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상원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마친 후 상원도서관을 방문해 ‘조선왕국전도’를 살펴보고 있다.│청와대
유럽 순방 의미와 향후 과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오스트리아·스페인 국빈 방문 등 6박 8일간의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치고 6월 18일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6월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13~15일 오스트리아, 15~17일 스페인을 차례로 국빈 방문했다.
마지막 방문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떠나며 귀국길에 오른 문 대통령은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드디어 끝났다. 체력적으로 매우 벅찬 여정이었지만 그런 만큼 성과가 많았고 보람도 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G7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확인했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빈)에서는 문화·예술의 자부심을, 스페인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의지와 열정을 담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6월 22일 귀국 뒤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계속 전진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끊임없이 도전하며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며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도약”
문 대통령은 특히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서 K-방역은 국제 표준이 됐고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가장 빠른 회복력을 발휘하며 우리 경제의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주요 선진국 정상들은 방역에서도, 경제에서도,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에서도 우리나라가 이룬 성과에 대해 한결같이 높이 평가했다”며 “대한민국은 다른 선진국들과 함께 중요한 국제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민주국가이자 기술 선도국으로서 국제경제 및 정세, 글로벌 현안을 책임 있게 이끄는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글로벌 백신 허브 구상과 함께 개발도상국에 대한 백신 공급 지원 방침을 밝혔다. 또한 오스트리아·스페인 국빈 방문에서는 양국 관계를 각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우리나라의 역할을 약속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백신을 다량 생산해 이를 세계로 분배하는 ‘백신 허브’ 최적국임을 역설했으며 기후변화에 맞서 2050 탄소중립 달성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국제 위상이 달라졌다.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모범국가이자 가교국가라는 인식은 이제 과거의 것”이라며 “G7에 버금가는 경제 규모, 산업과 기업의 실력, 코로나19 방역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위기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글로벌 경제의 선도국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 사이 이어진 정상외교는 코로나19 극복과 백신 생산 및 분배의 국제협력,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 등 글로벌 이슈가 워낙 중요하고 긴박한 시기에 우리 정부가 풀어가야 할 외교적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과 책임의 영역이 한반도와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제약을 벗어나 사실상 전 세계로 확장됐음을 뜻한다.
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는 제조업 선진국이자 G7 정상회의 참가국으로서 우리의 입장과 원칙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를 구체적인 협력의제로 연결시켰다”며 “이는 앞으로 선도국가로서 우리의 입장을 강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며 G7 정상회의가 그 첫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선진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극복과 기후변화 대응의 책임을 분담하고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반대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의 효율성과 개방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소리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는 우리의 대외정책 기조가 ‘국제 평화와 공동번영을 향한 전방위 협력’임을 강조하고 보건과 기후·환경, 자연재해, 원자력 안전 등 비정치적·비군사적 사안에 대해서도 선도국 역할을 자임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우리와 유사한 처지에 있는 나라들과 외교협력을 강화하면서 다양한 국익을 최대한 수호하고 증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외신도 유럽 순방에 관심 보여
문 대통령의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과 유럽 순방에 주요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일부 외신은 G7이 한국을 초청한 것은 민주주의 결속을 넓히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일본 일간지 <닛케이신문>은 “의장국인 영국 초청에는 민주주의 결속의 고리를 넓히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을 비롯한 초청국을 합친 틀을 민주주의11, 즉 D11이라고 불렀다”며 “D11 구상이나 G7 확대론은 앞으로도 계속 거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정상으로는 처음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한 데 대해서도 외신은 주목했다. 미국
은 문 대통령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 역할을 할 경우 대북 백신 공급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문 대통령의 스페인 국빈 방문에 대해 현지 언론의 관심이 높았다. 스페인 일간지 (아베세)는 “왕국에서 공식 만찬은 코로나19 시대 해외 국가 원수를 맞는 첫 공식 일정”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스페인 신문 <라 라손>은 우리 정부의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정책을 언급하며 “양국이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방문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전략적 파트너로서 새로운 협력의 길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역동성의 나라 한국과 다양성의 나라 스페인이 함께하는 미래가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