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된 가운데 11월 1일 서울 송파구 한 먹자골목에서 시민들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
내수 진작 지원 정책은?
2021년 7~8월에 급랭했던 민간소비(내수)는 다행히 3분기 마지막 달인 9월부터 뚜렷한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서비스업 생산(계절조정 기준)이 전월보다 1.3% 증가하는 등 내수 경기 관련 지표들의 호전이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과 백신 접종 확대 등의 효과로 보인다. 대표적인 대면 서비스업인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한달 만에 무려 10.9%나 늘었다. 6월(2.5%) 이후 석 달 만의 반등으로 증가 폭은 2021년 2월(20.8%)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7월(-0.5%)과 8월(-0.8%)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9월에는 2.5% 상승세로 돌아섰다. 업태별 판매액은 백화점(22.1%), 면세점(18.6%), 전문소매점(12.5%), 편의점(6.7%), 무점포소매(6.2%) 등의 차례로 증가율이 높았다.
4차 확산세에도 소비자심리지수 상승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도 낙관적이다. 한국은행이 현재 가계의 생활 형편과 6개월 뒤의 수입 및 지출 전망까지 조사해 산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월에 106.8를 기록해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100을 기준값으로 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낙관적인 전망이 더 많음을 나타내고 낮으면 그 반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 1차 확산기(2020년 1~4월)에는 31.5포인트, 2차 확산기(2020년 8~9월) 8.3포인트, 3차 확산기(2020년 11~12월)에는 각각 7.8포인트 하락했다. 7월 이후 4차 확산기에는 8월까지 두 달 동안 7.7포인트 떨어졌다가 9월부터 다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4차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소비자심리지수가 상승하는 것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 체계 전환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미리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11월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 방역 체계는 내수 경기 활성화의 분수령이 될 듯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재정관리 점검회의를 열어 11~12월 두 달 동안 중앙정부 잔여 예산 101조 원 등을 차질없이 집행해 내수 경기 보강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특히 민간소비 촉진, 고용 회복 흐름 유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재정을 통한 거시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올해 남은 기간에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경기 회복세 보강과 민생경제 활력 제고를 반드시 이끌어야 한다”며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으로 내수 활성화를 적극 도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정부와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생소비지원금 소비 진작 기대 효과
가장 급한 재정 지출 소요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손실 보상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집합금지나 영업시간 제한 명령을 받아 손실이 발생한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는 이번에 처음 시행됐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포함해 2조 4000억 원의 예산을 마련해 약 80만 소상공인 또는 소기업 사업체를 대상으로 2021년 3분기에 발생한 영업손실의 80%를 보상하는 것으로 시행 안을 짰다.
매출과 영업이익 비교 기준 시점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이다. 보상금 신청 접수와 지급은 10월 27일 온라인 창구에서부터 시작했다. 11월 3일에는 전국 시·군·구의 오프라인 창구도 일제히 열었고 11월 10일부터는 현장 ‘확인 보상’을 위한 신청과 이의 제기 절차도 진행 중이다.
이번 손실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업종에 대해서는 정부가 낮은 이자로 목돈을 대출하거나 매출 회복을 지원하는 등 업종 특성과 수요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11월 중 따로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
11월 15일 첫 지급이 시작된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은 곧바로 소비 진작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인책이다. 상생소비지원금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월간 결제 금액이 2분기의 월평균보다 늘어난 사람에게 증가 분의 10%, 월 최대 10만 원까지 돌려주는 현금성 충전금이다. 정부는 캐시백 지원을 위한 예산으로 7000억 원을 마련해 연말까지 집행한다. 캐시백 지원을 원하면 9개 카드사 중 하나를 전담카드사로 지정해 해당 카드사에 신청하면 된다.
신청 일자와 상관없이 10월 1일 이후 사용분부터 인정된다. 전담카드사는 사용 실적 합산과 누적 캐시백 산정과 예상 지급액 등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기재부는 10월 중 캐시백 지원 신청자 수가 1488만 명, 충전액은 3035억 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10월 사용 실적은 11월 15일 지급됐고 11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쌓인 캐시백을 12월 15일부터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21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 첫날인 11월 1일 대구 신세계백화점을 방문해 행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9대 소비쿠폰도 연말 경기회복 주춧돌
11월부터 전면 사용을 재개한 9대 소비쿠폰도 해당 업종의 연말 경기를 돋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분야의 수요 진작을 위해 2020년 3차 추경부터 2021년 본예산과 2차 추경에 걸쳐 모두 5528억 원의 소비쿠폰 재원을 확보했으나 방역 상황 악화로 2020년 11월 이후 숙박·여행·체육·영화·전시·프로스포츠 관람 등 여섯 가지 쿠폰은 사용을 전면 중단했고 외식·공연·농수산물 등 세 가지 쿠폰도 온라인 같은 제한적 사용만 가능한 상태였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 방역 체계 전환에 맞춰 정부는 연말까지 잔여 예산 2282억 원을 투입해 모든 쿠폰의 사용을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전면 재개했다. 제휴 신용카드나 지역화폐 사용과 연동된 외식쿠폰은 2만 원 이상 음식을 세 번 주문하면 네 번째에 1만 원을 돌려주는 방식이고 체육쿠폰은 실내체육시설 이용료에 대한 월 3만 원의 할인 혜택이 있다.
영화쿠폰을 받으면 멀티 플렉스와 독립 영화관에서 구매하는 표 1장 당 6000원을 준다. 전시쿠폰은 미술관 입장료에 대해 최대 5000원, 박물관 입장료와 교육·체험 프로그램은 최대 3000원을 할인해준다. 공연쿠폰은 온라인 예매시 티켓 가격을 8000원 할인해주며 여행쿠폰은 공모로 선정된 국내 여행 상품을 예약과 동시에 미리 결제하면 40% 할인 혜택이 있다. 온라인 여행사 50여 곳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숙박쿠폰은 숙박비 7만 원 초과 시 3만 원, 7만 원 이하는 2만 원 할인을 적용한다.
▶서울 중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줄서서 주문을 하고 있다. | 한겨레
내수 활성화는 더 강한 경제 회복의 힘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활성화는 경기 변동성을 줄이고 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어엿한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선진국답지 않게 민간소비 비중이 왜소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안에서 비교해 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는 48.5%로 38개 회원국 평균(54.8%)보다 훨씬 낮다. 민간소비 규모나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다.
인구 수 5000만 명을 넘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의 국가를 뜻하는 이른바 ‘50-30’ 클럽에서는 우리나라의 민간소비 비중이 최하위다. 2017년에 전 세계에서 7번째로 이 클럽에 진입하며 양적, 질적으로 경제 대국 반열에 올라선 국가로서 왜소한 민간소비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민간소비 비중은 더 축소됐다. 2020년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46.5%로 떨어져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3분기에는 46.1%로 더 떨어졌다.
이는 민간소비 주체인 가계의 지출 능력이 약화한 탓이 아니다. 오히려 가계순저축률은 2019년 6.9%에서 2020년 11.9%로 폭등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순저축률은 세금과 사회보험금, 이자 등을 제외하고 개인이 쓸 수 있는 모든 소득(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를 하고 남은 돈의 비율이다. 가계순저축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결국 가계의 여유 자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정부는 늘어난 가계 자금이 내수 활성화, 나아가 더 강한 경제 회복의 에너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재정과 수출이 경제의 버팀목이었다면 앞으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끄는 힘은 민간소비에서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양극화와 불평등의 골도 민간소비 확장으로 메우는 게 더 바람직하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