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령 숲길
시기별 여름휴가 즐기기_ 숲속 야생화 여행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최소화를 위해 공공 부문의 휴가 가능 기간을 6월 셋째 주부터 9월 셋째 주까지 늘리고 2회 이상 나눠 쓰도록 권고함에 따라 휴가철이 길어질 전망이다. 편안하고 안전한 여름휴가를 위해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시기별로 최적화된 휴가법과 여행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벌써 조금만 걸어도 온몸이 땀으로 끈적인다. 더위를 피해 여름휴가라도 떠나고 싶지만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부담돼 짐을 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 걱정없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치유가 되는 신박한 여행지는 없을까? 하루 탐방객 수를 제한해 북적이지 않고 온종일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환상적인 야생화 계곡 두 곳을 추천한다.
아름다운 들꽃 별처럼 반짝이는 ‘분주령’
백두대간 능선의 한 고개인 태백 두문동재(1268m)는 지상 ‘최고의 정원’으로 향하는 출입구다. 금대봉을 거쳐 분주령,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로 이르는 8.4km의 원시림으로 이어진 오솔길에는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온갖 종류의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며 꽃망울을 터트린다. 복주머니란, 갈퀴현호색, 노랑무늬붓꽃 등 찾아보기 힘든 희귀식물 등 자생하는 풀꽃이 약 900여 종에 달한다. 해발 1200m가 넘지만 길이 험하지 않아 거창한 장비가 없어도 된다. 발이 편한 트레킹화와 물통, 도시락을 넣을 수 있는 작은 배낭만 있으면 충분하다. 야생화 천국으로 향하는 여행은 탐방안내소에서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뒤 옆으로 난 임도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천상의 정원으로 향하는 임도는 제법 넓지만 길은 점점 깊은 숲속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검룡소까지 반나절 이상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가는 내내 만나는 들꽃과 짙은 숲내음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지경이다. 운이 좋으면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를 만날지도 모른다.
길섶에는 야생화 만발이다. 계절에 따라 꽃은 달리 피어나는데 감자난초, 은대난초, 구슬봉이, 앵초, 쥐오줌풀, 요강나물, 동자개, 광대수염, 솔나무 등이 봄부터 피고지기를 거듭한다. 꽃들과 눈을 맞추며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전망이 탁 트인 분주령에 다다른다. 분주령은 원래 정선과 태백 사람들이 만나 분주하게 물건을 교환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1080m에 이렇게 너른 분지가 펼쳐진다는 사실이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
분주령에서 능선을 따라 곧장 오르면 야생화 트레킹의 백미인 대덕산 정상(1307m)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고산초원을 이뤄 풍광이 무척 빼어나다. 수십만 평에 달하는 평평한 초원능선은 온통 야생화 세상이다.
하루 500명에게만 출입이 허락된 분주령 야생화길을 트레킹 하려면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에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교통은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두문동재로 원점회귀해야해 번거롭다. 태백 시내에서 택시로 두문동재로 이동한 뒤 검룡소로 내려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문의 033-550-0000
▶곰배령 정상 | 연합
바람결따라 야생화 꽃물결치는 ‘곰배령’
설악산 대청봉을 마주보고 서있는 점봉산(1424m)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원시림을 잘 보존한 산으로 꼽힌다. 국내 식물종의 20%에 해당하는 850여 종의 꽃과 나무들이 자생하는 보고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존구역이다. 그 점봉산의 백미가 바로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곰배령이다.
여름이 늦게 찾아오는 탓일까? 이 즈음 막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한 숲에는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이 주단처럼 깔려있다. 꼭 무엇에 홀린 것 같다. 지천으로 핀 이름 모르는 야생화들이 나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게 만든다.
곰배령의 계절은 느리게 흘러간다. 도시는 벌써 성큼 다가선 초여름 날씨로 덥다고 아우성이지만 이곳에는 봄이 그대로 머물러 있다. 산이 깊은 탓에 꽃 피는 시기도 평지보다 다소 늦다. 4월부터 복수초를 시작으로 얼레지, 한계령풀, 홀아비바람꽃, 매발톱, 은방울꽃 등 수많은 들꽃이 릴레이 달리기를 하듯 하나둘 피었다 지면서 끊임없이 들판을 장식한다.
산림 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돼 22년 동안이나 입산이 금지된 곰배령이 일반 등산객들에게 개방된 건 2009년부터다. 하지만 산림자원 보호를 위해 곰배령 탐방로(진동리~곰배령) 하루 탐방인원을 선착순 45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 미리 산림휴양 통합플랫폼 ‘숲나들e’에서 예약을 해야 입산이 허락된다. 또다른 코스인 곰배골 탐방로(귀둔리~곰배령)는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에서 예약가능하며 선착순 350명까지 입산 가능하다.
곰배령 탐방로의 경우 점봉산 아래 곰배령생태관리센터에서 출입증을 받는 것으로 야생화숲 탐방이 시작된다. 곰배령 정상까지는 5km, 왕복 10km정도. 그리 부담스러운 거리가 아니고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도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정상까지는 싱그런 원시림이 이어진다. 사람 한두 명 지나갈 정도의 좁은 산길 옆으로는 사람 손 타지 않은 수목들이 빽빽하게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사이사이로 야생화들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민다. 정상이 가까워지면 나무는 줄어들고 야생화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리고 마지막 가파른 비탈을 넘어서자 갑자기 하늘이 열린다. 드디어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 다다른 것이다. '퉁퉁한 곰이 배를 벌렁 뒤집고 누워있는 모습'을 닮은 곰배령 널따란 둔덕에는 철따라 850여 종의 온갖 들꽃이 피었다가 진다. 야생화 흐드러진 수천 평의 초지에서 작고 여린 들꽃들은 바람결을 따라 고개를 흔들고 있다.
곰배령에서는 꽃의 계절인 봄을 놓쳤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곰배령 여름꽃은 7월말에서 8월 절정을 이루기 때문이다. 하얀 전호를 시작으로 은방울꽃, 미나리아재비, 쥐오줌풀, 매발톱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꽃물결치는 장관을 만나게 된다.
문의 033-463-8166(곰배령), 033-801-0900(곰배골)
글·사진 정영주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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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