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생기니 사람 모이는 동네로 “인구감소요? 우린 잘 몰라요”

2021.08.23 최신호 보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 참가한 증안리약초마 을협동조합 직원들 |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

인구감소 해결 나선 경기도 양평군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
7월 2일 행정안전부가 지역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우수마을기업 시상식에서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이 우수상을 받았다.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에 자리한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의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2017년 행정자치부 마을기업으로 선정됐고 이듬해 경기도가 주최한 ‘경기마을공동체한마당’ 최고마을상을 받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산촌마을’이라는 주제로 경기마을공동체 우수사례발표 본선에 오른 20개 공동체 중에서 최고 마을로 선정된 것이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위기를 맞았으나 마을기업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의 성공 비결을 듣기 위해 윤종호 이사를 인터뷰했다.

경기도 양평군 증안리는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화전을 일구면서 생계를 꾸려가던 척박한 땅이었다. 도시로 떠난 2세들은 고향에서 살려고 하지 않았고 인구는 98명으로 줄었다. 생산인구는 60명에 불과했다. 그중 47명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2015년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윤 이사는 “급격한 인구감소 등 어려운 농촌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마을발전위원회를 구성한 후 마을협동조합으로 정식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마을기업의 매출은 점차 증가해 2021년 상반기에 5억 2000만 원을 기록했다. 마을기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당시보다 4~5가구 더 늘었고 주민 역시 10명 이상 증가했다.
마을기업의 목표는 단지 수익이 아니다.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의 목표는 3·3·7이다. 농가 소득을 3배로 올리는 한편 매년 장학생 3명을 선발하고 귀농·귀촌 7가구를 유치해 마을에 사람이 모이도록 하자는 목표다. 윤 이사는 “2020년 하반기에 기업의 자립 기반을 닦은 후부터 어려운 이웃과 지역 경제를 위해 고심했다. 이제는 장학기금 마련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안리약초마을 직판장 전경|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

마을기업 출범 후 주민 인구 증가
경기도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농촌이지만 청년 채용에도 열심이다. 윤 이사는 “기업의 모든 요소를 디지털화하면서 청년 채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주 40시간 근무 준수, 퇴직연금 가입, 농사짓는 가정을 위한 탄력 근무, 정년 없는 종신고용제 등을 마련했다. (청년) 한 명이라도 더 채용하려는 사명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사회 특성상 먼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온 다문화가정 여성들도 직원으로 채용했다. 그는 “자녀들에게는 좋은 회사 다니는 멋진 엄마로 존경받고 농사짓는 남편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원을 제공하는 든든한 아내로 대접받는 모습을 지켜볼 때 마을기업 운영의 보람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윤 이사가 생각하는 마을기업의 장점은 뭘까? 그는 “사회적 가치 추구를 통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일정 비율 이상의 자부담금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받으면 경영 활동에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 사업이라도 상당히 신중을 기하며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지가 적고 기계를 투입하기 어려운 증안리마을의 농산물은 마을기업이 세워지기 전에 가격 경쟁력이 약했다. 결국 농가들은 싼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하고 빚더미에 허덕이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마을기업은 농산물을 제값에 사들여 판매하는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고충과 생계 걱정을 덜고자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기업은 존속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마을에서 오랫동안 만들어 먹던 약초강정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마을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약초를 모아 전통 강정으로 만든 ‘힘뇌바’를 생산했다. 힘뇌바에는 뇌에 좋은 통 들깨와 발아현미, 총명탕의 원재료 등 11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힘뇌바는 201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내놓자마자 네이버 스토어팜 수능 간식 부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농산물 판매 넘어 부가가치 높은 식품 개발
이제는 이팥차, 구운 잡곡, 도라지정과, 호두정과, 더덕정과, 아스파라거스 가공식품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은 힘뇌바 성공에 힘입어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기보다 한 명이라도 더 사람을 투입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을은 이로써 인구감소 문제도 해결하려 한다.
 자체 기술로 ‘동안메미숫가루’와 ‘콩이랑생강이랑’을 개발해 모두 특허출원 했다. 전통 약초기술을 이용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동안메수수를 제조하는 기술을 특허로 출원한 것이다. 콩이랑생강이랑은 생강의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유효한 성분을 콩에 침투시킨 제조 기술을 특화했다. 작은 규모의 기업이기 때문에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난관을 겪기도 한다. 윤 이사는 “신제품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꾸러미로 만드는 데 있다. 제품별로 일정 규모 이상의 꾸러미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비용이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농지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국유림을 임대해 산약초와 버섯 등을 수년에 걸쳐 재배하고 있다. 그는 “노령화가 심각한 우리 마을 현실상 농지 부족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고 관리하기도 힘들다. (국유림 임대는) 아직 투자 단계”라고 말했다.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 윤종호 이사

▶증안리 약초마을협동조합이 저온 압착 방식으로 짜낸 국산 콩기름

▶양평군농업기술센터의 기술 지원과 증안리약초마을의 전통 비법을 더해 개발된 검정콩국수가루|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

다른 지역 작은 마을이 교훈 찾아야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이 자랑하는 식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콩이다. 국내 콩 산업은 상당한 위기를 겪고 있다. 콩은 단백질 공급을 책임지는 작물이지만 자급률은 해마다 떨어져 국산 콩 산업의 입지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윤 이사는 “중국의 경우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육류 소비를 50%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콩 재배를 국가 차원에서 적극 확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비만 문제 해결, 심장병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콩고기(대체육)가 식량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은 콩 관련 식품을 적극 개발 중이다. 고압 로스팅 기술을 이용해 차가운 물에서도 잘 풀리는 검정콩국수가루, 검정콩차, 서리태 분말과 저온압착기술로 개발된 콩기름 및 콩기름 부산물인 탈지대두단백을 이용한 콩고기 등이 그 예다.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은 부설 식품연구소 설립도 추진 중이다. 전통적인 약초 기술을 활용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현대인 입맛에 맞는 가공식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윤 이사는 “현재 개발 중인 콩고기는 비건(완전 채식) 식품이다.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귀리 가공식품은 어르신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혁신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은 인구감소 위험 지역인 증안리에서 견실한 마을기업을 일궈 고령화 등 지역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기업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동네로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며 “인구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작은 마을이라면 증안리 사례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리 기자

“청년 유입, 지역사회 활성화” 고마운 마을기업
인구감소 지역에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주민과 예술인을 연결해 지역사회를 활성화한 마을기업이 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행정안전부는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공헌 활동 및 지역 문제 해결에 이바지한 우수마을기업 14개를 7월 1일 발표했다. 우수마을기업은 경쟁력을 확대하고 선도적인 기업으로 도약해 모범 사례로 확산되도록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2011~2021년 총 143곳이 선정됐다. 2021년 우수마을기업으로는 최우수 1개, 우수 3개, 장려 5개, 입상 5개가 선정됐다.
2021년 최우수로 선정된 ‘농뜨락농업회사법인’은 인구감소 위험 지역인 경북 의성군 비안면에 위치했다. 2018년 회원 6명(청년 5명)으로 행정안전부 ‘청년마을기업’에 지정됐고 현재 30명(청년 26명)으로 확대 운영 중인 마을기업이다. 마을기업은 지역 농가에서 맛은 좋지만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지역 공판장보다 20~30% 높은 금액으로 수매하고 2차 가공품으로 제조·유통했다.
약 60가구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한편 청년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예비 청년창업자들에게 상담과 창업 안내를 통해 청년의 귀농·귀촌 확대에 기여했다. 꾸준히 고용 인원과 매출이 증가해 2020년에는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청년회가 없던 비안면에 청년회를 구성하고 축제를 통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고령인 일손 돕기, 농기계 운행 지원, 집수리 등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활동도 인정받았다.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각종 지역 자원을 활용해 수익 사업을 벌이고 인구감소 등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한다. 지역공동체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뜻한다. 마을기업이 되기 위해선 해당 시·군에 접수해야 한다. 시·도 심사와 행안부 지정을 통해 선정된다. 2020년 12월 기준 전국 1652곳에 마을기업이 있다. 박성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청년마을기업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다양한 마을기업이 소중한 성과을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마을기업이 우수마을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적극 발굴·육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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