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대규모 야외 대중음악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에서 관객들이 거리를 둔 채 돗자리에 앉아 있다. | 민트페이퍼 제공
거리두기 개편에 거는 자영업자의 희망과 바람
서울 성동구 무학중학교 인근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경호(44) 씨는 7월 8일부터 시행되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을 손꼽아 기다렸다. 2020년 11월부터 음식점의 영업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면서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예전에는 오후 5시~새벽 5시에 영업했는데 밤 10시 이후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나마 1인식당이어서 종업원 월급 등의 부담이 없어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인근 골목에 가게 주인들이 많이 바뀌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겉보기에는 여전히 상권이 유지되는 듯하지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은 많이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양한 직업군에 맞게 사회적 거리두기도 융통성 있게 시행해주길 바랐다. 그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할 수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완화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예방접종자들에게는 밤 12시까지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도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접종자들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 예방접종도 빨라지고 내수 경기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접종자들에게 해외여행 등 혜택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점 등 내수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방안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했다.
▶6월 27일 서울 명동 거리의 한 식당 앞에 방역수칙 준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 연합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 만들어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6월 20일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을 예고한 데 이어 6월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유행규모가 큰 수도권에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하고 비수도권은 모두 1단계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거리두기 1단계가 적용되는 비수도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7월 1일부터 시간 제한 없이 식당·카페,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파티룸, 실내스탠딩 공연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2단계가 시행되는 지역은 식당·카페의 경우 자정까지만 매장 내 취식이 가능하고 자정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다만, 정부와 수도권 3개 시·도는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새로운 거리두기 개판안 적용 시점을 1주일 유예하기로 했다. 정부는 영화관, 스포츠 관람석, 공연장의 경우에는 예방접종 완료자로만 구성된 별도 구역에 한해 음식 섭취, 응원·함성, 스탠딩 공연 등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 단체들은 일단 거리두기 개편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영업 제한시간을 연장하고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을 늘린 것은 소상공인이 영업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역시 “식당의 경우 기존에 밤 10시 제한이 있다 보니 일찍 마감 준비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나온 조치로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방석(46) 씨는 “호프집의 경우 보통 1차로 저녁 식사를 하고 2차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밤 10시 영업시간 제한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며 “밤 12시로 영업시간이 늘어나면 매출 신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 업계도 거리두기 완화에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다만 영화관에서 음식물 섭취를 허용해달라고 다시 한 번 요구했다. 극장 업계 관계자는 “영화관은 얼굴을 마주 보고 음식물을 먹지 않는다”며 “영화관 먹거리는 영화관의 일부이자 영화 관람을 더 재미있고 가치 있는 경험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영화관에서 매점 매출은 표 수입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SK텔레콤이 7월부터 적용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비해 내놓은 인공지능(AI) 서빙로봇 ‘서빙고’ | SK
“새 거리두기 시범 적용해보니 유행 관리”
정부는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에 앞서 시범 적용한 결과 코로나19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중대본은 경북 도내 12개 군 지역에서 개편안을 시범 적용한 결과 인구 10만 명당 환자 수가 기존 0.15명에서 0.2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경북 지역은 4월 26일부터 인구수가 10만 명 이하인 군위·의성·청송·영양·영덕·청도·고령·성주·예천·봉화·울진·울릉 등 12개 군에서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를 먼저 적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영주·문경·안동·상주까지 더해져 총 16개 시군에서 시범 적용 중이다. 전남에서는 5월 3일부터 새 거리두기 체계를 시범 적용해왔는데 도입 전후 1주간 발생한 환자 수는 0.3명에서 0.34명으로 0.04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본은 “개편안을 시범 적용하면서 완화된 방역조치와 함께 지역 특성에 맞게 고령층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는 등 특별방역 활동을 병행한 결과 전반적으로 유행 상황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수 증가 역시 현재 의료체계 등을 고려할 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개편안 시범 적용으로 지역 내 경제활동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중대본에 따르면 개편안을 처음 도입한 경북 12개 군 지역의 경우 도입 이전과 비교해 4주간 평균 소비증가율이 7.8%였다. 또 전남 18개 시군의 가맹점과 다중이용시설 이용액은 각각 2.9%, 5.3% 늘었다. 중대본은 “전남 지역의 27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사적 모임이 늘어난 것과 관련한 긍정적인 평가가 89%를 차지했다”며 “이용 인원 및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평가는 82%, 개편안 적용 연장 입장은 90%였다”고 전했다.
▶인천 석정초등학교 1학년 교실 모습 | 한겨레
모임 금지 완화에 소비 진작 효과도
앞서 NH농협은행 전남영업본부가 전남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개편안 시행 전후의 농협카드 사용액(점유비)을 비교·분석한 결과에서도 소비 진작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지역에서 농협카드의 점유율은 17.8%로 동종 업계 1위이다.
NH농협은 개편안 시행 전후 3주간을 동일하게 적용해 시행 전은 4월 12일부터 5월 2일까지를, 시행 후는 5월 3일부터 23일까지를 비교했다. 전남 지역은 지난 5월 3일을 기점으로 22개 시군 중 ‘코로나19’ 확진이 이어지고 있는 순천·여수·광양시와 고흥군 등 4개 시군과 나머지 시군에 대해서 차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고 있다. 4개 지자체는 5명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유지한 반면 나머지 18개 시군에 대해서는 5월 3일부터 6명 모임까지 허용하고 있다.
NH농협의 분석 결과 이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지역의 가맹점 카드 사용액은 1727억 원으로 시행 전 대비 2.9% 상승했다. 반면 여수·순천·광양시와 고흥군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됐던 전남 동부권 4개 시군은 시행 전보다 오히려 5.3% 하락했다. 특히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행 지역의 사용액 증감률이 5.3%(일반음식점6.9%, 문화·취미 45.9%) 상승했으나 제외 지역은 8.1% 하락해 13.4%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일반음식점의 경우 17.3%포인트로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월 4일 세종시 온빛초등학교를 방문해 급식실을 둘러보며 2학기 전면등교에 대비한 학교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교육부
“학교 방역 예산 전액 지원해줬으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개편되면서 각급 학교 학생들도 2학기부터 전면등교가 이뤄질 예정이다. 교육부는 2학기 전면등교를 위한 단계적 이행 방안을 발표하면서 2학기부터 전국 주간 하루 평균 환자가 1000명 미만인 거리두기 2단계까지 매일 등교하기로 결정했다. 현장 교사들은 전면등교 방침에 대해 필요성을 이해하면서도 우려감도 표시했다. 자칫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수원의 청명중학교 이수영 교감은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늘면서 상·하위권 학생들의 학력차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예년에는 기초학력 미달자가 학년별로 1~2명에 그쳤다면 지금은 4~5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서적 불안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늘고 사이버폭력이 증가한 점도 원격수업으로 등교일수가 줄면서 일어난 현상”이라며 “전면등교가 시행될 경우 이런 현상들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감은 그러나 전면등교가 시행될 경우 특히 대규모 학교들은 방역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급식만 해도 식당에서 급식하는 학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2개 학년이 등교할 때는 시차 급식도 가능했지만 3개 학년이 모두 등교하면 이것 마저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감은 또 교육부가 방역 예산을 지원하면서 소요 예산의 70%만 지원하기로 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연초에 이미 학교 예산 편성을 해놓은 상태에서 새롭게 예산을 편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전면등교가 시행되면 무엇보다 철저한 방역대책 마련과 준수가 가장 중요한 만큼 방역 예산을 전액 지원해주는 방안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