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로 연결된 연대도(오른쪽)와 만지도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최소화를 위해 공공 부문의 휴가 가능 기간을 6월 셋째 주부터 9월 셋째 주까지 늘리고 2회 이상 나눠 쓰도록 권고함에 따라 휴가철이 길어질 전망이다. 가족 단위 소규모로 성수기는 피해서 비시즌에 나눠가기 좋은 가성비 공감 휴가법과 여행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가성비 공감 여름휴가 즐기기_ 통영 연대도
코로나19로 여행 문화가 바뀌면서 비대면 여행을 넘어 지구환경과 공동체를 지키는 ‘착한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통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늦추고자 하는 시도가 여행산업에서도 새롭게 일면서 주목받는 곳이 있다. 경남 통영의 작은 섬 ‘연대도’다. 이곳은 2011년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해 국내 최초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실현한 ‘에코 아일랜드’이면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탄소없는 여행’에 앞장서고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휴가 시즌, 인파에 떠밀려 피곤하면서도 흥청망청 쓰레기만 잔뜩 배출하는 소비지향적인 여행이 아니라 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에너지 자급자족 실현 에코 아일랜드
경남 통영은 아름다운 섬이 많기로 유명하다. 욕지도, 매물도, 연화도, 한산도, 비진도, 장사도 등 수려한 풍광 덕에 인기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는 섬들이 꽤 된다. 그런 섬들에 비해 연대도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약 40가구, 주민 80명이 전부인 작고 호젓한 섬으로 걸어서 4km 남짓 섬 둘레를 한 바퀴 도는데 두어 시간이면 충분하다. 화려한 볼거리나 소문난 먹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 섬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연대도는 명품 녹색섬으로 거듭나며 통영을 대표하는 섬으로 부상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화석에너지 제로의 에코 아일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섬 전 세대에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모두가 전기를 쓸 만큼 쓰고도 남는다. 폐교였던 옛 조양분교에 대안 에너지를 학습하는 태양열조리기, 자전거발전기 등을 설치해 다양한 시설을 경험해볼 수 있는 ‘에코체험센터’를 만들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한 ‘탄소중립 여행’에도 앞장서며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연대도는 6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참가자를 모집해 ‘탄소없는 여행’을 두 차례 실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2~4인 규모의 캠핑형태로 진행했는데 체류하는 24시간 동안 화석연료 사용 안 하기,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재활용 불가 쓰레기 배출 안하기 등 ‘세 가지 안 하기’를 실천하도록 해 탄소중립 여행의 가능성을 살폈다. 한국관광공사는 탄소없는 여행을 11월 5일까지 매주 금요일(1박 2일) 운영한다. 예약은 통영테마여행 ‘통영이랑’ 누리집을 이용하면 된다.
▶몽돌해변(위), 태양광발전소
섬 주민들의 애환 따라 걷는 지겟길
에코캠핑도 의미 있지만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청정·무공해 섬인 연대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탄소없는 여행이 시작된다. 연대도엔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명소도 많다. 통영 달아항에서 배로 15분 거리,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머물다 가는 사람만 배에 오르면 된다.
연대도는 이웃섬 만지도와 출렁다리로 이어져 있고 해변을 따라 데크가 설치돼 있어 산책하기 그만이다. 특히 연대도의 동쪽 숲을 연결하는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4구간인 ‘지겟길’이 걸을 만하다. 예전 마을 주민이 지게를 지고 연대봉(220m)까지 오르던 길이다. 호젓한 숲길이 약 2.2km(1시간 30분) 이어지며 곳곳에 전망대도 있다. 선착장 맞은편 대숲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시작해 섬의 5부 능선을 따라 도는데 특별히 가파른 구간도 없고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주변의 수려한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파도에 돌멩이 구르는 소리가 듣기 좋은 아담한 몽돌해수욕장이 두 곳(몽돌해변과 연대해변)이나 된다. 몽돌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파도가 칠 때마다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장소다. 연대해변 주변엔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이어진 다랭이밭이 인상적이다. 가난했던 섬 주민들의 애환이 서린 약 30층이나 되는 다랭이밭이 요즘 화려한 다랭이꽃밭으로 변신해 볼거리가 쏠쏠하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양귀비, 수레국화, 백일홍, 분꽃 등이 피고 지며 장관을 이룬다.
80명이 모여 사는 마을길에선 섬 마을 특유의 정취가 묻어난다. 집 주인의 사연이 담긴 문패들이 인상적이다.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윷놀이 최고 고수 서재목 손재희의 집’ ‘연대도에서 태어나 연대도로 시집 온 허우두리 할머니댁’… 문패를 따라가다보면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고인다.
글·사진 정영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통영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