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철교 자전거길
시기별 여름휴가 즐기기_ 자전거 여행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최소화를 위해 공공 부문의 휴가 가능 기간을 6월 셋째 주부터 9월 셋째 주까지 늘리고 2회 이상 나눠 쓰도록 권고함에 따라 휴가철이 길어질 전망이다. 편안하고 안전한 여름휴가를 위해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시기별로 최적화된 휴가법과 여행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본격적인 무더위 시작 전인 6월은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겸 도심을 벗어나 신록의 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온 가족이 6월의 부드러운 산들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은 복작복작했던 여행과 달리 상쾌하면서 건강한 추억을 듬뿍 안겨줄 것이다. 다행히 요사이 우리 주변에 자전거 여행을 즐길 만한 명소가 많아졌다.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남한강 자전거길이 대표적이다. 또 인천 옹진군의 삼형제섬 신시모도는 섬과 섬을 자전거로 넘나들며 고즈넉한 섬 풍경을 즐길 수 있어 빼놓을 수 없다.
새로 태어난 남한강길
녹슨 철길 자전거 만나 꿈길이 되다
남한강길이 자전거 때문에 되살아났다. 나란히 달리던 중앙선 폐철도가 자전거길로 탈바꿈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옛 풍광을 그대로 간직한 안전한 자전거길이 탄생했다. 자전거에 올라타 흐르는 강물을 따라 천천히 달리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맘껏 감상할 수 있으니 자동차로 드라이브할 때보다 운치 있고 생생하다. 느림의 미학에 바삐 지나치느라 놓쳤던 아름다움까지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팔당역에서 시작된다.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해 팔당역에서 내려 라이딩을 시작하는 것이 편한 방법이다. 차로 이동하면 팔당역이나 능내역에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곳이 많으니 빌려 탄 뒤 주변 관광을 나서는 것도 좋다.
팔당역 옆 폐철도에서 시작해 양평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위치에 저전거길이 뻗어 있다. 왼쪽은 산, 오른쪽은 남한강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페달을 밟는 발에 절로 힘이 붙는다. 시원한 물줄기가 폭포처럼 떨어지는 웅장한 팔당댐을 지나면 첫 번째 터널을 만난다. 남한강 자전거길의 명소로 부상한 1939년 지은 봉안터널이다. 기차가 아니면 절대 지나갈 수 없었던 이 터널이 자전거를 위해 활짝 열렸다. 261m 길이의 봉안터널로 들어가자 센서가 자전거의 움직임을 감지해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꺼졌다 하는 모양이 재미있다.
중앙선 기차가 다니던 철교 상류 쪽에 새로운 철교가 들어서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북한강철교를 자전거길로 활용했다. 교량의 철 구조물은 그대로 두는 대신, 기차가 다니던 철로 자리에 천연 목재로 바닥을 깔았다. 또 바닥 중간 중간에 투명 강화유리를 설치해 강물 위를 달리는 아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철교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림이 따로 없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하나로 만나는 양수리, 아름다운 두물머리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교를 건너면 바로 양수역이다. 지금까지 남한강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를 달려온 셈이다. 힘이 들면 이곳에서 팔당역으로 되돌아가도 되고 내친김에 양평과 이포보를 지나 여주보까지 페달을 밟아도 좋다.
▶인천 옹진군 ‘삼형제섬’ 일주도로
인천 옹진군 삼형제섬
두 바퀴에 담은 고즈넉한 섬마을 풍경
서울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삼형제섬으로 불리는 고즈넉한 낙도의 분위기를 간직한 작은 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강화도 중간 바다에 사이좋게 놓인 작은 섬 세 개, 신도(信島)·시도(矢島)·모도(茅島)다.
섬과 섬 사이가 연도교로 연결된 삼형제섬으로 가려면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영종도 운서역에서 내려 가까운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된다. 약 10분이면 신도선착장에 도착한다. 주변 무인 대여소와 근처 식당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어 힘들게 가져가지 않아도 자전거여행을 즐길 수 있다.
세 개의 섬으로 가는 첫 관문인 신도는 맏형답게 가장 큰 섬으로 갯마을이면서도 농촌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섬에서 벼가 자라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기도 하지만 해풍이 좋아 쑥쑥 잘 자란다고 한다. 이 섬의 중심에는 해발 178m의 구봉산이 있다. 정상에 자리한 구봉정에는 인천대교, 영종대교, 송도국제도시, 인천국제공항을 조망할 수 있다. 구봉정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일품이다.
둘째 섬 시도(矢島)는 이름을 풀이하면 화살 섬이다. 고려 말 이성계와 최영 장군이 강화도 마니산에서 바다 건너 시도를 과녁 삼아 활쏘기 연습을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장됐지만 영웅호걸의 호방한 기개가 참으로 유쾌하다. 모도로 넘어가는 길에는 그 전설을 사실로 알려주는 기념탑까지 있다.
막내 섬 모도는 삼형제섬 중 가장 작다. 연도교를 지나 조용하고 소박한 길을 따라가면 그 끝에 배미꾸미라는 이름의 작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해변을 만난다.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로 해변 주변으로 대형 조각품이 전시돼 있는 모도 조각공원과 아늑한 카페가 있어 여정을 마무리하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삼형제섬 자전거여행은 높은 고개가 별로 없고 평일에는 차량 통행이 없어 수월한 편이나 주말에는 배를 타고 건너오는 차들이 많아 주의해서 라이딩해야 한다. 일주도로를 따라 세 개의 섬을 한 바퀴 돌면 24㎞ 정도다. 어려운 코스가 없어 천천히 돌아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신도에서 뭍으로 가는 막배 시간은 오후 7시30분. 섬에서 숙박하지 않는다면 일정을 잘 조정하는 것을 잊지 말자.
글·사진 유인근 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