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R&D 어디에 얼마 투자하나
국가연구개발(R&D) 예산 30조 원 시대가 다가온다. 정부는 2022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29조 8006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이는 2021년 27조 4005억 원 대비 8.8%인 2조 4001억 원 늘어난 것이다. 2017년 19조 5000억 원이었던 국가연구개발 예산은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약 10조 3000억 원 늘었다.
분야별로는 과학기술·통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국방 등 3개 분야에 R&D 예산의 74.1%를 집중 투자한다. 과학기술·통신 분야에는 2021년보다 7.3% 늘어난 9조 6300억 원을,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는 10.2% 늘어난 7조 4800억 원을, 국방 분야에는 13.0% 늘어난 4조 9600억 원을 배정했다. 또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및 국민안전 투자 확대를 위해 환경(13.0%↑), 문화·체육·관광(19.0%↑), 공공질서 및 안전(23.6%↑)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기초·원천·전략기술 R&D 투자 확대
정부는 한국판 뉴딜, 미래 주력산업, 프론티어형 전략기술, 도전적 기초연구 등 신산업과 미래산업의 선도적 지위 도약을 위한 전략 R&D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한국판 뉴딜 ▲빅3(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소재·부품·장비 ▲감염병 ▲국민안전 ▲우주·항공 ▲넥스트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국정과제(기초연구, 중소기업 R&D) ▲혁신 인재 ▲국제협력 등 10대 투자 중점을 선정해 2021년 11조 4000억 원에서 12.8% 늘어난 12조 8000억 원을 집중 투자한다.
먼저 한국판 뉴딜 2.0 고도화 및 미래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예산을 48.1% 대폭 늘린다. 2021년 1조 1000억 원인 디지털 뉴딜 예산은 1조 7000억 원으로, 1조 3000억 원인 그린 뉴딜 예산은 1조 9000억 원으로 늘린다. 미래 주력산업인 빅3 분야에서 ‘선도자(퍼스트무버)’로 도약하기 위해 R&D 지원을 2조 8000억 원으로 4000억 원 확대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는 미래 선도 품목 65개를 발굴하고 국산화를 넘어 새로운 공급망 창출과 신시장 선점을 위해 2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
코로나19 시대 국민안전을 지키기 위한 예산으로는 ‘감염병 연구와 방역체계 고도화’에 5000억 원을 편성해 향후 신·변종 감염병 유행에 사전·선제 대응한다. 재난·재해 및 치안·안전관리의 혁신을 통해 국민의 생활과 생명을 지키는 국민안전 R&D에는 1조 7000억 원을 투입한다.
우주·항공, 넥스트 D.N.A. 등 ‘도전적 프론티어형 R&D’ 투자도 9200억 원에서 1조 2800억 원으로 확대한다. 우주발사체 독자 개발 및 세계 일곱 번째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뉴 스페이스’ 대응 민간참여 확대 등 우주 분야 투자를 위해 8000억 원을 지원한다. 차세대 정보기술(IT)·나노기술(NT) 시장을 선도할 양자·6세대(G) 및 플랫폼 신기술 분야에 4000억 원을 투입한다.
인력 양성과 국제협력을 통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에 2조 5500억 원을, 중소기업 전용 R&D에 2조 5300억 원을 집중 투자한다. 모두 2017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국정과제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또 기술 분야, 글로벌, 지역 등 핵심분야 맞춤형 고급 인재 양성에 7000억 원을 투입한다. 국제공동연구, 인력교류,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해외 우수 인프라·인력의 공동 활용과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6000억 원을 지원한다.
GDP 대비 정부 R&D 투자 세계 1위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정부 총지출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으로 3년 연속 늘리면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R&D 투자 세계 1위, 국가 전체 R&D 투자 세계 2위의 연구개발 투자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기획재정부가 분석한 2022년 GDP 대비 정부 R&D 투자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가 1.09%로 가장 높았다. 노르웨이가 1.02%로 2위, 독일이 0.98%로 3위, 덴마크가 0.88%로 4위, 핀란드가 0.84%로 5위였다. 또 GDP 대비 정부와 민간을 합한 국가 전체 R&D 투자 비율은 이스라엘(4.94%) 다음으로 우리나라(4.64%)가 높았다. 이어 대만(3.46%), 스위스(3.29%), 일본(3.24%) 순이었다.
정부의 R&D 예산 확대는 코로나19 극복 등 당면한 문제 해결과 중·장기적 국가경쟁력·성장잠재력 확충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단기적으로 일본 수출 규제, 코로나19 등 국가 위기 상황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나아가 비대면·디지털화, 탄소중립 등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될 산업·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 한국판 뉴딜과 빅3 분야에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정부의 R&D 투자 확대에 힘입어 국제과학논문인용색인(SCI) 논문, 국내외 특허출원 등 과학기술 분야 성과가 가시화됐다. 세계 2위로 평가받는 과학 인프라를 포함한 R&D 분야의 높은 경쟁력이 국가경쟁력 상승을 견인하는 것이다. 특히 불화수소가스, 불화폴리이미드 등 소재·부품·장비 핵심품목 대응,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 등 R&D 결과물이 산업과 삶의 현장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국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정비 및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기획평가관리비 사업 개편을 통해 R&D 예산의 효율화 작업도 함께했다. 정부는 “그동안 분산됐던 기획 평가 관리비를 기관·회계별로 통합 편성해 208억 원 감축하는 한편 일괄 관리를 통한 운영 효율화 등 제도 개선도 병행해 추진했다”고 밝혔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