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경기 회복 넘어 선도형 경제로

2021.06.14 최신호 보기



역대급 수출 증가율 의미는?
우리나라 상품 수출이 놀라울 정도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회복과 세계 교역 개선 흐름에 힘입어 달마다 기록적인 수출 실적을 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국제 교역이 급격히 위축된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를 배제하더라도 역대급 기록이다.
가파른 수출 증가세는 국내 제조업 전반의 경기 전망을 개선해 생산·투자·고용 등 동반 반등으로 이어지며 경제 성장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수출이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을 이끄는 차원을 넘어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는 도약의 발판을 제공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집계한 2021년 1~5월 누적 수출액은 2484억 달러로 2020년 같은 기간에 견줘 23.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5월까지 3개월 연속으로 해당 월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5월 중 하루 평균 수출액도 22억 4000만 달러로 2018년 역대 최대치 기록(22억 달러)을 경신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1년 사상 처음으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돌파했던 2018년 연간 최대 실적(6049억 달러)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품목·지역 가리지 않고 고르게 증가
수출 호조세가 얼마나 강한지 5월 실적을 분석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5월 수출 잠정치(통관 기준)는 507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5.6% 증가했다. 월간 증가율로는 1988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대 폭이다. 5월 하루 평균 수출액 24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했다. 수출은 2020년 11월부터 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41.2% 증가에 이어 두 달 연속 40%대 증가율을 기록한 것도 역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4~5월에는 세계 교역이 급격히 경색되며 우리나라 수출은 각각 25.6%, 23.7%씩 감소했다. 이에 따라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2021년 4월 이후 두 달 동안 수출 실적 증가율은 물론 절대 규모에서도 놀라운 수준이다.
정부는 품목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수출이 증가한 점에 더욱 주목한다. 특정 품목이나 지역에 편중된 수출 증가세는 변동성이 크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한 2018년 당시 세계 정보통신(IT) 경기의 초호황 사이클을 바탕으로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데 주로 의존했다. 그러나 2018년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 증가율은 0.6%에 그쳤다. 반도체가 경기 하강 국면으로 돌아서고 수출 가격도 하락세로 접어들자 이듬해인 2019년 전체 수출은 10.4%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1년에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기존 주력 품목과 함께 새로운 유망 품목까지 수출 활기에 가세했다.
5월에는 20대 주력 품목 가운데 선박을 제외한 19개 수출액이 늘었고, 이 중 17개 품목이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전년 동월 대비로 유일하게 수출이 감소한 품목은 선박(-14.9%)뿐이다. 선박은 2~3년 전 수주한 물량이 건조·인도 과정에서 통관 기준 수출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지금의 수출 경기 흐름과 상관이 없다. 따라서 사실상 전 품목에 걸쳐 강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월 13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보고에서 정부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수출 시장 저변 확대도 고무적
5월 수출 증감률을 세부 품목별로 보면 기존 주력 품목들과 신성장 품목들이 모두 수출 증가에 기여했다. 1위 품목인 반도체(24.5%)는 11개월 연속 증가하며 201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수출액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자동차 수출은 단가가 높은 스포츠실용차(SUV)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93.7% 늘어 14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자동차부품(182.3%)과 석유제품(164.1%)은 100%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수출이 급증하며 효자 품목으로 등극한 바이오헬스와 컴퓨터는 한 자릿수 수출 증가에 그쳤지만 5월 기준 각각 역대 1, 2위의 수출액을 달성할 정도로 높은 실적을 이어갔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떠오르며 제품 신뢰도가 높아진 데 힘입어 가전(89.4%), 화장품(42.2%), 무선통신기기(41.4%), 농수산식품(21.8%) 등 소비재 수출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5월 수출 증가율은 51.9%에 이른다.
수출 시장의 저변 확대도 고무적인 흐름이다. 5월 수출을 지역별로 나눠 보면 중국(22.7%), 미국(62.8%), 유럽연합(EU·62.8%), 아세안(64.3%), 일본(32.1%), 중남미(119.3%), 인도(152.1%), 중동(4.6%) 등 수출 상위 9대 지역에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상위 9대 지역에서 4~5월 두 달 연속 수출 증가세인데 이는 2011년 3~5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대 시장인 대 중국 수출은 2021년 들어 5개월 연속 두 자리 증가율을 기록했다. 3~5월까지 매달 130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수출도 2020년 9월 이후 9개월째 증가세이며 5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신남방 지역을 대표하는 아세안과 인도를 합치면 70.4%, 중남미로는 119.3%에 이르는 수출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신흥시장 수출도 급증세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5월 25일 충북 보은군 김치 수출업체를 찾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농림축산식품부

수출 단가와 물량 모두 두 자리 증가율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수요가 세계 어디서나 증가한다는 사실은 수출 품목의 가공단계별 분류에서 잘 드러난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경제 회복에 나서는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SOC)과 설비 투자를 늘리는 것은 공통 현상이다. 이에 따라 소재와 부품 같은 중간재 교역도 활기를 띠는데 우리나라 수출 품목에서 중간재 비중은 40% 가까이 차지한다.
5월 기준 철강, 석유화학 제품, 기계, 섬유 등 중간재 6대 품목의 수출 실적을 보면 2020년 43.6% 감소에서 2021년 76.8%나 증가하며 급반전했다. 중간재 수출은 세계 경기와 교역이 침체한 시기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가 회복기에 상대적으로 크게 선전하는 경향이 있다.
수출의 외형 확장과 질적인 구조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도 청신호다. 주요 품목과 지역별 수출이 역대 최고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런 흐름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대내외 신호들이 뚜렷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2021년 3월까지 주력 수출 품목 고부가가치화,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이 전체 수출액의 증가를 주도했다. 하지만 4월에는 수출 물량까지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5월에는 수출의 양축인 수출 단가와 물량이 모두 두 자리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9월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그동안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주력 품목이 우리 수출을 이끌고 바이오헬스와 2차전지 등의 신성장 품목이 뒤를 받쳤다면 이제는 수출의 허리인 중간재가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2개월 연속 50% 이상 증가하며 모든 품목이 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2021년 들어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지만 내용 면으로도 기초체력(펀더멘탈)이 더욱 견고해졌다. 전 세계 교역이 회복하며 2개월 연속 상위 9대 지역으로 수출이 증가한 것도 앞으로 우리 수출에 희망적인 신호다”라고 평가했다.
문 장관은 “그러나 자동차용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공급망 차질과 물류 애로 등 여전히 위험 요인(리스크)이 남아 있는 만큼 관계부처와 함께 철저히 대응하고 무역 금융과 비대면 마케팅 등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2021년 수출 반등을 넘어 새로운 수출 도약의 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출 호조 내수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코로나19 이후 수출 증감 추이는 우리 경제 부침의 풍향계였다. 수출이 급감해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졌고 2020년 3분기 이후 서서히 수출이 살아나며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뒤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4.0%로 1.0%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한 이유는 ‘대내외 경제 여건의 호전’ 때문이다.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출 비중이 높은 주력 제조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제시한 4.0% GDP 성장에서 기여도를 나눠보면 내수 1.8%포인트, 수출 2.2%포인트다. 2021년 4% 성장이 이뤄질 경우 2010년 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게 된다. 앞으로 정부의 거시정책 과제는 수출 호조가 민간소비 등 내수 부문의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나고 세계 교역량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는 제조업의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복원력을 보이고 있다”며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회복세가 우리 경제 전체로 퍼질 수 있도록 내수 활력 제고, 일자리 창출, 양극화 완화 등 민생안정 노력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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