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강릉시가 강릉 경포해변에서 열화상 감지 카메라를 부착한 드론을 테스트 운행하고 있다. | 강릉시
코로나19 우수 방역 경포해변을 가다
“경포해수욕장은 젊은이들의 바다다. 강릉권역 피서객 150만 명 중 120만 명이 경포로 몰렸고 나머지 30만 명이 22곳의 작은 해수욕장으로 흩어졌다. 경포 백사장은 14만 4000㎡이며 나머지 해수욕장들은 대개 2만~5만㎡다. 경포에는 중년 또는 가족 단위 피서객들을 찾기 어렵다. 넓은 백사장을 메운 인파는 대부분 10~20대들이다. 남자끼리 온 팀과 여자끼리 온 팀이 금방 어울려 함께 둘러앉아 놀았다.”
2002년 8월 2일 자 <한겨레> 사회면에 실린 머리기사 중 한 대목이다. 당시 기자로 일하던 소설가 김훈이 여름 피서철 ‘젊음의 바다’ 경포해변을 묘사한 것이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6월 15일 코로나19 시대에 다시 여름 피서철을 맞은 강릉 경포해변은 해수욕장 개장(7월 16일)을 앞두고 ‘안전하고 쾌적한 해변’을 내걸고 부산한 모습이다.
▶2021년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강릉시가 강릉 경포해변에서 열화상 감지 카메라를 부착한 드론을 테스트 운행하고 있다. | 강릉시
여름 휴가철 50만 명 방문 예상
2020년 여름 휴가철에 경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33만 명이었다. 이날 강릉시청에서 만난 서호영 관광지도담당(관광과)은 “2021년 여름 휴가철 경포해수욕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피서객은 50만 명 정도”라며 “경포해수욕장을 포함해 강릉지역 총 20곳 해수욕장을 90만 명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포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20년 전 120만 명에서 30만~50만 명으로 줄어들어 코로나19 시대를 실감케 한다.
아직 피서철이 시작되지 않은 초여름, 이날 경포해수욕장에는 젊은 청년과 연인들을 중심으로 수십 명이 멀찍이 떨어진 채 삼삼오오 모여 해변가를 거닐거나 모래밭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경포해수욕장을 비롯해 18곳이 7월 16일에 문을 연다. 시범 해수욕장 4곳(경포·주문진·정동진·옥계) 일반 해수욕장 4곳(강문·안목·사천진·사근진) 마을 해수욕장 10곳(사천·송정 등)이다.
해수욕장 운영은 8월 29일까지 45일간이다. 코로나19로 해변에서 수영할 수 있는 시간도 줄었다. 수영이 허용되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다. 강릉시는 “매년 성수기에 1시간 연장 운영했는데 코로나19로 연장 운영을 하지 않는다”며 “야간에는 밤 10시까지만 해수욕장 출입이 허용되고 수영과 해변 취식은 전면 금지된다”고 말했다. 마을 해수욕장인 안인·동명은 코로나19 상황을 봐가면서 개장 여부를 변경할 방침이다.
강릉지역 해수욕장 20곳은 총 길이 1만 2589m, 폭 1037m, 면적 총 68만 9600㎡다. 가장 넓은 경포해수욕장은 길이 1.8㎞, 폭 70m, 면적 10만 7300㎡다.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에는 파라솔 500개를 설치하는데 2m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최소 4×4m 크기로 구획해 설치한다.
▶코로나19 시대의 2020년 여름휴가철 강릉 경포해변 모습
쾌적한 휴가 위해 스마트 방역 확대
경포해수욕장은 또 1.8㎞ 전역에 걸쳐 철제 출입통제선(방역펜스)을 설치하고 중간중간 총 16곳에 출입구를 마련한다. 출입자명부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야간 해수욕장을 개장하지 않지만 중앙 출입구 2곳을 개방해 야간에도 해변에 드나들 수 있다. 출입만 허용될 뿐 해수욕이나 음식물을 먹는 행위는 금지된다.
서 담당은 “낮에도 피서객에게 백사장 취식을 금지하기란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단속요원을 해수욕장마다 투입해 야간 취식과 폭죽놀이를 집중 단속한다. 또 해수욕장 모든 구역의 편의시설과 공공장소는 하루 세 번씩 소독방역을 실시한다.
강릉권역 해수욕장은 안전한 휴가뿐 아니라 쾌적한 휴가를 위해 간편한 스마트 방역을 확대한다. 출입명부 작성에 따른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해수욕장에 부여된 고유번호로 전화를 걸어 방문이력을 관리하는 ‘안심콜’ 서비스를 실시한다. 또 강원도형 전자출입명부 ‘클린강원패스포트’(각 시설 안에 비치된 전자스탬프를 이용객 휴대전화에 찍으면 발열 여부와 방문시간을 간편하게 파악)를 모든 해수욕장에 도입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해수욕장 개장식은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하지 않는다. 해수욕장 운영기간에 모든 축제와 행사도 취소했다. 경포해수욕장은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해수풀장도 집단감염 발생에 대한 우려로 운영하지 않는다.
2021년은 특히 경포해수욕장 등에 열화상 카메라를 부착한 ‘방역 드론’을 운영한다. 서 담당은 “경포·주문진·정동진·옥계 등 4곳(백사장 해변 면적 7만㎡ 이상)에 열화상 카메라를 부착한 방역 드론을 1대씩 띄운다”고 말했다. 2020년 여름 휴가철에도 드론 9대를 운영했는데 2021년에는 9대 가운데 4대에 열화상 카메라까지 부착했다.
서 담당은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갑자기 고열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라’는 안내방송만 할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발열 피서객을 식별해낼 수 있도록 드론에 열화상 카메라를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여름 휴가철 강릉 경포해변 출입구 | 강릉시
체온스티커로 간편하게 발열 확인
출입구에서는 방문객마다 체온을 측정·확인한 뒤 ‘안심손목밴드’를 착용하도록 한다. 피서객이 몰리는 경포해수욕장에서는 체온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체온스티커’도 도입한다. 손등·손목에 붙이는 체온스티커는 체온이 37.5도를 넘으면 색상이 노란색으로 변한다. 24~48시간 동안 실시간 체온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해수욕장 방역 요원은 스티커 색깔이 변한 이용객을 인근 보건소로 보내 격리 조치할 예정이다.
서 담당은 “성수기와 주말에는 코로나19 증상 확인을 위한 체온 측정으로 길게 줄을 서 대기해야 하는 불편이 있는데 피서객이 가장 많은 경포해수욕장은 간편하게 발열 여부를 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체온스티커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에는 또 해변 출입구와 화장실, 샤워장에 손 소독과 체온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도입해 해변 이용객의 불편을 덜어줄 예정이다. 경포해수욕장에는 파라솔 외에 일부 구간에 그물침대와 일광욕 의자도 만들어 쾌적한 피서를 도울 예정이다. 다만 샤워장에 들어갈 때는 출입명부를 작성하도록 해 방역을 강화한다.
안목해수욕장은 네이버 예약시스템 플랫폼으로 예약한 사람만 해변에 출입할 수 있도록 예약제를 시범 실시한다. 강릉권역 전체 해수욕장에는 개장 기간에 184명의 방역 및 수상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해양수산부·강원도·강릉시는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7월 초에 경포해수욕장 등에서 방역대책 현장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조계완 기자
▶6월 1일 조기 개장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조기 개장 기간 6월 한 달은 파라솔, 샤워, 탈의장 등 시설물은 운영하지 않았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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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전국의 해수욕장이 본격적인 개장에 들어간다. 부산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이 6월 개장한데 이어 7월 1일부터는 전국 277곳의 지정 해수욕장 중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문을 열지 않는 10곳을 제외한 267곳이 순차적으로 개장한다. 서울과 가까운 인천 지역은 왕산·을왕리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7월 16일 십리포·장경리 해수욕장이, 7월 19일 옹암·수기·서포리해수욕장 등 총 11곳이 개장한다.
특히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이 적용되면서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에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피서객 증가를 대비한 방역대책도 강화되는 만큼 이용객들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경포해변 등 전국 해수욕장을 포함해 이번 여름철 휴가·관광지에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코로나 시대, 편안하고 안전한 여름휴가 대책’을 마련했다. 해수욕장은 전국 해수욕장별 혼잡도를 실시간 안내하는 혼잡도 신호등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2020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50개 해수욕장에서 신호등제를 도입했는데 2021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한다.
각 이동통신사의 정보통신 대량자료(빅데이터)를 통해 수집된 해수욕장 방문자 수를 집계해 1인당 소요 면적(4㎡) 기준으로 적정 인원 수준을 파악하고 혼잡도를 ▲밀집(빨강) ▲밀집 우려(노랑) ▲적정(파랑)으로 표시한다. 네이버·카카오와 어촌해양관광누리집(바다여행)에서 정보를 제공한다.
‘밀집’ 신호가 뜨면 혼잡도가 해소될 때까지 출입을 통제한다. 피서객 분산을 위해 해수욕장 이용 사전예약제를 2020년 13곳에서 2021년에는 50곳으로 확대하고 약 50곳의 ‘한적한 해수욕장’을 선정해 홍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