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무얼 담았나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위원회’)가 8월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하고 이에 대해 대국민 의견수렴에 나섰다.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그해 12월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마련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11개 부처 추천 전문가로 이뤄진 기술작업반을 구성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실무작업을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진행했다.
5월 29일 출범한 위원회는 출범 직후 탄소중립 시나리오 기술작업반(안)을 토대로 본격적인 시나리오 검토에 착수해 약 2개월 간의 검토를 거쳐 세 가지 시나리오 초안을 제시했다. 시나리오는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됐을 때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과정을 전망한 것으로 에너지전환, 산업, 수송, 건물, 농축수산, 폐기물, 흡수원,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수소 등 부문별 세부 정책방향과 전환속도를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된다.
시나리오는 미래상에 대한 예측치로 그 내용에 대해 국제법 등 법적으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정책 여건의 변화를 고려해 일정 기간마다 갱신이 이뤄진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위원회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비전을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로 설정하고 책임성, 포용성, 공정성, 합리성, 혁신성 등 다섯 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시민 500여 명 참여 탄소중립시민회의 출범
무엇보다 2050년 탄소중립 계획에 국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2017년 탈원전 공론화 과정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에 시민 뜻을 반영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이날 공개한 세 가지 시나리오 초안에 대해 9월까지 폭넓은 의견수렴을 진행한다. 산업계, 노동계, 시민사회, 청년, 지방자치단체 등 분야별 의견수렴은 물론 일반국민 의견수렴도 함께 진행한다.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8월 7일 시민 500여 명이 참여하는 탄소중립시민회의가 출범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에 시민 뜻을 반영한다는 취지다.
시민회의 구성은 기후변화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미래세대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기 위해 만 15세 이상으로 설정했다. 참가자들은 출범 후 한 달 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온라인 학습과 토론 등을 하고 있다. 동영상 학습을 통한 ‘자가숙의’, 실시간 온라인 교육인 ‘시민탄소교실’을 통해 기후위기 관련 지식과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학습하고 있다.
학습을 마친 참여자들은 9월 11~12일 쟁점별 종합토론을 한 뒤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탄소중립위는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난 시민 의견을 반영한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위 관계자는 “숙의에 참여하고 토론을 하면서 지식도 생기고 판단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시나리오 초안은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발전 및 원·연료의 전환을 고려한 1안 ▲1안에 화석연료를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한 2안 ▲화석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해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3안 등 세 가지 안이다.
각각의 대안은 석탄발전 유무(에너지전환), 전기수소차비율(수송), 건물 에너지 관리(건물), CCUS 및 흡수원 확보량 등 핵심 감축수단을 달리 적용함에 따라 1안 2540만 톤, 2안 1870만 톤, 3안 0(넷-제로)의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나리오 주요 내용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1, 2, 3안
에너지전환은 대안별 격차가 가장 큰 부문으로 2018년 총 2억 696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 대안별로 82.9~100% 감축해 배출량이 1안은 4620만 톤, 2안은 3120만 톤, 3안은 0을 전망한다.
에너지전환 부문의 시나리오 이행을 위한 정책적 제언으로는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공급체계의 안정성 확보 ▲전력 수요 감축을 위한 첨단 디지털기술 활용 및 전 국민 참여 등이 제시됐다.
산업 부문의 2050년 배출량 전망치는 2018년 총 배출량 2억 6050만 톤 대비 79.6% 감축한 5310만 톤이다. 산업 부문 시나리오 이행을 위한 정책적 제언으로 ▲기술개발·시설개선 투자 확대 ▲배출권거래제·녹색금융 등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유도 ▲일자리 감소 등 피해 최소화 등이 제시됐다.
수송 부분의 2050년 배출량 전망치는 2018년 총 배출량 9810만 톤 대비 88.6%~97.1% 감축한 1·2안 1120만 톤(940만 톤은 상쇄), 3안 280만 톤이다. 수송 부문 이행을 위해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 차량 보급 확대 ▲대중교통 확대 등 수송 수요관리 강화 ▲친환경 철도·해운 전환 등이 제시됐다.
건물 부문의 2050년 배출량 전망치는 2018년 5210만 톤 대비 86.4%~88.1% 감축한 1·2안 710만 톤, 3안 620만 톤이다. 1·2안 대비 3안은 열원으로 재생에너지(수열)와 지역난방 등을 활용해 도시가스 등을 추가 감축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러한 감축을 위해 ▲그린리모델링 확산 ▲제로에너지빌딩 인증대상 확대 ▲개인 간 잉여전력 거래제 도입 등 건물 에너지 효율 제고 및 수요 관리 등이 제안됐다.
농축수산 부문 2050년 배출량 전망치는 2018년 2470만 톤 대비 31.2%~37.7% 감축한 1안 1710만 톤, 2·3안 1540만 톤이다. 메탄·아산화질소 발생을 억제하는 영농법 개선, 폐사율 감소 등 축산 생산성 향상, 식단변화 및 대체가공식품 확대 등 식생활 개선 등을 전제로 할 때 배출량 감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폐기물 부문 감축은 1회용품 사용 제한, 재생원료 사용 등을 통해 2050년 배출량을 2018년 1710만 톤 대비 74% 감축한 440만 톤으로 전망했다. 2018년 기준 흡수원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량은 4130만 톤이며 강화된 산림대책이 없을 경우 2050년 산림의 흡수능력은 1390만 톤으로 전망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예상 흡수량은 1·2안 2410만 톤, 3안 2470만 톤이다.
2050년에는 수소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액화천연가스(LNG) 등에서 추출되는 수소 등을 통해 수소를 공급하는 경우를 전제로 할 때는 1360만 톤(1·2안)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전망이며 그린수소만을 이용(3안)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다.
국민 의견수렴 거쳐 최종안 10월 말 확정
윤순진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1·2안 역시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대안이다. 1·2안의 온실가스 잔여배출량은 파리협정에서 인정하는 해외조림 등 국제탄소시장을 통해 감축을 하면 넷제로를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시나리오(안)의 주요 감축수단 및 정책 제언에 대해서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부처 간 추가 논의를 병행하고 각 제언들에 따른 파급효과 등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이해관계자 및 일반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위원회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최종안을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원낙연 기자
지구온도 1.5도 상승 기후위기 마지노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
20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불과 3년 전 나온 전망보다 10년 앞당겨졌다.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상승한 2021년 전세계는 폭염, 가뭄, 초대형 산불, 슈퍼 폭풍, 홍수 등 감당하기 힘든 극단적 기상이변을 경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재난은 전조에 불과하다고 했다. 1.5도 상승에 이르면 폭염 발생빈도가 지금보다 2배 가까이 느는 등 초극단적 기후위기가 일상화할 것이라는 경고다. 이들은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만이 다가올 위기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고 8월 9일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11~20년 지구 평균온도는 1.09도까지 올랐다. 2013년 나온 제5차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2003~12년 0.78도 지구온난화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0.31도 더 올라간 것이다.
보고서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40년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기간을 평균하면 1.5도 도달 시점은 2030년대 중후반이 될 전망이다. 앞서 2018년 IPCC가 내놓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1.5도 도달 시점을 2030∼52년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시간이 10년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1.5도 상승 이내로 억제하는 것은 기후위기를 막는 마지노선이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당시 참여국들이 합의한 약속이다. 당사국총회 의장인 알록 샤르마 영국 하원의원은 “이번 보고서는 인간의 행위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경고가 될 것이고 이는 26차 당사국총회가 가장 결정적 순간이 돼야하는 이유다. 지금 실패한다면 그 결과는 재앙적이고 그런 말 이외에는 적당한 말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