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3일 전주시 완산구 더뮤지션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청년의 날 기념 ‘청춘마이크’ 랜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청년소통 프로그램 ‘4시 talk talk : 수취인분명’ 지상 중계
“청년은 밸런스 있는 삶이 필요해! 청년 여러분의 고민을 듣겠습니다. 토크 토크 토크(talk talk talk).
고민으로 두드리면 경험으로 답하는 여기는 ‘4시 토크 토크(talk talk) : 수취인분명’ 네 명이서 문을 함께 엽니다.”
제2회 청년의 날을 기념해 2021년 9월 16일 마련된 청년소통 프로그램인 보이는 라디오 ‘4시 talk talk: 수취인분명’ 현장.
밸런스 게임으로 알아본 청년들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밸런스 게임은 두 개의 선택지를 두고 고르는 퀴즈 게임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여러 추가 조건을 달아 고민하며 문제를 푸는 묘미가 있다. 청년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의견과 사연을 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으로 알아보는 시간이다.
8월 30일~9월 6일, 8일 동안 오늘을 사는 청년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일자리·주거·복지 세 분야로 나눠 밸런스 게임을 했다. 약 1000명의 청년이 선택한 게임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아나운서 김정과 개그맨 강석일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토크쇼에는 청년정책 통합 플랫폼인 온라인청년센터의 박규수 기획운영팀장과 2030 대표로 뽑힌 현상희 씨가 일일 멘토로 함께 자리했다.
1. 일자리 밸런스 게임
내가 입사하고 싶은 회사 고르기
A.연봉은 높지만 매일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내 삶이 없는’ 회사
B.워라밸은 좋지만 최저임금의 ‘비전 없는’ 회사
첫 번째, 일자리 밸런스 게임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20대 청년의 사연부터 소개했다. “급여가 낮아도 편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회사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첫 직장에 입사했다. 그런데 월급이 밀리다보니 회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과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나중에는 ‘아, 내가 이 정도였나?’라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사장님은 자꾸 개인적인 일로 소환하고 나중엔 하소연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 좋지 않는 모습으로 퇴사했다”며 첫 직장의 씁쓸한 경험을 털어놨다. 그렇기에 사연자는 “최저 시급에 비전도 없는 곳은 편할지 몰라도 업무적으로 배울 게 없고 스스로 바보같이 느껴졌다”며 “어차피 돈을 벌어야 한다면 몸이 힘들어도 좀 더 높은 연봉을 선택하는 게 스스로에게 보상이라도 될 것 같다”고 A를 선택했다.
김정 아나운서는 사연자의 의견을 듣고 그가 말한 자존감의 문제에 공감을 표했다. 박규수 팀장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그 회사에 모여 있을 거다. 회사 사람들과 같은 목표나 같은 생각을 가지면 충분히 그 회사에서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B를 선택한 사연을 들어봤다. “건강을 잃으면 돈은 아무 소용없잖아요.” 번아웃(정신·육체적으로 지친 상태)에는 장사 없다고 생각하는 30대 청년의 사연이다. 그는 야근과 주말 출근이 잦은 회사에 다녔다. “직무 특성상 해외 지사와 회의가 많았다. 남들 퇴근하는 저녁 6시가 내겐 가장 바쁜 시간이었고 회의가 길어지면 다음날 새벽에 퇴근할 때도 있었다. 퇴근하면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잠들기 바빴다. 결국 대상포진에 공황장애 증상까지 나타났다.” 고액 연봉의 회사를 그만둔 청년은 “최저임금이어도 워라밸이 보장되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며 돈과 성공보다 나를 선택한 결정에 만족했다.
이에 현상희 청년멘토는 과거 무역회사를 다녔던 경험을 비추며 “개인적인 발전도 중요하지만 본인 삶을 위한 개인 시간도 필요”하다는 응원의 말을 전했다. 김정 아나운서는 “내가 그 일을 얼마나 하고 싶은지 선택이 달린 것 같다”며 퇴근길에 다시 보도국으로 불려왔던 뉴스 앵커 시절이 싫지 않았다며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규수 팀장은 “워라밸이나 임금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청년들의 일자리 지원책을 소개했다. 우선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2030 사회초년생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 내일채움공제’ 제도가 있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재직하는 청년들의 장기 재직과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한 제도다. 2년 이후에 ‘1200+a’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우수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청년 친화적인 기업을 선정하고 인증한다. 임금·워라밸·고용안정성 세 분야를 평가해 매년 약 2000개 중소기업을 발표한다. 온라인청년센터 누리집(youthcenter.go.kr)에 방문하면 나에게 맞는 청년정책과 기업을 찾을 수 있다.
1000명이 참여한 일자리 밸런스 게임의 투표 결과는? 과반수를 조금 웃도는 57.8%가 ‘높은 연봉, 매일 야근, 주말 출근’하는 A를 선택했다. ‘좋은 워라밸, 최저 임금, 비전 없는’ B 선택도 42.2%나 나왔다. 비등비등한 결과에 현상희 청년멘토는 “개인의 가치관 차이”로 보이며 “각자의 선택이 심신 안정의 기초가 되는 것”같다고 내다봤다. 개그맨 강석일도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상한 거 아니”라고 덧붙였다.
2. 주거 밸런스 게임
당장 일주일 안에 이사해야 한다면?
A.월세 전액 지원 되는 반지층 원룸
B.‘내돈내산’ 비싼 풀옵션 오피스텔
두 번째, 주거 밸런스 게임이다. “청춘들에겐 이른바 주거 그랜드 슬램으로 불리는 반지층 원룸, 옥탑방, 창문 없는 고시원을 모두 섭렵해봤다”는 개그맨 강석일은 힘들었던 그때가 떠올랐는지 고민 없이 B를 선택했다. 지금의 청년 생각을 들어봤다.
“사회인이 되면서 일과 독립, 사회안전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는 20대 청년은 월세가 전액 지원되는 반지층 원룸인 A를 선택한 사연을 들려줬다. “독립했지만 현실적으로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했다. 언젠가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있다. 나에게 집은 잠만 자는 곳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잠시 머무는 집이라면 월세가 전액 지원되는 곳이 낫다. 그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 청년의 사연에 개그맨 강석일은 “요즘 청년들은 집이라고 안 부른다. 방이라고 부른다. 내 짐이 있는 곳, 내 침대가 있는 곳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고 달라진 집에 대한 개념을 짚었다. 박규수 팀장도 회사의 젊은 후배들을 보면 “퇴근해서 잠깐 자다가 다시 아침에 출근하는 의미가 강한 것 같다”며 최근 청년들의 주거비용 고민에 공감했다.
‘내돈내산 풀옵션 오피스텔’을 선택한 청년의 사연도 들었다. “사회 초년생 때 반지하 원룸에서 살았다. 햇볕이 들지 않는 환경은 나를 우울하게 했다. 내 집은 지나다니는 사람들 신발만 보이는 신발장뷰였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개미부터 밤에는 행인들의 소음, 장마 때 창문부터 벽으로 퍼지는 곰팡이는 정말 악몽이었다. 집 환경이 내 삶의 컨디션을 좌우한다는 걸 살아보고 배웠다.”
현상희 청년멘토도 ‘집이 아니라 방’에 살고 있다는 표현에 큰 공감을 드러냈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깨끗하고 쾌적한 집을 원하게 됐다”며 청년주택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규수 팀장은 청년들의 보금자리 문제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청년주거급여 분리지급,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 등이다.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등 지차체도 다양한 청년 주거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자세한 정보는 온라인청년센터에서 주거, 금융 유형을 선택해 검색해보면 나온다.
주거 밸런스 게임의 1000명 투표 결과는 전액 월세 지원받는 반지하 원룸을 선택한 청년들은 42.1%였다. 나머지는 좋은 주거 환경을 우선시했다. 57.9%가 돈이 들어도 풀옵션 오피스텔을 선택했다. 이 결과에 대해 현상희 청년멘토는 본인도 원룸에서 5년째 산다며 “2년 계약 기간이 주는 부담감과 환경에서 오는 예민함에 B를 좀 더 많은 청년이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상희 청년멘토는 “청년 주거 지원에 세 번이나 신청했는데 다 광탈했다”는 또 다른 사연도 소개하며 장기적으로 “잠시 머물 곳이 아닌 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지원, 1인 가구 청년을 위한 현실적인 주거, 2룸 이상의 행복주택도 청년에게 배정해달라”는 목소리를 들려줬다.
3. 복지 밸런스 게임
정부의 복지지원금 적립카드를 선택한다면?
A.식당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100만 원
B.사용 제한 없는 80만 원
세 번째, 복지 밸런스 게임이다. 복지 밸런스 게임은 B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투표에 참여한 1000명 가운데 식비로 제한한 100만 원 복지카드 A를 선택한 청년은 25.3%에 불과했다. 4명 중 3명이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B 복지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실제 사연을 통해 청년의 생각을 들어봤다. “지속적인 복지정책을 위해 식비 지원만 하는 게 옳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행복을 위한 게 복지 아닌가.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식비로 치중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쓸 수 있는 것이 좋다고 본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박규수 팀장은 청년이면 받을 수 있는 지원에 대해 알찬 정보를 알려줬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을 들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 대상으로 분기별로 25만 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또 2019~2020년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했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도 소개했다. 2021년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로 변경돼 확대 적용 중이다. 지원금뿐 아니라 청년들의 정신·신체적 건강 지원도 있다. ‘마인드링크’는 마음이 힘들거나 스트레스로 지친 청년들을 위한 상담 지원 서비스다. 이 또한 온라인청년센터에서 알아볼 수 있다.
토크쇼는 함께했던 수취인 네 명이 답장을 전하며 마무리됐다. 사연에 따라 맞춤 정책을 소개해준 박규수 팀장은 “첫 번째 일자리 사연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며 “어려운 시기지만 도전이라는 단어에 맞게 꿈과 목표를 갖고 취업에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현상희 청년멘토는 “신발장뷰 사연자에게 특히 공감했다”며 “반지하 원룸을 탈출해 깨끗한 곳에서 건강하길” 희망했다. 개그맨 강석일은 “청년들이 적절하게 의지할 수 있는 정책이 준비돼 있다”며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김정 아나운서의 마지막 외침으로 4시 토크는 문을 닫았다.
“괜찮아요,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