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위원회 김종남 과학기술분과위원장│김종남
2050 탄소중립위원회 김종남 과학기술분과위원장
2021년 6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기온이 120년 만에 최고인 34.7℃를 기록했다. 캐나다에서는 49.5℃가 넘는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미국에서는 이례적으로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에서도 54일 동안 역대 최장의 장마가 계속됐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 김종남 과학기술분과위원장은 “폭염, 가뭄, 산불, 태풍과 홍수, 해수면 상승, 감염병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현재 우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로나19보다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훨씬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 생존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늦어도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130여 개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을 기준으로 7억 3000만 톤이다. 이 가운데 20% 이상이 수송, 가정 및 상업부문 등에서 배출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산업, 수송, 건물, 에너지 생산 및 수입 등 모든 분야가 무탄소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김종남 위원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 보급, 법·제도 개선, 국민 인식 변화, 정부 정책 등을 통합적으로 살펴볼 기구가 탄소중립위라고 생각한다. 위원회에는 18개 중앙행정기관은 물론 산업계와 시민사회 대표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쳤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과학기술분과, 기술 대안의 가능성 검토
탄소중립위의 업무는 탄소중립에 대한 국가 비전·정책 수립과 이행점검부터 연구개발 및 산업육성, 국민 이해 증진을 위한 홍보·소통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상당히 넓다. 특히 시급하게 집중해야 할 당면과제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와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계획’ 수립이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2021년 10월 말까지 수립하고 NDC 상향 계획은 11월 1일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기간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춰 탄소중립위는 결과를 도출하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NDC에 적용될 기술들을 계속 검증해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분과의 역할은 탄소중립 실현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혁신 기술들과 기술의 탄소중립 효과,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김종남 위원장은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기술 가운데 일부 기술의 개발이 현재 진행 중이지만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기술이거나 아직 개념적 단계에 있는 기술도 적지 않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철강산업의 수소환원제철, 석유화학·정유 산업의 전기화학 공정,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CCUS), 무탄소 저비용 수소의 대량 공급과 같은 기술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이들 기술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매우 크지만 한편으로는 기술 개발과 실증 및 상용화에 이르는 과정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고 산업 및 자연조건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요한 기술 대안의 실현 가능성과 실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과학기술분과는 기술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깊이 있는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수소충전소│문화체육관광부
연구원 전 분야가 탄소중립에 필요 기술
김종남 위원장은 1985년부터 36년 동안 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분리공정팀장, 화학공정센터장, 기후변화연구본부장 등을 거치며 기후변화 대응과 밀접한 산업공정의 에너지효율 향상, 이산화탄소 포집, 수소 분리, 바이오 가스 분리, 암모니아 합성 등의 기술 개발을 주로 해왔다.
2019년 12월 원장에 취임한 그는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전략 방향을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탁월한 연구성과를 창출해 국가와 인류의 기후 위기를 해결한다’로 설정했다. 아울러 ‘에너지전환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혁신 기술’ ‘수소경제 사회 선도를 위한 수소 공급 및 활용기술’ ‘고효율 저탄소 사회 구축을 위한 스마트 에너지기술’ ‘온실가스 감축과 맑은 공기를 위한 탄소계 에너지 청정 활용기술’ 등 4대 전략 목표로 조직과 연구체계를 재정립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 44년 동안 연구해온 에너지효율,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화석연료 청정활용 등 모든 분야가 탄소중립을 이루는 데 필요한 기술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직원들은 정부 각 부처의 탄소중립 기술 로드맵 작성에 참여하고 있다. 김종남 위원장은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87%가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된다. 지난 200년 동안 구축한 화석연료 문명을 앞으로 30년 안에 무탄소 문명으로 바꿔야 하는데 에너지기술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탄소중립이 어렵다”고 했다.
기술·정책 연계해 실효성 마련에 기여
2020년 출범한 수소경제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김종남 위원장은 2021년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된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 수립을 위한 위원회’에서 민간위원장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탄소중립위에 참여한 것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탄소중립 혁신 기술 분야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최고의 전문 연구기관이 에너지기술연구원이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탄소중립위 활동을 통해 기술 개발은 물론 보다 큰 안목에서 기술과 정책의 연계를 통해 실효성 있는 우리나라 탄소중립의 길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