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 회의장에 선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전의찬 기후변화분과위원장│전의찬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전의찬 기후변화분과위원장
“우리가 현대 문명의 편리함을 맘껏 누릴 수 있었던 건 화석연료를 다량 소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는 연소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그로써 심각한 기후변화를 일으켰습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전의찬 기후변화분과위원장(세종대 기후에너지융합학과 교수)은 경제성장에 비례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지구 대기의 온실가스 평균 농도는 420ppm에 육박한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배 증가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많은 과학자가 우려하는 임계점인 450ppm에 도달하는 데 20년도 채 남지 않았다.
온실가스 농도를 낮추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탄소 포집·저장과 산림 흡수 등으로 순 배출을 제로(0)로 하는 것이 탄소중립이다. 2015년 채택된 유엔(UN)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은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1997년 ‘교토의정서’에 의한 ‘교토체제’와는 사뭇 다른 신기후체제다. 파리협정은 모든 당사국이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하도록 했다. 전의찬 위원장은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이 전 세계 배출량의 3분의 2를 넘어설 정도로 탄소중립은 신기후체제의 대세”라고 전했다.
산업체 협조와 국민 지지 없이 불가능
온실가스 배출 세계 10위권 국가이며 제조업 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탄소중립이 매우 힘든 과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전의찬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잘만 대응한다면 5월 29일 탄소중립위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우리나라는 그동안의 고탄소국가에서 저탄소국가로 거듭나야 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수소에너지 기술, 전기차와 수소차 개발 등으로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의 중심인 산업체의 적극적 협조가 필수적이다. 건물과 수송 분야 등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 지지와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부 정책을 조율하고 산업체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국민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각 분야의 대표자와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협치(거버넌스) 기구가 바로 탄소중립위다. 전 위원장은 “정부 부처에 따라서 정책 추진 방향이 서로 다를 수 있다”며 “탄소중립위는 탄소중립 관련 주요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 정부 정책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 6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 회의실에서 기후변화분과 농수산전문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회의하고 있다.│탄소중립위원회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사용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 위주로 바꾸기 때문에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 위원장은 “탄소중립위는 산업계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위는 이를 위해 산업계에 충분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요구사항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탄소중립위는 ▲기후변화 ▲에너지혁신 ▲경제산업 ▲녹색생활 ▲공정전환 ▲과학기술 ▲국제협력 ▲국민참여 등 8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기후변화분과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계획’의 비전과 원칙 초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의찬 위원장은 “다른 분과에서 논의한 내용을 종합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도 마련해야 하고 10년도 채 남지 않은 2030년까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이라는 현재 감축 목표를 상향하는 것이다. 농업, 축산, 해양, 수산 등에서의 탄소중립 방안을 수립하고 산림에 의한 온실가스 흡수를 최대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기후변화분과의 임무다.
우리 일상생활이 전 세계 기후변화 초래
전 위원장은 2003년부터 20년 가까이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로 온실가스 감축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가기후환경위원회’ 수송·생활저감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모두 탄소중립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활동”이라며 “계속해서 지구를 기후위기에서 구하고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탄소중립위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전례 없는 폭염, 장마, 한파와 가뭄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며 이를 위해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경고하고 있다. 전의찬 위원장은 “국민 대부분 기후변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극지방이나 먼 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걱정하고 있지만 그 원인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동참토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은 국민의 지지와 동참 없이 성공할 수 없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이제 우리 집은 제로에너지 건물로 지어야 하고,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타야 합니다. 좀 불편하고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지만 우리의 안전과 미래 세대의 생존권을 위해 탄소중립에 온 국민이 동참해주기를 바랍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