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위원회 임춘택 에너지혁신분과위원장│임춘택
2050 탄소중립위원회 임춘택 에너지혁신분과위원장
발전·산업·수송·건물·환경은 탄소중립을 위한 5대 분야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혁신분과는 이 가운데 발전 분야를 담당한다. 발전 분야는 에너지전환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전환 분야로 부르기도 한다. 에너지혁신분과위원장을 맡은 임춘택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86%를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의 탄소중립이 관건”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에너지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에너지혁신분과는 ▲태양광발전,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얼마나 높일 것인가? ▲석탄화력발전을 언제 중단할 것인가? ▲가스터빈, 연료전지와 같은 가교(브리지) 에너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원전의 자연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소형모듈원전이나 핵융합이 대안이 될 수 있나? ▲그린 수소 등 수소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해나갈 것인가?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송배전망을 어떻게 확대해나가고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등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에너지혁신분과는 7월까지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을 만드는 작업을 다른 분과와 함께하고 10월까지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국무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에너지혁신분과가 맡은 부분을 검토하고 심의할 계획이다.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앞바다에 위치한 국내 최초·최대의 상업용 해상풍력 단지 탐라해상풍력발전 단지│탐라해상풍력발전
세계적 에너지 전문가로 그린 뉴딜 기획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와 박사를 전공한 임춘택 위원장은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부교수, GIST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최우수 논문상을 받고 석학회원(펠로우)이 된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다.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하고 청와대 안보실 등에서 다양한 국정 경험을 한 정책 전문가이기도 하다. 2017년 말 출범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에너지 정책과 신산업 정책 등 산업과 과학기술 분야 국정과제를 담당한 바 있다.
2018년부터 최근까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을 지낸 임춘택 위원장은 “한국판 뉴딜의 그린 뉴딜 분야를 약 2년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관장들과 함께 기획했다”며 “그린 뉴딜 공동 설계자로서 그린 뉴딜이 지향하는 목표인 ‘2050년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 탄소중립 기술 혁신 나서
임춘택 위원장은 “탄소중립을 환경문제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며 “기후변화라는 환경 이슈로 출발했지만 현재 탄소중립은 경제·산업, 사회·복지, 정치·지역, 외교·안보의 핵심 이슈”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국제기후협약에 가입하고 송유관·가스관을 폐쇄하며 전시동원체제에 준하는 대응을 한 것이 좋은 예다.
2021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였던 탄소중립은 세계가 공통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관련 산업과 경제 규범이 같이 바뀐다. 임춘택 위원장은 “탄소 국경세와 내연기관 규제가 본격화하면 화석연료 기반의 철강·석유화학·정유·자동차·조선·발전산업은 좌초 산업이 된다”고 우려했다.
수많은 무역·기술 장벽이 예고돼 있다. 세계 탄소중립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일자리·창업·사업 기회 상실도 우려된다. 매년 5000조 원의 에너지·자동차 산업을 놓고 각축전이 시작됐다. 국내 탄소중립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세계 탄소중립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다.
2021년 들어 SK와 현대 계열사들이 사업장에 필요한 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100% 대체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인 ‘RE100’에 대거 가입했다. 이에 대해 임춘택 위원장은 “2020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그린 뉴딜, 탄소중립이 세계적으로도 주류 경제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철강협회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에서 탈피해 수소환원제철 공법(환원제로 수소를 이용해 철을 제조하는 공법)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수십조 원이 들어가지만 철광석을 녹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제조기술 혁신에 나선 것이다.
석유화학·정유·조선 업계의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환경과 사회가치를 중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임춘택 위원장은 “우리 대기업들이 탄소중립을 빨리 받아들일 정도로 누구보다 세계 변화에 발 빠른 것이 우리 기업 아니겠는가”라며 “이제 우리 기업이 국외로 이전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너지 자립으로 150조 원 수입 줄여야
지역과 개인의 소득원이 될 에너지 사업도 많다. 도심 태양광발전, 농어촌 태양광발전, 육지와 해상 풍력발전, 전기차, 양수발전, 그린 수소, 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있다. 국내서도 지역균형 뉴딜에 지방 정부들이 탄소중립 관련 사업을 대거 포함했다.
임춘택 위원장은 “지자체들도 앞장서고 있고 정부도 지원해주고 있지만 앞으로 큰 변화와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투자, 정책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의 모범 국가로 꼽히는 독일과 덴마크를 부러워할 필요 없이 국민이 주체가 돼 나서면 우리나라도 연간 150조 원이 넘는 에너지 수입을 대폭 줄이고 에너지 자립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30년 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지구를 살리고 우리 환경도 살리며 경제도 살리는 선택을 지금 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