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국제경제국장(왼쪽)과 김정하 유럽국장이 G7 회의와 유럽순방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담_ G7 정상회의 및 유럽 국빈 방문 성과 및 과제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오스트리아·스페인 국빈 방문에서 우리나라는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영국·프랑스·독일·호주 등 각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G7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큰 환영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6월 30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주요 헌법기관장들과 간담회에서 “취임 초에는 우리나라가 촛불집회를 통해 평화적으로 정권교체한 것을 세계가 경탄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의 방역역량과 경제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도 매우 커졌다는 걸 확인했다. 각국은 우리나라와 더 긴밀하게 협력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박태영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은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보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각보다 훨씬 체계화됐고 선진화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에 따른 역할 또는 책임도 커졌다. 일부에서 “G7에서 청구서를 잔뜩 받았다”고 평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번 문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순방은 높아진 자부심 만큼 더욱 커진 역할에 대한 고민이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6월 2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외교부 박태영 국제경제국장, 김정하 유럽국장을 만나 G7 회의와 유럽순방의 성과가 갖는 의미와 앞으로 과제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문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과 오스트리아·스페인 국빈방문이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정상외교의 성과는 무엇입니까.
=박태영 국제경제국장: 그동안 양자외교나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외교활동에 한정된 것을 이번에 글로벌 현안까지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외교적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기후변화나 경제위기 등 국제적 문제에 대해 뒤따라가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G7 국가들과 함께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계기였다고 봅니다.
=김정하 유럽국장: 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오스트리아·스페인을 국빈방문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있었습니다. 5월에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와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회의의 주요 의제가 코로나 극복과 경제회복인데, 오스트리아와 스페인도 그 부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상회의에 임하는 자세가 굉장히 진지했고, 문 대통령을 통해 P4G와 G7 정상회의의 결과와 분위기를 알고싶어 했습니다. 다자회의 참석 직후 두 나라를 방문하면서 더 알찬 정상회담이 됐습니다.
-우리나라가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청받았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박 국장: 2년 연속 초청을 받았다는 건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역할을 하고 기여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에는 G7 회의에 많으면 20개국, 적어도 10개국 안팎의 국가가 초청됐는데 이번에는 한국·호주·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만 초청했습니다. 아시아·오세아니아·인도·아프리카 등 지역별 주도국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고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성공적으로 이행했으며, K-방역과 코로나 국면에서도 경제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 점 등이 평가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갑자기 높아진 느낌이 있습니다.
=박 국장: G7 국가 정상들은 한국의 K-방역에 대해 상당히 많이 언급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보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생각보다 훨씬 체계화되고 선진화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계기가 됐을 겁니다. 물론 전 국민이 방역의 주체가 돼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인데요,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평가가 한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를 이제 선진국이라고 봐야 할까요?
=박 국장: 개발도상국 시절을 경험한 우리 세대만 해도 선뜻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말하기 주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 보면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그냥 선진국입니다. G7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제규모 등 여러가지 면에서 선진국 중에서도 선도그룹에 포함된다고 보는 게 외부의 평가라는 걸 이번에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개도국을 경험했고 2차대전 이후 경제와 민주화 측면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유일한 국가입니다. 개도국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거죠. 개도국을 막 벗어난 한국의 조언과 지원이 개도국들에게 훨씬 설득력 있고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한국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독특한 가교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G7의 주요의제 중 하나는 코로나19 극복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국장: 오스트리아·스페인은 코로나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두 나라는 우리의 방역이나 코로나 관리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방역 분야에서 많은 협력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한국은 코로나 모범국가, 방역 모범국가입니다.
문 대통령께서도 개도국에 백신 공급을 위해서 유럽의 코로나 원천기술과 우리나라의 생산능력·전문인력이 힘을 합쳐 백신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영국·오스트리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회사 최고책임자(CEO)들과 화상회의 또는 면담을 하셨습니다. 유럽지역에 있는 백신 생산 기업들과 우리나라가 잘 협력해서 백신 공급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유럽 국가들과 충분히 이야기 했습니다.
=박 국장: G7 회의에서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단기적 측면과 장기적 측면이 논의됐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백신을 어떻게 전세계가 잘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문 대통령은 개발도상국 백신 지원을 위한 코백스 선구매공약매커니즘(COVAX AMC)에 올해와 내년에 걸쳐 총 2억달러 상당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백신 생산 자체가 적은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다양한 백신을 생산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의 기업과 백신분야에서 파트너십을 통해서 백신 허브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코로나가 종식된 뒤 제2, 제3의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자는 논의가 진행중입니다. 우리나라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도 P4G 서울 정상회의에 이어 G7 회의의 중요한 안건이었습니다.
=박 국장: G7 국가들은 우리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2020년 말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했고 2021년에 신규 해외 석탄발전에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현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으로 개도국이나 전세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컸다는 평가입니다. 또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선진국·개도국이 함께 참여하는 서울선언문을 채택함으로써 오는 11월에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앞서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국장: 한국과 유럽연합(EU)은 녹색산업을 통해 코로나를 극복하고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그린 뉴딜, 디지털 뉴딜과 유럽연합의 그린딜입니다. G7 회의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도 한국과 유럽연합은 기후 변화와 관련해 공통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자고 논의했습니다. 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스페인의 정상회담 계기에 한국-유럽연합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양자 차원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협력을 해나가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G7 회의에서 민주주의 가치 확산과 관련해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습니다.
=박 국장: G7과 이번에 초청된 국가들은 모두 인권·민주주의·법치주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입니다. 우리는 초청국이었기 때문에 회원국만 참여하는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역시 그런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데 전혀 이견이 없었습니다. 우리도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가치외교를 중시하는 그런 입장을 취해나가는 위치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G7 회의에서 공유하는 가치들을 문서화한 ‘열린사회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참여했고 그 문서는 일반 국민에게 공개했습니다.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어떤 특정국가를 지칭한 게 아니라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들을 확인하고 어떻게 함께 지켜나갈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중국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굳건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중국과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입니다. 중국과도 계속 소통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김 국장: G7 주요국가들도 최근 들어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포용적 협력과 상호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을 추구하며, 배타적이거나 어떤 특정국가를 따돌리기 위한 그런 협력은 아니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열린사회 성명 역시 어떤 특정국가를 배제하는 그런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스트리아·스페인 국빈 방문은 코로나19 이후 첫 대통령 해외순방이었습니다. 스페인과 오스트리아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 국장: 오스트리아는 내년이 수교 130주년이 되는데 이번에 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방문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녹색산업이나 전기차,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산업을 준비하는데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히든챔피언(규모는 작지만 전세계 시장점유율 1~2위에 오른 기업) 보유 세계 5위입니다.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도 17명이나 돼 앞으로 미래산업 분야를 열어가는데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적으로도 유럽문화의 중심이라고 불리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 이후 많은 문화교류를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은 해외건설과 관광분야, 재생에너지분야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해외 건설시장 수주 규모가 중국에 이어 2위이고, 같은 언어권인 중남미지역 건설인프라 수주는 1위입니다. 에너지 수요의 40% 정도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강국이며, 관광객 수는 세계 2위지만, 관광 인프라와 산업 경쟁력은 세계 1위로 꼽힙니다.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방문 성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습니까?
=김 국장: 스페인은 해외 건설시장 진출에서 우리와 협력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과 공동협력을 통해 현재까지 162억달러 정도 해외 건설을 수주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중남미 지역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스페인과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관광산업이나 그린산업 분야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한 협력을 해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우리 대통령 방문기간 중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태양광·풍력 관련 스페인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2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신고하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와는 문화협력협정, 청소년 교류이행 약정 등 4건의 협정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5G 등 디지털 전환 분야 협력을 모색했고 수소에너지와 관련해 오스트리아의 생산기술과 한국의 활용기술을 결합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다소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박 국장: 우리가 개도국을 겪어왔기 때문에 그 단계를 넘어선 건지 아닌지 확신이 안서는 듯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의 시각이 너무 국내에 머물러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 대응에 있어서도 국내적으로만 어떻게 잘할 것인지만 고민했던 듯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모두가 안전해져야 완전하게 문제가 해결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국제사회를 도와주고 코로나19 같은 글로벌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G7 국가들이 우리에게 그런 역할을 하라고 요구한 것이고 문 대통령 역시 우리가 그 만큼의 역할을 하겠다고 하신 겁니다.
=김 국장: 덧붙이자면 우리 외교는 이제까지 양자 외교가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스페인 정상회담 결과 발표한 공동성명을 보면 14년 전에 스페인 국빈방문 때 발표했던 공동성명에 비해 국제적 현안,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현안에 대한 비중이 두배 정도 늘었습니다. 우리가 유럽국가들과 양자외교를 할 때도 양국 간 관계뿐 아니라 국제 현안들에 대해 협력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G7 정상회의가 의미가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G7 회의 참석과 유럽순방이 우리에게 준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박 국장: 한 칼럼에서 ‘G7 정상회의에서 청구서를 받아온 것이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청구서에 대해서 우리가 부응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좀더 투자를 해야 되는 거죠. 국내에도 취약한 부분이 많은데 해외까지 지원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에게 이익이 되며 장기적으로는 그게 선순환이 되거든요. 우리도 성숙한 경제대국으로서 그런 부분에 투자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김 국장: 우리가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만큼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이익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 있는 우리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해외 기업 활동에도 많은 보탬이 됩니다.
글·이찬영 기자, 사진·곽윤섭 기자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및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1세션에 참석해 있다.│ 연합
G7 정상회의 우리나라 참석 주요 성과
■글로벌 선도국가 반열로 격상된 우리 위상 시현
–2년 연속 초청, 2021년 권역별 주도국들과 함께 초청국으로 참여
–코로나19, 기후변화, 열린사회 논의에 G7과 대등하게 참여·기여
■국제현안 해결에 실질적 기여 및 선진·개도국간 가교 역할 수행
–개도국의 백신 접근을 위해 2022년까지 2억 달러 규모 지원 공약 및 백신 생산허브로서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의 확대 모색
–기후변화 논의 선도발언 통해 탄소중립 달성에 선도적 역할 부각
–K-방역, 디지털·바이오 역량 등에 기반한 국제현안 해법 제시
■우리 외교의 지평 확대
–열린사회 논의에서 유사입장국인 G7 국가들과 가치 중심 연대 강화
–우리 신남방정책과 G7의 인도·태평양 협력구상 간 연계 모색
–당면 국제현안 해결에 주도적 참여하는 우리 외교의 전환점 계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협력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등과 양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주요국 지지 공고화
■우리 강점에 기반한 실질협력 기반 조성
–양자회담 및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 면담을 통해 실질 협력기반 확대 (백신개발·생산, 수소경제, 그린·디지털 분야 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