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매장에 상생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
상생 ‘국민+소비’ 지원금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난지원금이 또 지급된다. 국민 88%에게 1인당 상생국민지원금 25만 원씩을 지급한다.
코로나19로 그동안 피해가 누적된 골목상권 및 서민경제로 소비 유도를 위해 7000억 원 규모의 상생소비지원금도 지급된다. 정부는 피해 계층의 고통이 커진 만큼 지원도 두터워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속에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마주했을까?
2020년 재난지원금 지급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가계에 숨통이 트이자 소비시장도 차츰 활력을 되찾았다. 재난지원금이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움직여 동네 상권도 되살아난 것이다. 재난지원금으로 민간 소비가 늘어 매출이 증가하면 기업 생산도 늘어난다. 긴급재난지원금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된 셈이다. 코로나19 시대 상생을 위한 국민지원금과 소비지원금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생각일까? 1인, 2인, 3인 가구를 각각 만나 물어봤다.
3인 가구 직장인
“힘들고 답답한데 작은 위로가 되기를”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었나 싶어요. 다들 힘들고 답답한데 작은 위로는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세금이라 할지라도 나에게 직접 세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니 한푼이 급한 분들에게는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직장인 양동명 씨(49)는 2020년 봄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나와 이웃에 힘이 됐다고 기억했다. 세 식구인 양 씨 가족이 받았던 재난지원금은 80만 원이다. 양 씨는 “살림에 큰 보탬은 아니었어도 소비진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분명했다”며 재난지원금이 보여준 효과를 이야기했다.
“가장 힘들어하는 분들이 자영업자 같고 비대면으로 수업을 듣는 자녀도 있어 고민 끝에 재난지원금 대부분을 식비에 사용했습니다. 주로 배달을 통해 주문했죠.”
코로나19와 함께한 지 1년 6개월. 양 씨는 일과 삶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활동부족, 운동부족 등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또 회사의 매출도 줄고 영업에도 지장이 생기면서 상여나 급여인상 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 비대면 수업으로 공교육이 부실해지면서 아들의 사교육비가 더 늘었고 외식비(배달음식)와 에어컨 사용 증가에 따른 기타 생활비 등이 현저하게 늘어나 날로 팍팍해지는 현실을 토로했다.
상생국민지원금을 양 씨가 반기는 이유다. 그는 “회사의 사정으로 추석 상여 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라며 “추석 전에 지급되면 이번에도 추석에 찾아뵙지 못할 부모님께 더 비싼 선물을 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지원금을 활용해 가능하다면 부모님 댁에 김치냉장고나 에어컨 등 전자제품을 교체해드리고 싶다”며 바람도 전했다.
특정 기간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이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보다 3% 이상 늘면 초과분의 10%를 현금성 충전금으로 환급해 주는 ‘신용카드 캐시백’ 제도인 상생소비지원금 역시 반겼다.
“결과적으로 캐시백을 받는 금액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소비해야 한다는 의미니까요. 그래도 이런 기회를 활용해서 집안의 전자제품을 교체하는 수요는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저 또한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2020년 5월 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1인 가구 프리랜서
“추석 이전에 지원금을 지급하면 좋겠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워낙에 벌이가 적었어요. 소득의 변화보다는 심리적으로 위축이 많이 돼 있었습니다. 저 같은 저소득층의 입장에서는 일시적이었지만 심리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봅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혼자 사는 이용철(56) 씨는 ‘보통의 프리랜서’다. 매체 몇 군데에 글을 쓰고 영화제 몇 군데서 심사를 하고 가끔씩 강연을 하며 먹고 산다. 2020년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이 씨에게 폭염을 식혀주는 소나기 같은 존재였다.
그는 “의료비나 식비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에만 사용했다”며 지원금이 주는 효과를 설명했다.
이 씨가 이번 상생국민지원금을 전 국민의 약 88%에 선별 지원하는 결정에 적극 공감하는 이유다.
지급 시기에 대해서도 “추석을 앞두고 아무래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때”라며 “생활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당초 정부 계획대로 추석 이전에 지원금을 지급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경기도 고양시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발급한 선불카드│한겨레
2인 가구 맞벌이
“무너져가는 자영업 일으키는데 도움”
“정서적인 효과가 컸던 것 같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던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는 기쁨이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너져가는 자영업을 일으키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김포에 사는 맞벌이 정민아(51) 씨는 난생 처음 받은 재난지원금이 대기업에 주는 혜택이 아니라 자영업 중심의 정책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말한다. 그는 제도 취지에 맞게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동네 작은 가게들 중심으로 1차 지원금을 사용했다. 정 씨는 “두텁게 선별지원”할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고 했다.
“취약계층,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계층에 우선 지급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번 상생국민지원금은 최상위층을 제외하고 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게 세금 상승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발생할 요인을 줄인다고 생각합니다.”
정 씨는 이번에 받는 상생국민지원금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용 계획을 세워놓았다.
“큰 타격을 보고 있는 자영업자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식비로 다 쓸 예정이에요. 그러려면 추석 연휴에 쓸 수 있게 미리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심은하 기자
상생 국민·소비지원금 알아보기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은 사용처 이의신청은 온라인으로 접수
-상생국민지원금 지급 기준은?
=건강보험료 기준 가구소득 하위 88%까지 1인당 25만 원씩 받는다. 상한을 폐지하고 가구 수대로 비례지급한다. (구성원 수X25만원) 맞벌이와 1인 가구는 특례 적용한다. 행정안전부에서 공개한 선정기준표를 보면 1인 가구 기준으로 6월분 건강보험료가 14만 3900원(직장 가입자) 이하인 경우에 지급되고 4인 맞벌이 가구 기준으로 38만 200원(직장 가입자) 이하인 경우에 지급된다.
-국민지원금 사용 달라진 점은?
=지역사랑상품권과 동일한 사용처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간단히 생각하면 대기업 계열사 매장은 대부분 국민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스타벅스와 이케아 등 외국계 대기업과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는 사용하지 못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직영점에서는 못 쓰고 가맹점에서는 사용 가능하다.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는?
=8월 말부터 가능하나 지급 시점은 방역당국과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국민지원금 지급 자격에 대한 이의신청은?
=읍·면·동 사무소에서 받지 않기로 했다. 줄서기 등 여러 불편을 줄이고자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접수한다.
-상생소비지원금 환급액과 사용처는?
=카드 사용을 2분기보다 3% 넘게 사용하면, 초과한 금액의 10%를 1인당 월 최대 10만 원 한도로 돌려준다. 개인이 보유한 모든 카드의 총 사용액을 기준으로 개인이 지정한 전담카드사를 통해 캐시백 형태로 지급된다.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영업점에서만 사용이 유효하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8월 17일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소기업·소상공인 178만 개 사업체에 총 4조 2000억 원의 희망회복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희망회복자금 최고 지원금액은 2000만 원이다. 지방자치단체·국세청 행정정보를 통해 지급대상을 선정하므로 대부분 별도 서류제출 없이 간편하게 신청하고 신속하게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집합금지’ 또는 ‘영업제한’ 조치를 받았거나 ‘경영위기업종’에 해당하는 소기업(소상공인 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