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위원회 박덕영 국제협력분과위원장│박덕영
2050 탄소중립위원회 박덕영 국제협력분과위원장
“매년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더위 얘기를 하면서도 미래 세대를 위한 걱정보다 어떻게 하면 경제성장이나 수출 증가를 달성할 것인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 박덕영 국제협력분과위원장은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에게 생존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1992년 리우 기후변화협약,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을 채택하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국제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새로운 조약이 체결될 때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각종 의무사항을 국가에 부여했다. 특히 파리협정은 각 당사국에 자발적 감축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박덕영 위원장은 “파리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도 감축 방안을 제출했지만 우리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은 국제사회에서 항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2020년 12월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잠재울 발상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 동향 파악해 대처 방안 마련
박덕영 위원장은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를 확고하게 실현하기 위한 도구 가운데 하나가 탄소중립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탄소중립위의 활동 여부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명칭에서 표현하듯이 탄소중립위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제도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협상이나 기후변화 대응 노력 등에 유엔(UN)이 인정한 선진국의 책임을 다하고 국제사회에서 선도 역할을 해야 하는 때라는 뜻이다.
당장 탄소중립위의 중요한 과제는 현재 논의 중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NDC 상향 안이 실제로 실현되도록 국민과 소통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탄소중립위 8개 분과위원회 가운데 국제협력분과의 역할은 기후협상과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우리 정부가 잘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우리 산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개발도상국을 지원해 탄소중립을 위한 방향으로 같이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국가 위상 제고에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국제 요소 반영 노력
2021년 7월 1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중장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2개 법안 입법 묶음(패키지)인 ‘피트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피트 포 55에는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현지에서 생산한 것보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한 제품에 대해 추가로 돈을 물리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포함됐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한 유럽에서 생산한 제품과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한 수입품의 탄소배출량 차이를 돈으로 보전하는 제도다. 유럽연합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를 탄소국경조정제도를 1차 대상으로 정했다. 3년간 전환 기간을 둔 뒤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박덕영 위원장은 “피트 포 55가 EU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표현한 것이지만 거기에 포함된 탄소국경조정제도는 각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을 EU 수입업자가 수입할 때 신고하도록 하고 탄소 배출 인증서를 구매하게 함으로써 우리 제품의 EU 수출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협력분과는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같은 국제 요소가 우리나라의 NDC 상향이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잘 반영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국제통상법을 전공한 박덕영 위원장은 박사학위 논문을 무역과 환경 주제로 썼다. 2010년부터 11년 동안 한국연구재단에서 약 36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기후변화와 통상법적 문제, 국제법적 쟁점에 대해 연구하는 등 기후변화 문제를 꾸준히 연구했다.
박덕영 위원장은 “2015년부터 정부대표단의 일원으로 기후협상에 참여해면서 외교부, 환경부, 국회 기후변화포럼과 교류한 인연으로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아 외교부에서 저를 탄소중립위 위원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많은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파리협정의 이해〉(2020)는 그동안 기후협상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자신의 협상 영역에 해당하는 항목을 나눠 맡아 집필한 파리협정의 해설서로 평가받는다.
경제발전보다 미래 세대 생존권 지켜야
탄소중립은 우리 후손들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자 반드시 실현해야 할 지상 과제다. 박덕영 위원장은 “이제는 국민 모두가 감내해 후손들을 걱정해야 할 때”라며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발전을 일부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탄소중립은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각 개인이 자기 아들, 딸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처럼,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다 함께 노력해 미래 세대의 생존권을 지켜줘야 합니다. 지구에서 미래 세대들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존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해요. 정부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인류의 공동선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적극 지지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