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부르는 다른 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맘때면 들려오는 덕담입니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은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기에 생긴 말인데요.
한가위를 보통 추석(秋夕)이라고 하죠. 이외에도 가배(嘉俳), 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등 한가위를 부르는 말은 많은데요. 어떤 말을 쓰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추석, 가배, 가위, 중추, 중추절
먼저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가 합쳐진 말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 또는 ‘가을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을 말합니다. 가위는 신라 때 길쌈놀이(베짜기)인 가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요.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3대 유리왕이 길쌈을 장려하기 위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패로 가른 뒤 한 달간 베를 짜게 했다고 합니다. 8월 보름이 되면 어느 쪽이 많이 짰는지 가려 지는 편이 음식과 술 등을 장만해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함께 먹으면서 노래와 춤을 즐겼는데요. 이를 가배라고 불렀습니다. 가배는 ‘가운데’를 뜻하는 우리말 ‘가부·가뷔’를 한자로 옮긴 것(음역)이라고 학자들은 보는데요. 이후 가부·가뷔가 가위로 변했고 크다는 뜻을 지닌 ‘한’과 결합해 ‘한가위’가 됐다고 합니다.
그럼 중추절은 어떤 의미일까요? 보통 음력 7월부터 9월까지를 가을로 보는데요. 가을을 초추(初秋)·중추(中秋)·종추(終秋)로 나눴을 때 추석이 음력 8월 15일로 중추에 해당하므로 생긴 이름입니다.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을 지닌 추석은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예기>(禮記, 옛 중국 유가의 경전)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유래했다는 의견과 중국에서 중추, 추중, 칠석, 월석 등의 말을 쓰는데 이중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따서 추석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어원이 정확하지 않은 한자어보다 친근하고 풍요로운 뜻을 지닌 순우리말 ‘한가위’로 부르는 게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청주, 정종
잘못 쓰기 쉬운 말로는 ‘청주’도 있습니다. 흔히들 차례상에 올리는 술을 정종이라고 부르는데요. 정종은 일본식으로 빚어 만든 맑은술로 일본 청주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한 일본인 양조업자가 부산에서 일본식 청주를 ‘정종’이라는 상표로 판매하면서인데요. 1909년 주세법이 만들어지고 1916년 주세령이 시행돼 가정에서 제사용 술을 만들지 못하게 되자 우리나라 전통 청주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일본식 청주인 정종이 대신했는데요. 이때부터 제사를 앞두고 사용한 정종이 오늘날까지 어김없이 차례상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통 차례주인 청주는 현재 주세법상 약주(藥酒)로 분류되는데요. 청주를 구매할 때는 상표 뒷면에 ‘약주’라는 식품 유형이 표시돼 있는지 살펴보고 재료가 국내산 쌀과 누룩인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며칠 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한가위에 직장인의 51.9%가 귀성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감염이 우려돼서’ ‘4명 이상의 친지가 모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백신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서’ 등을 이유로 밝혔는데요.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입니다. 비록 가족과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을하늘을 비추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마음만은 더욱 풍성한 한가위가 됐으면 합니다.
백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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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