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환 ‘신산업 전략자원 태스크포스(TF)’ 메타버스 공동작업반장 | 문화체육관광부
김현환 정부 메타버스 공동작업반장 인터뷰
“메타버스라는 전혀 새로운 영역이 국내외에서 산업·문화 등 우리 일상 전반에 걸쳐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정부는 기술과 콘텐츠 측면에서 새로운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콘텐츠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우리나라 콘텐츠를 많은 사람이 창작·제작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방안을 기획하고 2022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려고 한다.”
2021년 4월 본격 활동에 들어간 ‘신산업 전략지원 태스크포스(TF·특별팀)’에서 메타버스 작업반의 공동작업반장을 맡은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조정실장의 말이다. 이 특별팀은 메타버스, 클라우드, 블록체인, 지능형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 5개 신산업 분야에 걸쳐 기술 급변에 대응하고 기술 기반 신산업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주도하여 범정부적으로 구성됐다. 8월 24일 문체부에서 김 실장을 만났다.
국민 문화·여가 전반에 메타버스 활용
김 실장은 “우리가 카카오톡과 유튜브를 하듯이 빠른 속도로 메타버스를 이용할 것이다. 현재는 초창기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게임·공연·관광·홍보·디자인·패션 등 문화·관광 부문 콘텐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문체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영역이 많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대중문화, 게임, 콘텐츠, 스포츠, 관광, 종교 등 문화·여가 전반에 메타버스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콘텐츠)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술)가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위한 공동작업반을 이끌고 있다.
특히 그는 우리 전통문화에 기반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지원을 강조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아바타가 한복을 입고 강강술래를 하고 동짓날 팥죽을 만들고 거기에 여러 우리나라 전통 문양을 활용하면 전 세계 수많은 메타버스 이용자에게 우리 문화를 광범하게 홍보할 수 있다.”
그는 이어 “아바타가 우리나라 패션·디자인을 기반으로 공연하는 새로운 예술이 등장할 수도 있다”며 “예술 기반 콘텐츠 제작도 폭넓게 정부가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과 테크놀로지 측면에서 메타버스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을 콘텐츠가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이야기·상상력·꿈·감성 등 무형의 창작 콘텐츠가 새로운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산업·경제적으로도 메타버스 산업·기업 지원으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김 실장은 “2021년 국내 메타버스 시장이 약 6조 4000억 원이고 2025년에는 38조 원 규모로 급속 성장할 거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도 있다”며 “메타버스 세상에서 여러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메타버스 관련 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일에도 정부가 나설 것”이라고 했다. 문체부는 2022년 집행할 메타버스 지원 신규 예산으로 200억 원 이상 확보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7월 27일 메타버스를 활용해 ‘2021년 제1회 문화정보화협의회’를 개최했다. 문체부 소속기관 담당자들이 각자 가상인물(아바타)을 통해 회의장에 참석한 가운데 행사를 진행했다. | 문화체육관광부
공공기관 문화자원 데이터도 제공
문체부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공공기관이 보유한 각종 문화자원을 데이터로 제공·지원하여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국내 수많은 도서관과 박물관이 보유하고 축적한 도서와 문화재·유물 데이터, 관광공사가 갖고 있는 각 지역 관광자원 데이터, 영상자료원의 영화자료 등 보관·보존 목적으로 갖고 있던 자료를 3D 형태로 풍부하게 개방해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 세계에서 이를 활용해 창작·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메타버스를 적용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게임이나 이(e)스포츠 플랫폼 안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예컨대 태권도·펜싱·양궁 등에서 훈련 동작과 품세를 담은 아카이브 자료를 정부가 수집·확충해 민간에 제공하면 창작자들이 이를 활용해 아바타의 동작으로 콘텐츠를 꾸밀 수 있다. 외국인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의 태권도사범 아바타가 외국인 메타버스 이용자의 아바타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을 상상해 보시면 될 것이다.”
그는 “새로운 산업 영역이 출현할 때 정부 정책은 그 물결에서 큰 방향을 제시하고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선도 역할을 수행한다”며 “그 뒤에 이를 기반으로 민간 산업·기업이 성장하면 간접지원(금융·세제 등)으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초기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문체부는 9월 17일까지 ‘제1회 한국 문화 체험 메타버스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고 경험할 메타버스 콘텐츠 시제품과 아이디어 수상작에는 사업화와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현재 10대 위주인 메타버스가 점차 기성세대를 포함한 폭넓은 연령대로 빠르게 확산되리라 내다봤다.
“지금은 놀이·재미·이색 체험 등을 중시하는 특성을 갖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유튜브가 경제활동 공간으로 바뀐 것처럼 기성세대도 메타버스로 이동할 것이다. 여러 정부 부처에서 2022년 이후 사업으로 메타버스 발굴·지원에 나서면서 관심도 커졌다. 정부 지원과 함께 메타버스 이용자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메타버스 안에서 각종 저작물을 창작·제작하는 생산자로 참여하면 메타버스는 새로운 산업으로 바뀌고 자연히 10대뿐 아니라 30~40대 이상 세대도 빠르게 메타버스에 뛰어들 것으로 본다.”
저작권 등 지식재산 권리 보호
메타버스 가상세계 안에서 생성된 각종 창작물과 콘텐츠의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이슈도 대면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콘텐츠 산업 발전의 기회로 삼는 과정에서 지식재산의 권리를 보호하고 동시에 창작 활동에서 저작물을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이용하는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정부도 메타버스 세계에서 각종 콘텐츠 지식재산권 분쟁이나 다른 사람의 아바타·디자인 도용, 개인 사생활 침해 등 윤리 문제에 대한 대응과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 실장은 “정부도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저작권 관련 분쟁에 대한 매뉴얼, 표준계약서 작성, 약관과 지침 등을 연구 중”이라며 “저작권 관련 사항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내용을 메타버스 콘텐츠로 만들어 이용자를 교육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 안에서 특유한 사회 논란 거리가 생길 수 있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기존 인터넷·모바일 환경에서 발생한 여러 지식재산 관련 문제를 대처하고 해결한 경험이 있고 대다수 이용자가 많이 훈련돼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