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테크 민기훈 대표(왼쪽)와 박성원 선임연구원이 2020년 소부장 스타트업 100 선정서를 들고 있다.
‘차별화 복합사’ 기술로 이름 알린 서원테크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기술자립도를 높이고 대·중견기업의 수요 소재·부품에 대응하는 혁신적 신생기업(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자는 취지로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100’(이하 소부장 스타트업 100)을 선정한다.
2020년 시작해 2024년까지 매해 20개사씩 5년간 신생기업 총 100개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2020년 소부장 스타트업 100에는 스마트엔지니어링, 신소재,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바이오·화장품, 신재생에너지 등 5개 분야에서 20개 기업이 선정됐다. 2020년 소부장 스타트업 100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선정된 서원테크를 찾아가봤다.
▶폐플라스틱 소재 사업화에 쓰일 파일럿 설비│서원테크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지식산업 2로에 본사와 1공장을 둔 서원테크는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연간 8000톤 이상 ‘차별화 복합사’를 전문 생산하는 연구개발(R&D) 중심 기업이다. 섬유업계에서 약 20년간 직물과 원사 개발에 집중했고 2009년 섬유기술사를 취득한 전문가 민기훈 대표가 2014년 창업한 회사다.
이 회사는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소재원사를 이용해 이 회사만의 특수 열처리·복합 기술로 차별화 복합사를 만들었다. 이 복합사는 직물·니트 업체 등에 보내져 의류 제작에 쓰인다. 스파 브랜드(SPA Brand), 자라(Zara), 에이치엔엠(H&M), 유니클로(UNIQLO), 망고(Mango) 등에 서원테크의 차별화 복합사를 공급한다.
차별화 복합사는 서로 다른 특성의 두 소재원사를 합사한 것으로 두 원사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해 기능성과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8월 12일 서원테크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민 대표는 “복합사 개발과 생산에서 세계 제1의 차별화 기술을 보유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폐플라스틱 소재 사업화’ 준비에 한창
최근 서원테크는 기존 차별화 복합사 생산 사업에 더해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문제로 대두한 폐플라스틱 자원을 재활용해 친환경적이고 고부가가치 소재를 개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사업(이하 폐플라스틱 소재 사업화)이다. 2020년 11월 이 사업과 관련한 과제 ‘폐플라스틱 자원 재활용 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소재개발’로 소부장 스타트업 100에 선정됐다.
2020년 소부장 스타트업 100에는 총 686개 신생기업이 지원해 34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소부장 스타트업 100에 선정된 소감을 묻자 민 대표는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서 이런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며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과 서원테크의 과제 주제가 일치하는 지점이 있었고 전 세계적으로 관심 거리인 친환경 흐름에 적합하다는 점도 선정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 사업인 폐플라스틱 소재 사업화는 서원테크 측이 플라스틱 페트병 등에서 소재를 직접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민 대표는 “사업적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1년에 약 1만 8000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기에 환경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로 만들어진 섬유를 사용해 옷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 유니클로
‘소부장 100’ 선정으로 상업화 위한 투자 등 도움
신규 사업을 준비한 지 약 5년이 됐다. 시장 분석과 예측으로 기술을 개발했지만 상업화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다. 때마침 소부장 스타트업 100에 선정되면서 사업화에 속도가 붙었다. 지원금 2억 원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에 필요한 기계장치 부품, 재료비, 홍보자료 등에 투자했다. 또한 파일럿 설비 구축과 양산화 설비 도입도 진행 중이다. 한편 소부장 스타트업 100 선정을 계기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대출 승인도 받아 투자도 할 수 있게 됐다. 민 대표는 “코로나19로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정으로 친환경 제품 개발과 자금 대출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원테크는 유럽, 일본 등에 수출을 많이 했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이 없지 않았다. 2020년 1~3월 창업 이래 최고 매출 실적을 보였지만 직후 매출이 급감했다. 다행히 2021년 4월 이후 코로나19 이전의 80~90%로 회복했다. 요즘은 신규 사업 관련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의류용 소재로 제조하는 기술을 적용할 양산화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이날 민 대표는 본사와 1공장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의 2공장을 소개했다. 신규 사업을 진행할 이 공장은 2021년 11월에 가동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로 만들어진 섬유를 사용해 옷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 자라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로 만들어진 섬유를 사용해 옷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 에이치엔엠
친환경 섬유시장, 국내 업체 진출 필요성 커져
서원테크가 준비하는 신규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지속해서 관심을 얻고 있는 분야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패션 기업이 2019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맞춰 발표한 ‘G7 패션 협약’에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로 저감, 생태계 회복을 통한 생물 다양성 회복,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중단 등의 조항이 포함됐다. 한편 글로벌 리서치·컨설팅사 그랜드뷰리서치가 2019년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친환경 섬유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10%씩 성장 중이며 2025년에는 약 700억 달러(약 8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 원사 공급은 크게 부족하고 폐페트병 재활용 섬유 생태계 조성도 시급해 국내 업체 진출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민 대표는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 폐기량이 급증해 환경오염과 해양생태계 파괴, 기후변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은 전망이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장에서 제조 중인 서원테크만의 ‘차별화 복합사’
안전·품질·인화 경영 정신 “구성원과 동반 성장”
창업 7년 차. 회사를 운영하며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2014년 창업 이후 초기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당시 신용보증기금 퍼스트펭귄 기업 지원으로 30억 원 수준의 신용보증을 지원받았다. 민 대표는 “여러 지원으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간 높은 기술력과 우수한 품질력을 인정받으며 성장한 결과 2020년에는 각종 선정 사업에 뽑혔다. 경상북도 스타기업, K-예비유니콘,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 경산시 희망기업 등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4월에는 블루사인 시스템 파트너(Bluesign System Partner)(이하 블루사인) 가입과 인증을 완료했다. 블루사인은 환경·보건·안전에 관한 섬유 인증 기준으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유해 물질 사용과 발생을 최소화했고 모든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됐음을 보장하는 인증이다.
서원테크의 향후 계획은 폐플라스틱 소재 사업화를 준비하면서 2025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고 상장하는 것이다. 민 대표는 “앞으로 의류용 친환경 섬유제품 개발과 함께 의료용, 산업용 등 산업군 확장과 용도 전개 등으로 회사의 추가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 창출 측면에서 고민하는 점도 있다. 민 대표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지속해서 고용 창출을 하고 지역 대학과 연구소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술 향상과 인재 채용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기업 철학을 묻자 민 대표는 안전·품질·인화라는 세 가지 경영 정신을 손꼽았다. 그는 “회사 중장기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 모든 구성원에게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고 공정한 평가와 합리적인 이익 분배로 직원들과 동반 성장을 일궈내고 싶다”고 밝혔다.
“고객, 회사, 임직원들과 동반 성장만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끌어낼 수 있고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동력이 된다는 확신으로 고(高)기술력, 고품질 제품 생산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