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정책 외면 땐 그 피해 국민이 떠안아 국민 합의·지지 아래 함께 정책 펼쳐야”

2021.08.23 최신호 보기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인구학자 이삼식 한양대 교수 인터뷰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서 다루는 주제는 엄밀히 말하면 인구정책을 넘어섭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기존 질서를 재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충격도 강할 것입니다.”
인구학자인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인구감소) 문제를 방치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한다. 빨리 치유하는 게 사회적 이해관계 때문에 어렵더라도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인구정책 TF가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구정책은 정부만 하는 정책이 아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이라며 “국민이 정책의 혜택을 받을 때 어느 부처가 티가 나면 안 된다. 인구정책 TF에 11개 관계 부처가 들어가 있는데 국민만 바라보고 부처 중심주의를 버리고 융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인 이삼식 교수는 한양대 부설 고령사회연구원 원장도 맡고 있다. 8월 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에서 그를 만나 인구정책이 필요한 이유와 인구정책 TF에 담긴 의미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인구감소를 우려하는 사람도 인구정책은 낯설다. 인구정책을 저출생 대책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인구정책은 인구 변화를 가급적이면 개인이나 가족, 공동체(커뮤니티), 사회, 국가에 유리하게 하는 것이다. 인구는 출생·사망·이동 등 세 가지 요소로 변화하지만 정책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문이 출생이다 보니 인구정책 하면 저출생 대책, 출생정책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르신들은 출생정책 하면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로 대표되는 가족계획사업을 기억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은 크게 3기로 구분할 수 있다. 1960~1990년대 중반까지 1기, 1990년 중반~2000년대 중반까지 2기, 2000년대 중반~현재까지 3기 이렇게 인구정책이 바뀐다.
1961년부터 가족계획사업, 인구조절정책을 주도했던 곳이 경제기획원(지금 기획재정부)이었다. 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경제개발 효과가 잠식당해 빈곤의 악순환이 생길 거라고 봤다. 우리의 사상이나 의식은 아니었다.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우려한 미국 등 강대국의 논리기도 했다. 세계 인구 증가율을 낮추기 위해 유엔 등 국제기구가 앞장서서 주창했던 것이 가족계획사업이었다.
강대국의 논리가 국내 정책에 강압적으로 들어왔던 부분이 있지만 국내 발전론자들도 그게 바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국내외 시각이 어느 정도 일치했다. 국민 시각과도 맞아떨어지면서 잘 먹혔다. 처음에는 국가가 개입해서 출산을 억제하는 것에 국민이 저항했지만 막상 억제하자 가족 입장에서 유리한 게 더 많았다. 여성의 가족 돌봄 시간이 줄어들고 사회와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커졌다. 한정된 가족 자원을 자녀 교육에 더 투자할 수 있는 등 많은 이점이 있었다. 1980년대 가서는 정부 개입 때문이 아니라 국민 자발적으로 출산을 줄이는 경향이 생기면서 소자녀화, 저출생 가치가 확립됐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였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월 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에서 열린 ‘제3기 인구정책TF(전담팀) 출범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그 후 가족계획사업이 갑자기 저출생 대책으로 전환한 것인가?
=부부가 아이 둘을 낳으면 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지도 않아 인구 대체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저출생 사회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1983년에 인구 대체 수준인 2.0에 도달하고 나서도 계속 가속도가 붙어 멈추지 않은 것이다. 2.0 아래로 한참 떨어지니까 1996년 정부에서 인구억제정책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삶의 질적 수준을 높이자며 보건·복지 쪽을 강화했지만 인구정책은 방향만 남고 실종돼 출생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다 2006년 노무현정부가 저출생·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만들어 출산장려정책을 펼쳤다. 저출생과 고령사회가 왜 같이 가냐면 출생율이 장기간에 걸쳐 인구 대체 수준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미래에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고령화된 인구구조에 맞게 교육, 국방, 노동 등 사회 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정책적 전환을 한 것이다.
어르신들은 가족계획사업으로 출산을 줄이자던 정부가 인구 삶의 질 향상 정책을 짧게 거치고 나서 저출생 대책이라며 출산장려정책을 펼치니까 혼란스럽고 정부 정책에 불신이 생겼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프랑코 독재 정권이 약 30년간 집권했던 스페인도 국가 간섭주의로 출산 억제와 장려 정책을 반복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도 출생율이 올라가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는 거다.
문재인정부 들어와서는 출생율이라는 목표 지향성을 버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큰 방향을 제안했다. 인간을 출산 도구화하면서 국가 발전과 사회 발전의 수단으로서만 출생을 보지 않고 개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또 노무현정부 때 대통령직속기구로 만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별개로 인구정책 TF를 출범시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는 민관위원회인데 반해 인구정책 TF는 정부 주도로 공무원들이 일하는 실행 조직이다. 여기에 국책연구기관이 결합했다.
인구정책 TF에서 다루는 주제는 엄밀히 말하면 인구정책을 넘어선다. 인구 변화로 달라질 사회에 우리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적응할 거냐는 문제까지 다룬다. 예를 들어 출생율이 떨어져서 아이들이 줄어들면 과잉된 학교를 어떻게 줄이고 노인이 많아지는데 연금제도를 어떻게 바꾸느냐와 같이 일종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주제다.

-인구감소로 예측 가능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인구정책 TF가 다루는 영역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기존 질서를 재편하는 것이기에 그만큼 충격도 클 것이다. 출생율을 올리는 정책은 인센티브 방식이라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논란은 있겠지만 큰 시비의 소지는 없다. 재정을 더 확보해 나눠주면 된다. 원래 없었던 배분이기 때문에 기득권 세력 간 이해 갈등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
반면 변화하는 인구구조를 미래 세대에 좀 더 유리하게 바꾸는 고령사회 대책은 이미 존재하는 기득권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갈등 요소가 너무 많고 부담이 돼 각 정권이 ‘5년만 열심히 하고 끝낼래.’ 하고 지나가 버리면 그 안에 있는 문제가 누적돼 언젠가 터져버릴 것이다. 암 덩어리를 늦게 발견하면 치료가 되더라도 후유증이 심하지 않나. 문제를 방치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한다. 빨리 치유하는 게 사회적 이해관계 때문에 어렵더라도 계속해서 논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인구정책 TF가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정책 TF가 어디까지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이냐는 참 어려운 부분이다. 한 정부에서 끝날 게 아니다. 적어도 수십 년에 걸쳐 중장기적으로 여러 영향를 보면서 맞춰나가야 한다. 국민 합의가 필요하고 이해관계 집단 간 합의가 필요하다. 결국 인구정책 TF는 협치(거버넌스)의 문제인 셈이다.



-인구문제를 국민 합의로 잘 푼 나라가 있나?
=가장 잘한 나라가 프랑스다. 1700년대부터 인구문제로 골치 아팠던 나라여서 그만큼 시행착오와 고민이 많았다. 1940년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인구 및 가족정책 고등위원회’를 설치했고 전국가족연합회가 있어 전국에 있는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것만 고등위원회에 전달한다. 고등위원회가 다시 논의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결정되면 각 부처에서 집행하는 식이다.
저출생, 고령사회 등 인구와 관련된 모든 것은 국민이 당사자여야 한다. 여러 집단과 단체를 통해 국민의 의견이 충분히 녹아들어야 한다. 사회 합의 없이는 어렵다. 프랑스처럼 국민을 대변하고 이해 관계 층을 대변하는 합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생·고령사회 정책은 하나하나가 국민이 당사자인 영역이라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인구정책 TF의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 간 칸막이가 높고 부처 이기주의가 존재한다. 국민이 정책 혜택을 받을 때 고용노동부 정책인지, 보건복지부 정책인지 가리지 않는다. 출산이나 노인복지 서비스를 할 때 어느 부처에서 하는지 티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보육정책은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에서 엄마, 아빠가 일을 나갔을 때 임시로 아이를 돌보는 것이기 때문에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돌봐야 한다. 그런데 보육은 보건복지부에서, 출퇴근 문제는 고용노동부에서 하다 보니 보육 시간과 출퇴근 시간 사이에 공백이 생긴다.
또 농촌에서 어린이가 없어 어린이집 운영이 잘 안 된다면 유치원에서 보육 어린이를 받으면 될 텐데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이고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이라 같이 가지 못한다. 인구정책 TF에 11개 관계 부처가 들어가 있는데 국민만 바라보고 부처 중심주의를 버리고 융합해야 한다.
수천 년 동안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오르막길만 살아왔기 때문에 공무원도 국민도 팽창에는 익숙하다. 부처는 물론 일선 주민센터에 가도 늘어날 수요를 예측하고 확충하는 데 굉장히 익숙하다. 어린이가 늘어나면 학교를 더 세우고 노인이 증가하면 재정을 늘리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인구감소에 대응하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다들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다.
공무원들이 당황할 게 아니라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언제부터 학교를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자꾸 이야기해야 국민도 알고 대처할 수 있다. 인구정책은 정부만 하는 정책이 아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이다. 국민의 합의와 지지를 얻고 국민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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