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역사상 이보다 빛날 순 없었다 옛것들 지켜야 계속 전 세계 열광시킬 것”

2021.09.13 최신호 보기
▶영화 <기생충>

한국학 대가 마크 피터슨 교수가 말하는 K-컬처의 힘
“한국 문화 역사상 그리고 한류 역사상 이보다 빛날 순 없었다.” 한류가 글로벌 흐름(트렌드)을 이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한류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힘을 주며 전 세계를 열광시켰다. K-컬처는 영화·음악·드라마·스포츠·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한류 열풍을 몰고 오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방탄소년단(BTS),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국악밴드 ‘이날치’, K-푸드의 세계 확산, 스포츠의 손흥민·류현진 선수 등 코로나19 속에서 빛났기에 점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값졌다.
세계는 왜 이토록 한류에 열광하는 것일까?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K-팝 연구로 음악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영대 음악평론가가 ‘왜 세계는 K-컬처에 열광하는가’를 주제로 한국학의 대가 미국 브리검영대학 마크 피터슨(Mark Peterson) 석좌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영화 <미나리>

-교수님은 우리나라 문화가 지금처럼 전 세계 화제의 중심에 서기 훨씬 전부터도 관심을 갖고 연구했습니다. 한류의 시작은 언제일까요?
=한국 문화의 이 같은 폭발적 성장은 과거에서 단초를 발견할 수 있죠. 가령 1950년대 김 시스터스는 미국에서 아주 유명한 그룹이었으니까요. 더 거슬러 올라가볼 수도 있죠. 연예 혹은 여흥은 한국인들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영역입니다. 판소리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르가 아니라 전통적인 가창 음악이죠. 영화 〈서편제〉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유래한 탈춤은 드라마적인 성격에 있어서 〈사랑의 불시착〉과 같은 최근 빼어난 한류 드라마의 씨앗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과 같은 모습의 한류를 처음 인지한 건 언제였나요?
=고백하자면 처음엔 무시했어요. 역사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류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에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인기를 끌자 진지하게 한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댄싱퀸〉 뮤직비디오를 보고 반해버렸어요. 음악이 역동적일 뿐 아니라 아름다운 멜로디와 매혹적인 안무를 갖고 있었죠. 그 시점에 내가 가르치던 한국학 개론 수업의 학생 수도 늘어났습니다. 일시적 유행이 아니구나 싶었죠.

▶방탄소년단│한겨레

-당시 교수님이 목격했던 한류와 지금의 한류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양적으로 매우 성장했고 질적으로는 성숙해졌습니다. 더 많은 가수와 더 훌륭한 드라마와 영화가 나오고 있죠. 특히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입니다.

-한류가 우리나라 정부의 도움으로 더 크게 성장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K-컬처는 본질적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의 영역이죠. 하지만 정부가 발전을 촉진시킨 것은 사실이고 그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정부의 입장에서 한 나라의 소프트파워는 중요한 외교 영역입니다. 한국을 향한 일본인들의 편견과 부정적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건 K-팝과 K-드라마입니다. 소녀시대는 한국 걸그룹으로서는 최초로 일본에서 여러 상을 받고 큰 인기를 모았죠. 드라마 〈겨울연가〉 역시 한국에 대한 일본의 편견을 누그러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문화가 왜 이렇게 국제적 관심을 끌까요? 우리나라 문화만이 가진 힘이나 다른 어떤 정치, 사회적 맥락이 있을까요?
=이것이야말로 전통적 의미의 소프트파워입니다. K-컬처가 가진 힘은 한국 전통에 이어내려오는 창조적 천재성을 전 세계에 보여줌으로서 가난과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욕망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기생충〉이나 〈미나리〉 등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 콘텐츠에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했나요?
=한국 영화 성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정직함과 진솔함입니다. 〈기생충〉 속 부유층과 빈곤층이 겪는 고난과 삶의 애환, 〈미나리〉 속 이민자들의 희망과 꿈의 이야기들은 그 안에 모두 진솔함을 담고 있습니다. 보편적 이야기들을 솔직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 겁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역시 분단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싶은 나라의 희망을 진솔하게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 문화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고유의 근대화를 향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 근본은 무엇일까요?
=한국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이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할 때 한국인의 내면에 엄청난 욕망이 자리 잡기 시작했을 겁니다. 나는 늘 한국을 ‘로드니 데인저필드(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같은 나라’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의 유행어 중 ‘나는 항상 푸대접이야!(I don’t get no respect)’라는 말이 있는데 과거에 무시 받고 존중받지 못했던 한국이 느꼈을 만한 심정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세계적인 명소가 됐어요. 서울 강남은 미국 뉴욕의 5번가보다 훨씬 멋지고 고급스러운 곳이 됐죠.

-주제를 바꿔서 이번엔 K-팝에 관해 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이 꼽는 K-팝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K-팝은 대단히 호소력 있는 음악입니다. 음악, 리듬, 아름다운 여성과 남성의 비주얼 등 모든 것이 효과적입니다. 종종 지나치게 만들어졌다거나 가공됐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우 창조적입니다. 이처럼 삶의 영감을 주는 창조성은 그것이 지닌 단점을 압도할 수 있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K-팝을 한국적이지 않은 것을 전시하고 한국을 없애는 방식으로 보편성을 획득했다고도 보는데요.
=맞아요. 언뜻 보기에 그 안에 한국적인 건 없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 음악은 늘 강렬한 목소리에 기반을 뒀고 K-팝은 그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판소리가 독창이었다면 K-팝은 여러 가수와 정교한 편곡과 음악성을 내세우는 음악이에요. 한국의 전통 무용은 정적이고 고요하면서도 맹렬한 흥을 갖고 있는데 K-팝은 완벽하게 일치된 움직임과 협동으로 장점만 잘 결합했습니다.

-BTS가 미국 시장을 정복했습니다. 우리나라 음악이 드디어 미국 주류로 입성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K-컬처가 미국에서 주류가 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주류의 정의는 늘 변합니다. BTS의 성공으로 미국 주류 대중음악에 K-팝적인 요소가 발견되는 건 사실이지만 미래에는 또 어떤 힘이 지배할지 모르죠. 일단 이 분위기를 즐길 필요가 있어요.

-한국학 학자로서 최근 작품 중 우리나라를 이해하는 데 좋은 교재로 삼은 것이 있나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국가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가 가진 보편성을 잘 말해주고 있어요. 더욱이 북한이라는 폐쇄적 나라를 배경으로 했기에 더 흥미롭죠. 사랑 이야기도 힘이 있었지만 한국이 처한 불안정한 정치 긴장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 미래에 대한 풀리지 않는 질문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만들더군요. 영화 〈기생충〉도 좋았습니다. 부가 최고의 가치인 세상, 하지만 그 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빼놓은 채 나머지 모두를 이롭게 만드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죠.

-평생을 한국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문화의 발전을 위해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과거를 붙들라는 것입니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이 기차는 누구도 멈출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적절히 통제할 무언가는 필요합니다. 삶의 요소를 반추하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 스스로를 지켜줄 것들 말이죠. 그중 하나가 유교적 가치입니다. 그 근간에는 충(忠)이나 경(敬)처럼 한국을 더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보편 가치들이 있습니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근래에 미국에서 시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아주 반갑게 생각합니다. 한국이 늘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바쁘지만 그들의 지금을 만든 옛것을 지키고 기억한다면 K-컬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 세계를 열광시키며 더 나아질 거라 확신합니다.

김영대 객원기자

마크 피터슨 브리검영대학 교수는?
브리검영대학을 졸업하고 1987년 하버드대학에서 한국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세이던 1965년에 선교사로 방한해 우리나라와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평생을 우리나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1987년에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미국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유교 및 전통문화와 관련한 많은 저작을 남겼으며 미국에서 전통 시조의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류와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대중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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