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부 환상 호흡 FDA 신속 승인 일 정부도 “대량 구매하고 싶다” 요청

2021.08.30 최신호 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8일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 접종용 최소잔량주사기(LDV)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을 방문해 일반 주사기와 최소잔량주사기를 비교하고 있다. | 청와대

기적의 K-백신 주사기 개발한 풍림파마텍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예약에 온 국민이 몰려드는 등 백신 예방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른바 ‘쥐어짜는 주사기’로 불리는 풍림파마텍의 ‘기적의 K-백신 주사기’에도 재차 관심이 쏠린다. 풍림파마텍은 <공감>에 “2021년 3월 말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해 7월 현재 월 1000만~1500만 개를 생산 중이다. 진행 중인 생산설비 라인이 안정화되면 생산 규모는 월 2500만~3000만 개까지 가능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2021년 2월 일본 정부도 풍림파마텍에 “주사기를 대량 구매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한일 간 정치·외교 관계와 일본에 대한 국민의 감정을 고려한 듯 회사는 일본에 주사기 수출 여부 및 물량 관련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는 걸 꺼린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에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의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 수출규제를 전격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속에서 우리나라에 “주사기를 일본에 수출해달라”고 요청하는 반전이 일어난 셈이다.

안전성과 성능에서도 탁월
풍림파마텍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사기 국내외 판매량에 대해 “계약 조건(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정확한 수량 공개는 어렵다. 월 500만 개부터 월 1000만 개 이상 장기 공급 계약 건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대량 수입 구매를 요청하면서 주사기를 일본에 수출해달라는 긴급 SOS 요청을 풍림파마텍에 보냈다. 풍림파마텍은 현재 글로벌 백신업체를 비롯해 미국·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공급을 요청받아 진행 중이다.
풍림파마텍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용 주사기는 최소 주사잔량 기술이 적용된 특수 주사기다. 백신 약물을 투여할 때 주사기에 남아 버려지는 백신 잔량을 최소화했다. 일반 주사기로는 보통 백신 1병당 5회분을 주사할 수 있지만 풍림파마텍 주사기로는 1병당 6회분 이상 주사할 수 있다. 일반 주사기의 1회분당 주사 잔량이 84㎕(마이크로리터) 이상인데 풍림파마텍 주사기는 4㎕ 이하로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백신을 20% 증산하는 효과와 맞먹는 셈이다. 1000만 명분의 백신으로 12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주사기는 또 안전성과 성능에서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몸체와 바늘이 붙어 있는 기존 제품과 달리 루어록(주사기와 바늘 분리를 막는 장치) 형태로 돼 있어 분리하기 쉽다. 풍림파마텍은 “이 주사기는 일반적으로 최소잔여주사기(LDS)로 불리지만 우리 회사는 최소잔량주사기(LDV)라는 명칭을 쓴다”며 “특정업체 백신에만 사용되는 제품은 아니다.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모더나·얀센·노바백스 등 각종 백신에 모두 사용된다”고 말했다.
풍림파마텍은 2021년 생산 초기 국내에서 약 16만 개 주사기를 무상 지원했다. 2021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전북 군산에 있는 풍림파마텍 공장을 방문했다.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주사기를 생산하고 있다. | 풍림파마텍

정부 도움으로 미국 FDA 신속 승인
LDV 주사기는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3일 만에 시제품 금형을 제작하고 10일 만에 시제품을 생산했으며 빠르게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받아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각종 행정 절차를 최소화했다. 방역 물품 패스트트랙(신속 처리제) 절차와 금융권 스마트공장 전용 대출 프로그램으로 행정과 자금지원을 발 빠르게 도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백신 주사기가 국내는 물론 미국 FDA에서 인증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LDV 주사기 개발은 2020년 12월 24일 백신 주사기 확보를 위해 정부가 긴급 관계기관 협업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미국·영국 등 일부 국가들이 백신 예방접종을 시작하면서 부족해진 주사기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던 시점이었다. 정부는 민관 협업으로 코로나19 백신용 주사기 1000만 개 생산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중기부, 식약처, 삼성전자가 이 주사기의 제품화와 신속 허가를 지원하기 위해 뭉쳤다.
중기부는 주사기 양산 체제를 구축했고 식약처는 국내외 신속 인증을, 조달청은 긴급 조달 계약을 지원했다. 중기부는 특허 기술은 있지만 생산 경험이 부족한 풍림파마텍에 대기업의 기술 멘토가 투입되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프로젝트’를 긴급 가동했다. 스마트공장 지원 관련 행정 절차 처리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3일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식약처는 기술규제 컨설팅으로 안전성과 성능 검증 기간을 25일에서 3일로 줄였고, 주사침 허가도 검증 소요 기간을 25일에서 10일로 줄였다. 미국 FDA 신속 승인도 추진했다. 조달청은 백신용 주사기 전담 팀(TF)을 구성해 적극적인 조달계약 활동을 펼쳤다.
풍림파마텍 주사기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건 2021년 2월 17일 새벽이다. 문 대통령이 군산공장에 방문하기 불과 하루 전이었다. 풍림파마텍은 “(우리 식약처의 지원 아래) LDV 주사기의 빠른 사용을 위해 패스트랙, 즉 긴급사용승인(EUA) 방식으로 미국 FDA에 승인받는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주사침은 의료기기 2등급 제품으로 공식 절차에 따라 FDA 510(k) 인증을 먼저 받은 상태였다. 이 두 제품의 시험을 진행한 터라 FDA 510(k) 승인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주사침 허가를 신속하게 내준 덕분에 빠르게 승인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화이자 “그 주사기 우리가 살 수 있나”
K-백신 주사기 탄생 과정에 참여한 쪽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부와 삼성, 풍림파마텍이 단시간에 일궈낸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당시 대부분의 기업에 “민관이 손잡아 백신 개발·접종을 위한 어떤 일이든 서둘러 도모해보자”고 제안했다. 삼성도 내부 회의를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화이자 측과 사업 거래로 잘 알고 있었지만 당시 화이자의 백신 담당 사장은 각국 국가 원수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삼성은 고민 끝에 12월 중순 화이자의 수석 사외이사와 연결해 “한국 정부와 삼성이 화이자 최고경영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 얘기나 들어봐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그렇게 해서 화이자의 바이오제약그룹 백신 담당 사장인 안젤라 황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화이자는 “우리도 계약한 국가에 계약대로 공급한다. 한국에 제공하는 백신 물량에 대해 확실한 약속을 하기 어렵다. 이해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회의가 끝나고 한숨만 쉬고 있는데 전 세계 산업 동향을 주시하는 미국 월가 쪽에서 결정적인 조언이 어느 삼성 사장(한국계 미국인)에게 들어왔다.
“화이자도 아쉬운 게 있다. 주사기다. 백신 주사기의 잔류량을 줄여야 하는데 일반 주사기로는 안 되고 최소잔여형(LDS) 주사기가 필요하다. 이 주사기는 수요가 제한적이라서 어느 나라 어느 회사도 많이 만들지 않고 생산량을 갑자기 늘릴 수 있는 곳이 없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정부와 삼성은 이 소식을 접하고 2차 회상회의 때 “LDS 주사기가 필요하지 않냐”며 화이자에 질문했다. 그러자 화이자 사장은 “그 주사기를 우리가 살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제약 부문 선진국으로 인정받아”
문제는 주사기 금형을 만들고 시제품을 생산하는 데 최소한 몇 달 이상 걸린다는 점이었다. 삼성은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지원을 총괄하는 담당 사장이 국내에서 주사기 만드는 몇 개 회사들을 급히 뽑아 그중 군산에 있는 풍림파마텍에서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해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군산으로 출발했다. 군산으로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중기부와 삼성이 전화로 협의해 주사기를 스마트팩토링 지원사업 항목에 급히 집어넣었다.
곧이어 삼성은 구미에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전화 금형회사(삼성 협력업체)에 “서둘러 주사기 금형을 만들어야 하니 사람을 모아달라”고 연락했고 구미에서 사흘 밤을 꼬박 새워 3차원(3D) 프린터로 주사기 금형을 만들었다. 이어 일주일 만에 시제품을 생산했다.
풍림파마텍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금형을 제작하려면 최소 수개월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자사 협력업체 공장을 총동원해 3일 만에 시제품 금형을 제작했고 10일 만에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제품이 나오자마자 미국 화이자에 곧바로 보냈는데 화이자의 자체 시험에서도 잔류량이 놀라울 정도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 측에서 그다음 화상회의 때 “믿을 수 없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주사기를 만들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스토리를 아는 한 관계자는 미국 FDA가 빠르게 승인을 내준 과정에 대해 “미국이 우리나라 제품을 신뢰하고 특히 식약처가 먼저 승인을 내줬다는 점을 고려했다. 우리나라 식약처에 대한 신뢰가 작용했고 제약 부문 선진국으로 인정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