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트리플래닛 팩토리에서 노아름 팀장(왼쪽 앞)이 직원들과 함께 <공감> 독자들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다. 팀장이 안고 있는 고양이 도토리도 트리플래닛 팩토리 식구
반려나무 입양 사업 이끄는 ‘트리플래닛’
환경을 위해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반려나무 한 그루를 입양할 때 숲에도 나무 한 그루를 심을 수 있다면 어떨까? 숲을 만드는 회사 트리플래닛은 ‘내 공간에 한 그루, 숲에 또 한 그루’라는 의미의 반려나무 입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려나무 한 그루를 입양하면 트리플래닛이 조성하는 숲에 나무 한 그루가 심어지는 방식이다.
P4G 홍보하고 교실 숲 조성 등 참여
햇빛을 받을수록 잎 윗부분이 금빛으로 변하는 황금사철,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테이블야자,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카네이션. 5월 12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에 있는 트리플래닛 팩토리에 들어서자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나무들이 인사를 건넸다.
“5월에 출고된 트리플래닛 반려나무 박스에는 특별한 스티커도 넣었다.” 트리플래닛 상품팀 노아름 팀장의 설명이다. 트리플래닛이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이하 정상회의)와 함께 숲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는 내용이 담긴 귀여운 스티커다. 트리플래닛은 정상회의 홍보와 더불어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이하 준비기획단)과 함께 학교 교실 숲 조성도 준비 중이다.
이 기업은 2020년부터 산림청, SK임업, 에티오피아 정부와 함께 에티오피아 커피 생산 농가를 지원하고 지속 가능한 농장을 구축하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는 대륙별 중견 국가들의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인 P4G 이니셔티브(구상) 활동의 하나로 진행하는 국제 개발 협력 사업이다.
마스크 자투리·폐페트병으로 만든 화분
트리플래닛의 반려나무는 입양 시 입양한 이의 이름을 적어 내면 훗날 숲이 조성된 뒤 세워지는 현판에 각인도 해준다. 매해 나무를 심는 계절인 봄(4월), 가을(10월)에는 숲에 나무를 직접 심어보는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지구환경 오염문제가 심각한 지금 반려나무 한 그루 키우는 걸 넘어 많은 사람을 ‘나무 심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다.
인스타그램 등 누리소통망(SNS)에는 이 특별한 일에 참여한 사람의 사진과 후기도 많이 올라와 있다. 5월 8일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어버이날이자 결혼식 상견례날 입양한 카네이션과 숲 조성 인증서 사진을 게시했다.
노 팀장이 손에 든 반려나무 화분에도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화분 이름은 스밈이다. 이 화분은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주면 화분 스스로 물을 흡수하는 이중 구조로 만들어졌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외피에 물을 충전하면 세라믹으로 만든 내피에 물이 스며드는 방식이다.
이 화분으로 키운 식물의 생존률은 98%에 이른다. 식물초보자에게 필요한 똑똑한 화분이지만 이 화분의 비밀은 식물 관리가 편하다는 데만 있는 건 아니다. 노 팀장은 이 화분이 마스크 자투리와 재활용 페트병 등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다. 트리플래닛 반려나무 포장에 쓰는 포장재는 모두 종이다.
반려나무 입양 사업에는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고객에게 반려나무를 선물해 지속 가능한 브랜드 가치를 전하는 프로모션을 한다거나 임직원이 반려나무를 입양해 사무실에서 잘 키운 뒤 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나눔 사업도 있다. 결혼·승진·생일·입사·개업 등 기념일에 화환 대신 반려나무를 선물하는 기프트리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팩토리 앞에 주차된 트리 트럭. 반려나무 화분을 실어 나른다.
나무 심기 게임에서 스타숲, 기억의 숲까지
트리플래닛은 2010년 김형수 대표와 정민철 이사가 설립했다. 군 복무 중 선임과 후임으로 만난 두 사람은 환경에 대한 공통 관심을 사업으로 확장했다.
흥미롭게도 이 기업은 온라인 게임으로 시작했다. 사람들이 게임 속에서 나무를 심고 잘 키우면 가상의 나무가 실제 숲에 심어지는 방식이다. 비용은 기업 후원이나 광고로 마련했다. 게임 자체도 재밌을 뿐 아니라 의미에 매료돼 참여하는 사람이 많다.
게임 사업을 종료하고 스타숲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팬들이 자금을 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을 붙인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세월호 기억의 숲, 연평해전 영웅의 숲 등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슬픔을 남긴 사건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의미의 숲 조성 프로젝트인 ‘포레스트 인 피스(Forest in Peace) 프로젝트’도 이어갔다.
팽목항 근처에 있는 기억의 숲은 배우 오드리 헵번의 첫째 아들인 션 헵번이 “세월호 아이들을 추모할 숲을 만들자”고 제안해 이뤄졌다.
네팔 대지진 이후엔 ‘메이크 유어 팜(Make Your Farm) 프로젝트’로 커피농가의 지속 가능한 삶을 돕자는 뜻에서 커피나무 등을 심어주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또한 국내 초등학교 등 실내에 숲을 만드는 실내 숲 조성사업도 하고 있다.
▶노아름 팀장이 주목이 자라고 있는 스밈 화분을 소개하고 있다.
반려나무 입양 사업 등 시민 참여 끌어내
최근 트리플래닛의 주요 콘텐츠는 반려나무 입양 사업이다. 이는 시민 개인이 직접 참여하기 좋은 프로젝트다.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이 반려나무를 사면 수익금 일부를 숲 조성 기금으로 사용해 화재 현장 등 숲 조성이 필요한 곳에 나무를 심는 사업이다. 반려동물 입양 사업으로 숲에 심는 나무와 장소는 트리플래닛 측이 지정한다. 노 팀장은 이에 대해 “숲의 환경이나 특성에 맞춰 산림청 전문가와 함께 계획적으로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예로 강원도 산불로 피해를 입은 숲의 경우 산불 복구에 유리한 수종이 따로 있다. 그중에서도 처음에 들어갈 수종, 그다음 단계에 들어갈 수종 등이 다 다르다. 숲 상황에 맞춰 생태계 구축이 단계별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숲의 천이(遷移)라고 한다.”
그간 트리플래닛은 2018년 삼척 산불피해 복구 숲, 같은 해 백두대간 멸종 위기 종 복원 숲, 인천 수도권 매립지 미세먼지 방지 숲, 2019년 백두대간 멸종 위기 종 보호 숲과 같은 해 강원도 산불피해 복구 숲 등 다양한 숲 조성에 힘써왔다. 그간 조성한 숲과 심어진 나무 수는 13개국 314개 숲에 112만 6542그루(5월 16일 기준)다.
최근엔 강원도 태백에 탄소중립 숲을 조성하느라 숲 조성팀과 김 대표 등은 강원도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산림이 노후화되면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런 이유로 수종 갱신과 나무 임령 갱신 등을 해야한다. 노후화된 나무는 방치하지 말고 잘 베어서 목재로 사용한다.”
반려나무 입양 사업과 숲 조성 활동엔 현대자동차, 한화, 마켓컬리 등 다양한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마켓컬리는 모든 포장재 소재를 종이로 교체하는 자사 정책인 올페이퍼챌린지 일환으로 고객이 배송 받은 종이 박스를 문 앞에 내놓으면 다음 배송 시 회수해 폐지 재활용 업체에 판매한 뒤 이 수익금을 트리플래닛에 전달한다. 이 수익금은 초등학교 교실 숲 조성에 쓰인다.
▶트리플래닛이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홍보 일환으로 제작한 스티커│ 트리플래닛
“환경 살리기 동참 시민 만날 때 감동”
트리플래닛에서 일하는 대다수는 환경문제 해결과 숲 조성 등 기업의 철학과 뜻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노 팀장은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임무가 더해진 일을 하기 때문에 보람차고 자부심이 크다”고 말한다. 가장 보람을 많이 느끼는 순간은 숲 조성 행사에 온 고객과 직접 만날 때다. 그는 “단순히 반려나무 입양을 넘어 일상에서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요즘 트리플래닛은 환경교육 실습형 교재 제작도 준비 중이다. 교실 숲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직접 환경교육을 해줄 수 없냐는 현장의 요청이 잦아 추진하고 있다. 노 팀장은 “비대면 시대에 맞춤한 영상 교육 자료와 화분과 식물 등으로 구성한 실습 교재를 준비 중”이라며 “현재 숲 조성사업 개발과 기획 분야, 상품팀 등에서 채용을 진행 중이다. 환경에 대한 트리플래닛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글 김청연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