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산업 지원 정책
산업통상자원부 발표를 보면 8월 수출 총액은 532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4.9% 증가했다. 1956년부터 무역통계를 집계한 이래 8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8월 하루 평균 수출액도 23억 1000만 달러로 같은 달 기준 사상 최대다.
8월 실적의 새로운 역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1년 3월부터 6개월 연속 ▲월간 수출액 500억 달러 돌파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증가율 10% 이상 ▲해당 월의 역대 1위 수출 기록 경신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아울러 연간 수출 실적 두 번째 6000억 달러 돌파는 물론 역대 최대 기록도 갈아 치울 기세다.
수출 양적 증가와 함께 질적 개선
수출의 양적 증가보다 더 고무적인 현상은 질적 개선이다. 과거 수출 호황기에는 소수 특정 품목의 활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2021년 수출은 모든 품목이 고르게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 품목의 구성(포트폴리오)이 탄탄해졌다. 실제로 8월에는 사상 최초로 15대 수출 상위 품목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 품목이 석 달째 증가세를 이어가는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다. 전체 수출 품목 중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는 14개월 연속 증가세인 가운데 5월 이후 4개월 연속 월간 수출액 100억 달러 이상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선 달은 2021년 5~8월을 제외하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진행되던 2018년 3월, 5~11월뿐이었다.
석유화학 제품과 일반기계류도 제조업과 건설 등 전방산업의 전 세계적 수요 증가에 힘입어 8월 수출이 역대 1위 또는 2위의 실적을 거뒀다. 자동차는 친환경차 등 고가 차종의 수요 증가로 8월까지 모든 달의 수출액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농수산식품 등 유망 신산업 분야의 1~8월 누계 수출액도 역대 최대치다. 화장품 수출도 2020년 75.6%에 이어 8월까지 59.6%라는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며 우리나라가 화장품 수출 상위 5위 국 반열에 들어섰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비롯한 의료용 진단제품 수출 순위도 2019년 세계 20위에서 2021년 7위로 도약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부문이 수출 증가세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석유화학과 일반기계 등 경기 민감 품목이 튼튼한 허리가 돼 주면서 바이오헬스와 이차전지 등 유망 품목들은 급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장관은 “최근 발표된 주요 시장조사 보고서를 보면 반도체, 조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기차용 배터리 등 전통 주력 산업과 유망 신산업 모두 셰계 시장 점유율 선두권에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제조업의 높은 대외경쟁력이 지금까지 수출 성과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대상 지역의 다변화를 통한 저변 확대도 눈여겨볼 성과다. 수출 대상 지역별 8월 수출 증가율을 보면 미국(38.1%), 중국(26.8%), 유럽연합(EU 41.3%) 등 9대 주력 시장으로 수출이 모두 고르게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인도 등 신남방 정책 대상 국가로 수출은 최근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 조치와 현지 생산기지의 가동 차질 우려에도 역대 8월 수출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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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
우리나라 수출 호조는 세계 경기 및 교역의 회복과 맞물려 있다. 이는 수출 여건 개선의 일시적 요인일 뿐이다. 그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경제·사회구조 대전환이 가속화하는 흐름을 중장기 수출 경쟁력 강화로 연결시켜야 한다. 비대면 경제의 활성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국제 통상 규범과 교역 질서에 격변이 일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는 주력 수출 품목의 구조 전환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제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놓았다. 한국판 뉴딜의 축인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주요 과제도 중장기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와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빅(BIG)3’ 산업 육성 전략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혁신성장 추진 회의에서 빅3 산업 육성에 투입할 2022년 예산을 2021년보다 43% 늘려 6조 3000억 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국내 빅3 산업이 하루 빨리 세계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굳건히 할 수 있도록 재정·세제·금융·제도 등 모든 지원 수단을 강화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급 생태계를 구축하고 차세대 이차전지 생산 1등 국가로 올라서며 2025년까지 백신 생산 세계 5위 내 진입이 빅3 추진 전략의 목표다.
2022년 예산 사업으로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검사·정비 인프라 확충 및 전문인력 양성 방안’을 추진한다. 2025년까지 전기차 정비소 3300곳, 수소차 검사소 26곳 이상 구축할 계획이다. 또 전문대 자동차학과 교육과정을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존 정비책임자의 정기교육 의무화 등으로 2024년까지 4만 6000명을 미래차 검사·정비 인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검사 기술과 장비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혁신형 바이오기업 육성 본격화
바이오헬스 분야 제조업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할 혁신형 바이오기업 육성도 2022년부터 본격화한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화장품까지 포함하는 바이오헬스 제조업은 수출이 급증하고 2020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도 약 2.5% 수준으로 높아지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이차전지처럼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준의 규모와 역량을 갖춘 기업은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혁신형 바이오기업의 엄선과 집중 지원으로 2030년까지 8개의 선도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잡았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각각 2개, 화장품 4개씩이다. 선정된 혁신형 바이오기업에는 대구 경북,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보유한 기반시설과 결합해 공동 R&D를 추진하고 여기에 1000억 원 규모의 전용 정책펀드 조성도 검토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매출 총액이 3년 만에 세계 1위를 회복했고 이차전지 배터리 기업들도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으며 흑자로 전환했다. 바이오헬스 산업도 2020년에 10대 수출 품목으로 진입하는 등 빅3 산업 육성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미래 유망 산업의 성장은 당장의 경기 회복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미래 우리 수출 산업의 핵심 경쟁력과 경제성장의 동력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