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 업무담당자 전산교육’이 2020년 10월 서울 스테이락호텔 세미나실에서 열렸다.│한국건강증진개발원
5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
비대면 어르신 건강관리 시범사업
6월 9일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 전북 김제시보건소를 찾았다. 김제시보건소는 전통시장과 인접해 있지만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거리는 한산했고 김제시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지 않아 보건소를 찾는 사람도 적었다. 보건소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인적사항을 기재하는 등 코로나19 방역 절차를 밟은 뒤 김제시보건소 방문보건팀의 지도 아래 비대면 어르신 건강관리 서비스 등록 절차를 체험했다.
김제시보건소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서비스 시범사업을 제공하는 전국 24개 보건소 중 한 곳이다. 김제시보건소는 그동안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기 힘든 어르신을 위해 가정·경로당 등을 직접 방문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코로나19로 직접 대면이 어려워지자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으로 어르신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체계적 관리 위해 사전에 건강 상태 점검
비대면 서비스지만 등록하기 위해 한 차례 대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사전에 건강 상태를 점검해 건강군을 분류해야 하며 블루투스 기반의 건강 측정 기기를 지원하고 휴대전화로 건강관리를 상담하기 때문에 기기 사용법을 알아야 한다.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소통해야 하기에 지능형단말기(스마트폰)를 보유한 어르신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어르신 건강관리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65세 이상 어르신(제한 범위 내에서 60~64세도 신청 가능)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김제시보건소는 김제시 주민만 해당돼 서울 거주자인 기자가 정식 등록할 수는 없었다. 가등록을 해 서비스 등록 절차만 체험해봤다. 방문보건팀 직원에게 현재 건강 상태를 점검받고 휴대전화와 건강 측정 기기를 연동해 ‘오늘건강’ 앱 사용법을 들었다. 알고 있는 신장·체중 수치 등 몇 단계를 생략했는데도 약 40분이 걸렸다.
어르신에게 나눠주는 건강 측정 기기와 휴대전화 연동, 앱 설치 등은 보건소 직원이 도와줘 어렵지 않았다. 건강 측정 기기는 손목에 차는 스마트밴드(활동량계)를 비롯해 자동혈압계, 혈당 측정기, 체중계 등이다. 스스로 건강관리가 힘든 독거노인의 경우 외로움을 덜어주고 보호자와 비상연락이 가능하도록 인공지능 스피커도 제공한다.
먼저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등록한 뒤 간단히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신장과 체중 수치를 입력한 뒤 손의 악력과 평형성을 측정했다. 악력은 디지털 악력 측정기로 오른손과 왼손 두 차례 측정해 최고값을 적었다. 평형성은 눈을 감고 한발로 서 있는 시간을 측정한다.
혈당과 혈압을 재고 식습관 질문을 받았다. 고기, 생선, 채소, 콩류, 유제품 등을 일주일에 얼마나 섭취하는지 알아보는데 주 5일 이상 먹은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식 습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평소 운동량과 심근경색·관절염 등 지병의 유무를 확인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3m 거리를 두 차례 왕복한 뒤 다시 의자에 앉는 시험도 받았다.
인지능력 측정은 세 단어를 제시해주고 몇 분 뒤 확인했고 시계의 12개 숫자와 시침, 분침을 그려 시간을 나타내는 시험도 있었다. 당시 시각과 비슷한 오후 3시를 그렸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보건소 직원이 10시 10분이라고 말해줬는데 이에 주목하지 못했다.
▶6월9일 전북 김제시보건소에서 인공지능(AI)·시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어르신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앞서 사전 건강점검을 하고 있다
“어르신 대부분 기기 사용법 금방 적응”
모든 사전 점검이 끝난 뒤 측정값을 점수화해 ‘전허약’ 군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어르신은 건강-전허약-허약 등 세 개 군으로 분류되며 이 분류는 향후 보건소에서 제시하는 과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르신들에게는 건강 유지와 증진을 위해 몇 가지 과제가 주어진다. 제때 약 먹기, 매일 걷기, 매일 외출하기, 매일 혈압 측정하기, 규칙적으로 혈당 측정하기, 매일 세끼 챙겨먹기, 매일 물 충분히 마시기, 몸무게 측정하기 등이 있으며 개인에 따라 하루 30분 걷기, 하루 1만보 걷기, 하루 물 8잔 마시기 등으로 구체화된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혈당계·혈압계 등 건강 측정 기기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하며 ‘오늘건강’ 앱도 활성화해야 한다. 어르신한테는 다소 복잡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순화 방문보건팀장은 이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고 기기를 반납하는 어르신도 있지만 대부분 금방 적응한다”며 “어려워하는 분에게는 우선 기기 한 대를 드리고 익숙해진 뒤 사용기기 수를 늘리면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했다.
혈압과 혈당, 체중 등은 어르신 본인이 측정해야 하지만 따로 수치를 적지 않아도 ‘오늘건강’ 앱에 들어가 확인 버튼만 눌러주면 스마트밴드와 연결돼 수치가 보건소에 전송된다. 앱 설정에 들어가 그날의 과제가 뜨면 완료 버튼을 누르면 된다. 보건소에는 건강 관련 정보만 전송될 뿐 개인의 위치 정보는 노출되지 않는다.
스마트밴드는 아침 기상과 함께 착용하고 저녁에 잠들기 전에 충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마트밴드는 건강 측정 기기와 스마트폰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건강 관련 수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기준보다 혈당이 떨어질 경우 조처할 수 있도록 알람을 설정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의 일반 메시지와도 연계된다.
▶비대면 어르신 건강관리 서비스를 개발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AI·IoT건강관리팀│문화체육관광부
어르신들 건강 관심 많아지며 만족도 높아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는 어르신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홍순화 팀장은 “가정이나 경로당을 직접 찾아가 건강관리를 해드릴 때는 ‘운동하세요’라고 권고만 할 뿐이지만 이제는 과제 수행 여부와 혈압·혈당 수치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며 “어르신들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수치로 매일 확인하기 때문에 음식 조절도 하고 운동도 더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당이 높아지면 뭘 먹었는지 되돌아보고 조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건소에서 제시하는 과제가 어르신들의 승부욕을 자극해 더욱 열심히 운동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주간 리포트에서 일주일 평균 수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보건소에서는 과제 수행 점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자신이 먹은 음식이나 운동량에 따라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고 꾸준히 건강을 향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홍 팀장은 “대도시는 60세 이상이라도 건강한 경우가 많지만 지방은 조금 다르다”며 “어차피 하는 사업이라면 질병 예방차원에서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 대상 연령을 좀 더 낮췄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사물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어르신 건강관리 서비스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약해진 어르신 건강관리를 해소하기 위해 탄생했다. 2020년 11월부터 전국 24개 보건소에서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21년 3월 현재 어르신 1만 1691명이 디지털 기기와 자동알림 서비스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2021년 안에 전국 80개 보건소로 사업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디지털 전환 사회의 모범 사례 창출
비대면 어르신 건강관리 시범사업은 5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로 선정됐다. 심사를 담당한 이은상 교사(창덕중)는 “인공지능·사물 인터넷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회복지서비스로 한국판 뉴딜이 사회적 취약계층과 약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했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이윤근 소장(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인공지능연구소)은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사회 약자인 노인의 건강관리 비대면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범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디지털 전환 사회의 모범 사례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 인프라 구축과 사업의 활성화로 초고령 사회 진입에 대비한 노인 허약 예방 실현을 기대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인성 원장은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반 어르신 시범사업은 디지털에 취약한 어르신에게 스마트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리라 기대한다”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를 조기에 극복하고 국민 가까이에서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뉴딜을 통한 건강관리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최홍석 건강정책과장은 “이번 시범사업은 보건소와 어르신이 함께 건강관리 목표를 정하는 상호 소통 형태로 구성했다”며 “앞으로 보건소가 어르신의 건강을 적극 책임지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