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간 현지인 직원 및 배우자, 부모 등 378명이 8월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도왔던 현지인 직원과 가족 378명이 8월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8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의 국내이송을 추진했다”며 “우리 군 수송기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입국하는 아프간인들은 수년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한 이들과 그 가족이다. 이들 중에는 8월에 태어난 신생아 3명을 비롯해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 명 포함됐다. 이들은 난민 지위가 아닌 우리 정부에 조력한 ‘특별공로자’의 신분으로 입국하게 된다.
최 차관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 국제적 위상 그리고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 이송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8월 이들의 국내수용 방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초 외국 민간 전세기를 이용해 이들을 국내로 이송하려고 했으나 8월 15일 카불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군 수송기 3대 투입을 결정했다. 카타르로 철수했던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직원들이 8월 22일 카불 공항에 다시 들어가 미국 등과 협의하면서 380여 명 집결을 준비했다. 군 수송기는 8월 23일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바마드에 도착했다. 8월 24일부터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면서 아프간인들을 이송했다.
“한국 도운 아프간인에 도의적 책임”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우리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간인들을 국내로 이송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8월 25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인의 국내 이송과 관련한 현재 상황과 향후 조치 계획을 보고 받고 이같이 말한 뒤 “우리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함께 일한 아프가니스탄 직원과 가족들을 치밀한 준비 끝에 무사히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정부 및 군 관계자들과 아프간인들이 안전하게 우리나라에 도착할 때까지 면밀히 챙기라”면서 “아프간인들이 국내 도착 후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고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진천 주민들 환영 뜻 내비쳐
외교부는 일단 이들에게 3개월 단기비자를 지급한 뒤 장기체류비자로 일괄 변경 조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도착한 뒤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머물 예정이다. 진천 시설에 머무는 기간은 6주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천 주민들은 이날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합니다. 머무는 동안 편하게 지내다 가시길 바랍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아프간 현지 조력인들의 방문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박윤진 덕산읍 이장단협의회장은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의 체류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6·25전쟁 당시 우리 국민들도 고통받았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주민 오모 씨는 “좀 더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도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많이 구출해서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방국과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우리나라에 있는 기간에도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신원을 계속 확인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10월 아프간 전쟁이 시작되자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프간 재건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부대인 ‘동의부대’(파병기간·2002~2007년)와 공병부대인 ‘다산부대’(2003~2007년)를 파견했다. 하지만 2007년 7월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인질로 잡혔다가 2명이 살해된 사건이 터지자 그해 말 군 부대를 철수시키고 2010년부터 2015년 무렵까지 지방재건팀을 파견해 현지에서 병원과 직업훈련원을 운영해왔다.
우리 정부의 도움으로 8월 24일 아프간의 카불 공항을 빠져나와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한 40대로 보이는 아프간 남성은 “한국 정부가 병원과 직업훈련원을 만들어 많은 아프간인들이 도움을 받았고 그 기술을 이용해 지금도 생활하고 있다”며 “한국인들과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