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통시장 상인이 서울시 강동구청에서 전달한 재사용 아이스팩 박스를 받고 있다.
‘제1회 적극행정 유공 포상’ 대통령 표창
서울 강동구 청소행정과 최병옥 계장
우리나라의 연간 아이스팩 생산량은 2억 개다. 그러나 아이스팩은 재사용이 어려워 대부분 쓰레기로 버린다. 서울시 강동구는 혁신행정으로 아이스팩 재사용 수거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아이스팩 재사용을 추진해온 현대홈쇼핑과 더불어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인 ‘북극곰은 아이스팩을 좋아해’를 이틀간 시범 운영했고 주민 반응이 좋자 2019년 3월에 현대홈쇼핑, 환경오너시민모임과 본격적으로 아이스팩 재사용 수거를 위한 민·관·기업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강동구는 이 정책으로 5월 말까지 아이스팩 총 22만 9283개를 수거해 생활쓰레기 114톤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아이스팩 재사용 수거 시스템을 구축한 주인공은 청소행정과 최병옥 계장이다. 2021년 3월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 주관 ‘제1회 적극행정 유공 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는 아이스팩이 일으키는 환경오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최 계장은 “젤 타입 아이스팩은 미세 플라스틱 일종으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고흡수성수지(SAP)가 들어 있다. 싱크대나 하수구로 배출될 경우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먹이사슬이 돼 우리 식탁을 위협하며 매립 시 분해되기까지 500년이나 걸려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구민과 함께하는 1회용 플라스틱 없는 강동 만들기’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을 벌였다. 아이스팩은 재사용이 가능한 물질임에도 사용 후 회수되지 않고 대부분 쓰레기로 처리됐다.
▶아이스팩 재사용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 주관 ‘제1회 적극행정 유공 포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최병옥 청소행정과 계장│강동구청
지자체 최초 아이스팩 재사용 수거 시스템 구축
전국 지자체 최초 아이스팩 재사용 수거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최 계장의 역할이 컸다. 2018년 시민단체와 함께 현대홈쇼핑 마케팅팀을 찾아가 현대홈쇼핑의 온라인 수거 방식과 강동구청의 오프라인 방식을 합쳐 파트너십을 제안한 것이다. 최 계장은 “민·관·기업 협력 협치 구축으로 기관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3개의 기관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유기적 협력과 소통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계장도 처음부터 이 사업이 성공할지 장담한 것은 아니다. 그는 “모래알이 커져서 자갈이 되고 이제는 큰 바위가 됐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 교육과 캠페인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알리면서 주민 실천 운동으로 확산한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역할도 컸다. 환경오너시민모임은 어린이집, 동주민센터 직능단체, 주민 등을 대상으로 자원순환 환경 교육, 아이스팩 방향제 만들기 체험 학습, 에너지 절약 환경 캠페인 등 온실가스 줄이기 실천 운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강동구의 환경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20년 전통시장과도 손을 잡았다. 강동구는 2020년 6월 환경오너시민모임, 전통시장상인회와 ‘전통시장 아이스팩 재사용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전에는 17개 주민센터에서 아이스팩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면 매월 현대홈쇼핑이 수거했는데 강동구가 전통시장과 손잡으면서 강동구의 임무가 커졌다. 강동구는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이 안심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 소독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었다. 위생 처리한 아이스팩에 소독필증을 첨부해 아이스팩을 공급했다.
최 계장은 아이스팩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대형마트에 공문을 보냈다. 그는 “2020년 9월 농협하나로마트 본사에 공문을 보내 특정 상호가 있는 아이스팩을 사용하지 말고 상호가 없는 중성적 제품 및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도록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한 번 쓴 아이스팩은 소독 처리 과정을 거쳐 재사용한다.│강동구청
정책 정착 과정에 시민 목소리 반영
강동구 관내 주민센터에는 아이스팩 전용 수거함이 있다. 이렇게 모은 아이스팩을 소독하고 위생 처리한다고 해도 재사용 아이스팩을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소용없을 것이다. 강동구는 재사용 아이스팩 무상지원 수요처 확보를 위해 언론과 인터넷 등으로 홍보했다. 아이스팩 영업인이 돼 명함과 홍보물을 가지고 정육점, 카페 등 소상공인 업체를 방문해 수요처를 확보했다. 그는 “소상공인이 아이스팩 한 박스라도 필요하다고 연락하면 무료로 배송해준다. 한 박스에 아이스팩 50개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팩 재사용이 정착되는 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됐다. 최 계장은 “시민단체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민·관 워크숍을 개최했다. 시민단체와 소통 체계를 구축해 업무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재사용 아이스팩은 전통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보통 아이스팩 1박스에 3~4만 원 정도 하는데 강동구청에서 소독한 아이스팩을 무료로 나눠주기 때문에 한 달로 따지면 비용 면에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스팩이 도착하기 전에 전통시장 상인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로 인기가 좋다”면서 “가정마다 처치 곤란하던 아이스팩이 환경보호는 물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돼 담당자 입장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생선의 경우 판매 과정에서 얼음이 많이 들어간다. 얼음이 하루에 10자루 정도 사용되는데 아이스팩을 얼려서 얼음과 같이 사용하면 얼음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새로운 수요처가 늘어나는 추세다. 케이크 가게, 와인 가게, 커피 전문점, 닭발 가게 등 새로운 수요처가 생긴 것이다. 강동구의 경우 관내 소상공인에게 소독 포장해 무상으로 배송한다. 관외 업체는 선별해 지원한다. 하남시 황산 회타운, 과천시 식품업체, 동대문구 식품업체, 광진구 식품납품 업체, 구리시 인터넷 판매업체 등에 강동구에서 재사용된 아이스팩을 배달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스팩 재사용 친환경 수거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동주민센터별 아이스팩 발생량, 수거량과 시장 수요 등을 한눈에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했다. 시민단체, 시장상인회, 소독업체, 구청 각 주체별로 언제 어디서나 담당 메뉴에 정보를 입력하고 현황을 공유할 수 있다.
▶강동구의 아이스팩 수거함에 한 시민이 한 번 쓴 아이스팩을 넣고 있다.
아이스팩 재사용 전국으로 확산 중
최 계장은 “이 프로그램은 수거·회수·소독·배송·관리 메뉴로 구성됐다. 반응형 웹 기술을 적용해 컴퓨터, 태블릿피시은 물론 지능형 단말기(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는 시민단체, 구청, 시장상인회 간 전화로 소통하고 작업 내용을 수기 작성해 신속한 정보 확인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앱에서 소통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효율적으로 아이스팩을 수집·배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동구의 아이스팩 재사용 정책은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민·관·기업(소상공인) 협치 행정의 좋은 사례로 호응을 얻어 한국환경공단, 서울 송파구·성동구·은평구·영등포구, 남양주시, 인천 미추홀구, 부천시, 진주시, 창원시, 충청남도 등 전국 지자체에서 강동구의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을 주요 사례로 삼고 있다.
최 계장은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을 할 때 먼저 3~4개 동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실시한 후 축적된 경험을 살려 확대할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단기 사업 효과 발생을 목적으로 종량제봉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유리 기자
나도 아이스팩 재사용 실천해볼까?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에 참여하려는 주민은 아이스팩을 전용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단 전용 수거함에는 특정 업체 상호가 없는 오염·훼손되지 않은 깨끗한 젤 타입 비닐 제품(15×20cm ±2cm)만 넣어야 한다. 전용 수거함이 없는 경우에는 젤 타입 아이스팩은 통째로 종량제봉투에 배출하고 친환경 물 타입 아이스팩은 물은 버리고 비닐을 재활용 분래배출하면 된다. 강동구의 경우, 아이스팩 전용 수거함은 강동구청, 동주민센터 17곳에 1대씩 설치돼 있고 농협 하나로마트 성내점에 1대를 추가 설치해 18대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수거하고 선별한 아이스팩은 전문 소독업체에서 위생 처리 과정을 거쳐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에게 무상 공급한다. 아이스팩이 필요한 주민은 강동구청 청소행정과(02-3425-5885)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