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비봉 | 게티이미지뱅크
가성비 공감 여름휴가 즐기기_ 도심 속 국립공원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최소화를 위해 공공 부문의 휴가 가능 기간을 6월 셋째 주부터 9월 셋째 주까지 늘리고 2회 이상 나눠 쓰도록 권고함에 따라 휴가철이 길어질 전망이다. 가족단위 소규모로 성수기는 피해서 비시즌에 나눠가기 좋은 가성비 공감 휴가법과 여행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엔 22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미래 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다. 모두 훼손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환경을 자랑하지만 대부분 깊은 산 먼 바다에 자리해 접근성이 떨어져 큰 맘 먹지 않으면 탐방이 쉽지 않다. 그러나 실망을 금물.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타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도심 속 보물 같은 국립공원이 있다. 수도 서울의 허파 북한산과 전남·광주광역시의 자랑 무등산이다. 때로 너무 가까이에 있어 소중함을 모르고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북한산과 무등산을 오를 때면 울창한 숲길과 빼어난 풍광과 산세에 절로 감탄사를 토해내고 만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짧은 휴가에 무거운 여행이 부담된다면 소풍가 듯 가벼운 마음으로 도심 속 국립공원으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수도 서울을 품은 명산 북한산국립공원
서울의 보물 북한산(837m)은 전남 광주 무등산과 함께 도심에 자리한 우리나라의 대표 국립공원이다. 북쪽의 백두산, 남쪽의 지리산, 동쪽의 금강산, 서쪽의 묘향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오악(五岳)으로 꼽히는 명산이기도 하다. 주변에는 북한산을 빼고 이렇다 할 높은 산이 없어 한강을 굽어보며 높게 솟은 자태가 홀로 드높고 멋진 동양화 속 병풍을 연상시킨다.
북한산국립공원은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도 좋지만 미끈하게 잘 빠진 화강암 봉우리가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정상인 백운대에서 시작해 암벽등반의 메카인 인수봉, 무속인들의 성지인 보현봉 등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들이 불쑥불쑥 치솟아 올라 장관을 이룬다. 봉우리의 바위 빛은 백설처럼 하얗고 짙은 녹음 사이로 솟아 있는 모습은 맑게 갠 하늘처럼 선명하고 깨끗하다. 인구 천만이 사는 대도시 서울에 이처럼 그림 같은 명산이 숨어 있었다니 피곤한 일상에 묻힌 도시인들에겐 자연이 선물해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북한산은 크기가 다른 국립공원보다 작은 편이지만 접근성이 좋아 찾는 사람이 가장 많다. 국립공원공단에서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탐방코스만 13개나 된다. 각기 개성넘치는 멋을 품고 있어 어느 코스를 선택해도 후회는 없다.
개인적으로 북한산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이 산의 최고 매력 덩어리인 봉우리들을 탐방하는 능선산행을 추천한다. 워낙 기이한 봉우리들이 많아 주능선, 의상능선, 우이능선, 진달래능선 등 여러 개의 코스가 있지만 백미는 비봉능선이다. 서쪽인 향로봉에서 문수봉까지 2.5㎞에 불과하지만 발 아래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북한산 전체를 조망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비봉능선 코스는 짧지만 옹골차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불광역에 가까운 구기동을 들머리로 해서 향로봉, 비봉, 승가봉, 문수봉을 넘어 대남문에서 다시 구기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약 7.5㎞, 4~5시간이면 충분하다.
▶무등산 정상
▶무등산 입석대
빛고을 보듬은 ‘어머니의 산’ 무등산국립공원
누군가 꼭 가봐야 할 산을 추천하라고 하면 주저 없이 무등산을 꼽는다. 빛고을 광주의 진산 ‘무등산’(1187m)은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이다. ‘무등’은 평등하다는 뜻, 산세가 모나지 않고 완만해 어머니처럼 넉넉하고 포근하게 도심을 품고 있어 광주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산’으로 불린다.
인구 100만 명 이상 사는 대도시에 자리 잡은 1000m 높이의 산은 무등산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그러나 도심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저평가 받는 억울한 산이기도 하다.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축복이나 다름없는데도 말이다. 다행히 몇 년 전 가치를 인정받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에 무등산의 진가가 많이 알려졌다.
무등산을 오르는 코스는 크게 두 가지다. 증심사에서 출발해 서석대까지 오르는 코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산을 오르는 내내 가파른 언덕길이 계속되는 이 코스보다 반대편 무등산 중턱에 자리한 원효사쪽에서 출발하는 꼬막재 코스가 한결 수월하다. 무등산장에서 시작해 꼬막재, 장불재를 거쳐 입석대, 서석대에 오른 뒤 원효사나 증심사 쪽으로 하산하면 된다. 총 6~7시간 걸리는 긴 코스이지만 산길이 편안하고 내내 아름다운 풍광을 곁에 두고 걸을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시내에서 무등산 높이와 똑같은 1187번 버스를 타면 꼬막재 코스의 들머리인 원효사 앞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공원관리사무소에서 식당가를 지나 옛 무등산장 쪽으로 이어진 코스는 울창한 원효사계곡 상류를 거슬러 2㎞를 올라가야 한다. 한 시간 남짓한 오르막은 완만해 그리 힘들지 않고 울창한 숲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등산 특유의 넓직한 돌이 많으면서도 부엽토로 뒤덮인 흙산이라 발걸음이 폭신폭신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에 취해 걷다보면 드넓은 신선대 억새평전에 다다른다. 산 위에서 광활한 억새숲을 만난다는 것이 꿈만 같다. 억새평전에서 바라보는 무등산 정상의 유순한 곡선이 마치 어머니처럼 포근하게 다가온다.
글·사진 정영주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