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진국으로 발돋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마침내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실용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로 발돋움하게 됐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0월 21일 오후 7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오후 5시에 발사된 누리호가 전 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3단 엔진이 일찍 연소가 끝나 위성모사체가 고도700㎞의 목표에는 도달했음에도 초속 7.5㎞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주 강국들과 어깨 나란히 하게 될 것”
누리호는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10년부터 약 2조 원을 들여 개발한 발사체다. 1단을 통째로 러시아에서 들여온 나로호와 달리 1~3단을 전부 국내 기술로 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중공업, 한국항공우주산업, 스페이스솔루션, 비츠로넥스텍 등 국내 기업 300여 곳이 개발에 참여했다.
정부는 누리호 발사로 확인된 발사체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2022년 5월 한차례 더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또 2022년부터 6년 동안 약 6800억 원을 투입해 누리호를 4차례 추가로 발사하는 고도화사업을 벌인다. 이날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소에서 누리호 발사를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늦게 시작했지만 오늘 중요한 결실을 이뤄냈다”며 “머지않아 우주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 개발 성공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우주발사체는 평화적 목적이든 아니든 실질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간주해 국가 간의 기술이전이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반드시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도 발사 실패의 고통을 이겨내며 발사체 선진국이 됐다.
우리나라는 나로호 개발을 통해서 누리호 개발의 기술적, 경험적 토대를 만들었다. 나로호 개발 당시 선행 연구개발한 30톤 액체엔진 기술이 누리호의 75톤 액체엔진 개발로 이어졌다. 우리 기술로 발사대와 엔진 시험평가설비도 구축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가 새롭게 쓰여졌다. 누리호는 설계, 제작, 시험, 발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우리 기술로 해낸 고유의 발사체다. 그동안 우리 위성은 모두 외국의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했다.
누리호 성공으로 이제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발사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자력 발사 능력 보유국으로는 10번째, 무게 1톤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 능력으로는 7번째 국가로 등극하며 우주선진국에 진입했다.
“2030년 항공 분야 7대 강국 역량 구축”
문 대통령은 10월 20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아덱스 2021)’ 개막 행사에 참석해 “2030년대 초까지 전투기를 비롯한 다양한 유·무인 항공기 엔진의 독자개발을 이뤄내 ‘항공 분야 세계 7대 강국’의 역량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현 정부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방위산업과 항공우주산업 성과를 확인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 참석에 앞서 수원 공군기지에서 국산 전투기 FA-50 1호기에 탑승해 제8 전투비행단 항공작전대대 조종사 박훈방 비행대대장과 함께 천안 독립기념관과 서울 현충원·전쟁기념관 상공을 비행한 뒤 성남공항에 착륙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오늘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국산 전투기에 탑승해 우리 하늘을 비행했다”며 “우리 기술로 개발한 FA-50의 늠름한 위용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곳 실내 전시장에는 드론, 로봇, 우주장비, 레이저 무기 등 미래 방위산업을 이끌어갈 무기체계가 전시돼 있다”며 방위산업 역량을 과시했다. 이어 “미래 전쟁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초일류 ‘게임 체인저’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며 “강한 국방력이 목표로 하는 것은 언제나 평화”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방위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물샐 틈 없이 지키는 책임국방의 중요한 축”이라며 “안보산업이면서 민수산업과 연관돼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국가 핵심전략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위산업에서도 ‘빠른 추격자’에서 ‘미래 선도자’로 나아갈 때”라며 “2026년까지 방위력개선비 국내지출 비중을 80% 이상으로 확대하고 부품 국산화 지원도 지금보다 네 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