. 2018년에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중 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오늘 영산전, 대광명전,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중심으로 문화재 안전 진단 위원들이 틀어진 곳, 관리 상태, 문고리까지 일일이 점검하고 안팎을 다 살펴볼 예정입니다.”
모인 사람들에게 통도사 종무소에서 일하는 이수진(안전 담당) 씨가 간략하게 설명했다. 곧이어 김태중 경상남도 문화재위원(경남대 건축학부 명예교수)과 이규식 한국소방안전원 대구경북지부 팀장(안전진단팀)이 영산전 석등 앞에 잇따라 도착했다. 김 교수는 이날 문화재 분야를, 이규식 팀장은 소방·전기 분야 진단을 맡은 책임자다. 양산시청에서도 손승현 문화재보수 팀장 등 두 명이 현장 점검에 나왔다. 손 팀장은 “양산에 있는 여러 문화재 중에 통도사만 해도 매우 큰 사찰이고 경남도 지정 유형문화재도 수십 점에 이른다. 그래서 시청에 문화재 안전관리·보수팀을 따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통도사 쪽에선 무범 스님(기획 담당)과 안전관리총괄 책임자(반장)가, 문화재청에서는 전의건 사무관(안전기준과) 등 두 명이 몇 장의 안전점검표 종이 목록을 준비해 와 김 명예교수와 이 팀장한테 각각 전달했다. 1시 30분에 약 15명의 일행으로 구성된 진단팀이 문화재 분야와 소방전기 분야로 각각 나뉘어 일을 시작했다.
“소화전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해볼까요?”
이규식 팀장이 이끄는 전기·소방팀은 먼저 자동화재속보설비부터 점검했다. 상로전 구역의 중심 전각인 대웅전 앞 한쪽에 자리 잡은 경비 초소 안에 여러 대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이 경내 곳곳을 비추고 있었다. 한쪽 벽에는 대웅전, 영산전, 대광명전별로 각각 구분해 화재 수신기가 부착돼 있었다.
“만약 대웅전에 화재가 탐지되면 즉각 여기 초소 상황실로 수신되고 여기서 버튼을 누르면 관할 소방관서에 자동으로 통보돼 화재 경보가 연결됩니다. 소화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해볼까요? 지금 소방서 측에 신호를 한번 줘보세요.”
이 팀장이 요청하자 초소 관리자가 대웅전 수신기의 조작 스위치를 눌렀다. “통도사 대웅전에서 화재 발생, 신고자 김 아무개, 연락 전화번호,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 통도사.” 수신기 반대편의 관할 양산소방서에서 화재 출동 속보 안내음이 곧바로 들려왔다.
“일반 전화번호 말고 관리 책임자 휴대전화 번호도 같이 제공해 소방서 속보에 함께 포함되도록 해 바꿔주는 게 좋겠네요.” 이 팀장이 개선할 사항 몇 가지를 초소에 얘기했다.
“법당 바깥 옥외 소화전에 화재 발생을 자동으로 알리는 발신기가 달려 있는지 또 그 발신기에 예비전원이 들어오는지도 좀 있다가 확인해봅시다.”
이제 초소를 나와 일반 관람객과 불자 신도 약 10명이 삼배를 올리고 있는 대웅전 법당 내부로 들어섰다. 불상을 모시는 불단 아래쪽은 꽤 어두웠는데 전기 배선이 몇 가닥 안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 팀장이 손전등을 비춰 사찰 전기시설 담당 인력과 같이 기어 들어가다시피 허리를 굽혀 불단 뒤편으로 진입했다.
“여기 대웅전 전각 안에서 음향 장치 기기를 사용하려고 전기 배선을 끌고 와 콘센트 두 개를 쓰고 있는데, 전기 화재 우려가 있어 꼭 필요한 하나만 사용하고 최소화하는 게 좋습니다. 전기화재 예방을 위해 멀티탭 콘센트의 전구 구멍도 하나만 쓰고 나머지는 막아놓은 것이 좋겠네요.”
이 팀장이 말했다. 옆에서 이수진 씨가 이 팀장이 말한 지적·제안 사항을 꼼꼼히 메모했다.

▶10월 8일, 경남 양산 통도사의 대광명전(보물)에서 문화재 안전진단팀이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현장 점검을 벌인 뒤에 작성한 안전점검표

안전점검표 20개 항목마다 꼼꼼히 확인 표시
같은 시각 영산전과 대웅전 사이로 중로전 구역의 관음전·용화전 뒤편에 있는 대광명전(보물 제1827호)에서는 김태중 교수가 무범 스님, 전의건 사무관, 손승현 팀장 등과 함께 전각 안팎 곳곳을 둘러보며 불전의 균열·파손·침하·탈락이나 처지고 기울어짐 현상 등이 있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었다.
“천장의 동그란 연꽃무늬가 절반 정도 탈락된 것처럼 보이네요. 목재가 수축되고 지반이 전반적으로 고르지 않고, 바닥에 동바리도 튀어나와 변이가 전반적으로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옆에서 무범 스님이 열심히 수첩에 받아 적었다.
김 교수는 한 손에 든 안전점검표의 약 20개 항목마다 꼼꼼히 확인 표시를 했다. 점검 결과 구분란은 ‘양호, 주의, 불량, 해당 없음, 비고’로 나뉘는데 대부분 ‘주의’에 표시하고, 지붕 기와의 파손 및 흘러내림 항목에는 ‘기와 부식’이라고 비고란에 적어넣었다. 또 ‘천장의 반자(板子) 탈락’ ‘우물마루 상하 교란’ ‘포벽(包壁) 주변 균열’ ‘우측 석축 침하’ ‘벽체 균열 진행 중’ ‘기단 윗부분 균열’ 등도 비고란에 기록했다. 옆에서 무범 스님이 설명했다.
“10월 18일 이후에 2~3일 동안 내부 비계부터 설치 작업을 해 불벽 주변 틈이 생겨난 부분에 대한 정밀 안전 점검을 할 계획입니다.”
김 교수가 이제 법당 바깥으로 나가 대광명전을 사방으로 빙 둘러보았다. “이쪽 기단 부분이 약간 처진 듯하네요. 조금씩 내려앉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라고 김 교수가 말하자 옆에서 통도사 안전관리총괄 책임자가 설명한다. “저번에 지진이 한 번 오고 나서 균열이 좀 생겼어요. 밑에서 축대가 처져 침하 현상이 아직 안 보이는데 지진이 한꺼번에 와서 살짝 밀려나갔어요.” 김 교수와 같이 불전 여기저기를 유심히 살펴보던 전 사무관도 한 가지를 사찰 쪽에 요청했다. “대광명전 저 위쪽 지붕에 기와 한쪽이 떨어져 나간 거 같네요. 확인해주세요.”

▶10월 8일 통도사 대웅전 옆 경비초소 상황실에서 문화재 안전진단팀이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스님들도 화재 대비 물대포 쏘는 훈련
상로전 영역의 마당 한가운데 있는 대웅전과 금강계단(부처님의 진신사리 봉안)은 국보 제290호로 통도사를 대표하는 전각이다. 대웅전을 살펴본 김 교수는 “벽체에 미세한 균열이 있고 지면과 닿은 고막이 주변이 축축이 젖어 있고 빗자루로 쓸어 흙을 한쪽으로 덮어놨는데 배수가 잘되는지 확인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금강계단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석재 표면에 점차 변색이 보인다. 맞춤이 느슨해져 빠질 수도 있고 이쪽 지반이 기울어서 비가 많이 오면 저 뒤쪽 물 빠지는 공간에 배수가 잘 안 될 수 있을 거 같다. 앞으로 유심히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금강계단 쪽에서 대웅전 지붕을 올려다보던 전 사무관이 사찰 전기시설 담당자에게 묻는다. “번개 칠 때 저 피뢰침이 땅으로 전류를 흘려보내는 접지가 잘되고 있지요?” 담당자가 말했다. “이중접지로 돼 있는데 다시 한번 확인·점검해보겠습니다.”
전기·소방팀 이규식 팀장은 대웅전에 이어 대광명전과 영산전을 차례로 살펴보면서 자동화재탐지설비(연기감지기 및 열감지기)의 설치 현황과 향·촛불 등에 따른 오작동 여부를 집중 확인했다. 대광명전 내부 천장에는 흰색 연기감지기가 붙어 있었다. 이 팀장이 법당 마루를 좌우로 걸어 대략 면적을 계산한 뒤 “3.5m는 넘어 보이는데 그러면 규정상 저쪽 편에도 화재감지기를 더 설치하는 게 맞아요”라고 말했다. 영산전에서 소방전기 안전점검표 항목 대부분에 양호라고 표시했다.
통도사 안전관리총괄 책임자는 “사찰 안에 16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면서 문화재를 지키고 있다”며 “전각마다 바깥 주요 지점에 군데군데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돼 화재 시 초동 대처하도록 돼 있다. 여기 스님들도 화재 시 각자의 장소에 배치돼 옥외 소화전에서 호스를 꺼내 전각 지붕으로 물대포를 쏘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전 진단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일행이 모두 종무소에 모여 총괄 안전점검표 항목에 이날 기재한 점검 결과를 설명·보고하는 것으로 점검은 끝났다. 김 교수는 “영산전과 대광명전에서 벽체 등에 변이와 균열이 조금 관찰되는데 앞으로 매년 정밀측정을 해 변이의 상태 변화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향후 보수 실시 등에 대한 판단은 상태 변화를 더 지켜본 후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계완 기자

▶통도사 경내 옥외 소화전에서 문화재 안전진단팀이 현장 점검을 벌이고 있다.

10월 29일까지 문화재 국가안전대진단
문화재청이 9월 27일부터 10월 29일까지 통도사·범어사·해인사·송광사 등 전국 각지 문화재 현장에서 진행 중인 ‘문화재 분야  국가안전대진단’은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 민간 전문가가 함께 문화재 안전관리 실태와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활동이다. 문화재 피해를 사전 예방하고 각종 재난에 대비한다. 주요 점검 목록은 ▲가을철 산불 대비 문화재 및 주변 시설 상태 ▲소방 설비(소화기, 소화전)와 방범 설비(폐쇄회로텔레비전 등) 작동 상태 ▲전기·가스 시설 안전 상태 ▲안전 경비원 근무·태세 상황 등이다.
안전점검반을 편성해 문화재, 소방, 전기·가스 분야로 나눠 합동 점검한다. 안전 점검에서 나온 지적 사항은 즉시 시정할 수 있는 사항은 현장에서 조치하고 급하게 보수·보강이 필요하면 긴급 보수비 등을 지원해 이른 시일 안에 조치한다. 단기 조치가 어려우면 추후 예산 확보와 연차별 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정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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