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월 15일 서울 중구서울중앙우체국에서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제12차 디지털 뉴딜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메타버스 시대 개인·기업·정부의 역할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는 혁명이다.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확산되고 기술혁신이 지속되고 기업의 투자도 급증하면서 메터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간·시간·공간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과 관성을 넘어선 새로운 전략적 구상이 필요하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국책연구기관) 지능데이터연구팀장(박사)은 “놀라운 미래를 대비한 메타버스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분야에 인간·시간·공간을 결합한 새로운 메타버스 경험을 설계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합범용기술 기반인 메타버스 시대에는 현실의 나, 가상의 나, 제3의 인물 등 새로운 인간의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 시공간을 초월한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게임과 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소통 영역에서 현재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되는데 이제 막 확산되는 단계로 전 산업과 사회 영역에서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는 “메타버스가 촉발하는 변화의 폭과 깊이가 매우 크다. 향후 메타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게임, 생활·소통 분야를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 산업과 사회혁신 방안 모색 등 기회 발굴을 위해 경제 주체들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기업·정부에 각각 메타버스 기회 활용을 강조했다.
2D 창작자가 3D 창조자로 진화
개인에 대해서는 “메타버스 시대에 부상하는 신직업, 창업, ‘부캐’(가상세계에서 자신의 부캐릭터) 인생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활용해야 한다”며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게임 개발자, 가상 의상 디자이너, 가상 건축가 등 다양한 직업이 생성 중이다. 2차원(2D) 웹 시대에서 블로거, 유튜버 등 창작자(크리에이터)가 3차원(3D) 메타버스 시대의 창조자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유튜버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개인에게 기회의 장이 된 것처럼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개인이 만들어가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 미국 기업 로블록스 내에는 700만 명의 창작자가 스튜디오를 활용해 전업이거나 부업으로 게임을 개발한다. 국내 네이버제트(Z)의 메타버스 가상공간 ‘제페토’에도 6만 명의 창작자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도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생산성 혁신과 협력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여기고 있다.
“현재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메타버스 업무 플랫폼을 활용 중이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데 활용하려고 검토하고 있다. 전 산업에 걸쳐 가치 공급 사슬별로 메타버스 환경을 활용한 생산성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국방·교육·유통 등 산업별로 메타버스 경험을 디자인해 생산성을 혁신해야 한다.”
고객 응대와 홍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디지털 휴먼을 활용하고, 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메타버스 플랫폼과 협력해 새로운 디지털 자산으로 재구성하고 판매하는 메타버스 경험을 혁신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은 메타버스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산업 혁신·협력 네트워크를 재구성하면서 변화하는 소비자 행동에 대응한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콘텐츠 전략을 메타버스 시대에 맞춰 재해석하고 진화시켜야 한다.”
소수의 전문 강사가 수많은 수강생을 상대하기 어려운데 메타버스 방식을 활용하면 교육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훈련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의료에서도 모의 환자와 마네킹을 활용한 방식에서 메타휴먼을 활용한 임상·진료수행평가 등을 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정책적으로 1인 메타버스 창작자 양성을 강화하고, 메타버스 창업 공간에 대한 정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이 팀장은 권고했다.
2D 기반 ‘전자정부’를 3D 기반 ‘가상정부’로
그는 정부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공공·사회혁신 방안을 설계·검토하고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의 위험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분야별 공공 인프라·서비스를 메타버스로 전환할 수 있을지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정책 효과를 제고하는 메타버스 정부(Metaverse Government)로 전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민원 관리, 과학관, 도서관, 미술관, 국립대학, 공공의료 등에서 메타버스 시대에 국민에게 혁신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방안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가상 국가를 구현해 데이터 기반의 정책을 수립하고 예견적 대응 체계를 확립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는 ‘버추얼 싱가포르’로 다양한 국가 정책 이슈를 모의실험(시뮬레이션)해 결과를 예측하고 이를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교육, 의료 등 정책이 당면한 큰 문제를 해결 미션으로 설정하고 메타버스를 도입해 해법을 탐색해야 한다. 기존 오프라인 대학에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교육 생산성을 높이고 모든 대학 생활이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지는 ‘메타버스 대학’ 설립도 구상해볼 만하다. 행정 부문은 기존 2D 기반 ‘전자정부’를 3D 기반 ‘가상정부’로 진화해 누구나 쉽게 가상에서도 실제와 같은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 부문에서는 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의료 훈련과 자격 시험에 메타버스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
메타버스 시대의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디지털 휴먼 기술에서 부정적 활용을 방지할 법·제도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반면에 공익적 활용을 확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 작품, 이미지, 동영상, 게임 아이템 같은 디지털 파일을 토큰으로 가치를 매겨 가상 자산화한 ‘대체 불가능 토큰’(NFT)을 대상으로 한 투기·해킹·사기 가능성에 대응하고, 위작·저작권 이슈에 대응한 보증·검수·인증 시스템을 마련하고 보완해야 한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