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타운 오피스텔 주변은 비슷한 주거용 오피스텔이 여러 채 있는 한적한 거리다.
▶지하 1∼3층은 주차장으로 전체 52가구에 맞게 주차장도 52면을 넣어 평형과 관계없이 한 가구당 한 대씩 확보했다.
첫 공공 전세주택 현장을 가다
임대료 없이 보증금만으로 입주할 수 있는 ‘공공 전세주택’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민간사업자가 분양·임대를 목적으로 준공한 경기도 안양시의 오피스텔 두 곳을 매입해 최근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4월 15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에 있는 공공 전세주택 가운데 한 곳인 미래타운 오피스텔을 찾았다. 지하철 1호선 안양역과 명학역 사이에 있는 오피스텔까지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다. 주변은 비슷한 주거용 오피스텔이 여러 채 있는 한적한 거리였다. 다른 공공 전세주택인 휴누림 오피스텔도 같은 지역에 있다. 미래타운 오피스텔은 14층짜리 한 동 건물로 지하 1∼3층은 주차장이다. 지상 1층 주차장도 필로티 구조라 눈비 걱정 없이 주차가 가능하다. 전체 52가구에 맞게 주차장도 52면을 넣어 평형과 관계없이 한 가구당 한 대씩 확보했다.
▶지상 1층 주차장은 필로티 구조라 눈비 걱정 없이 주차가 가능하다.
▶(전용 83.42㎡ 주택) 아일랜드 식탁이 놓인 디귿(ㄷ) 형태의 주방에는 인덕션과 전기 오븐레인지가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
4베이 구조에 수납공간까지, 아파트 못지않아
지상 2층부터 14층까지 각 층에는 전용면적 65.08㎡, 75.62㎡, 75.70㎡, 83.42㎡ 등 4개 타입 주택이 한 채씩 있었다. 면적이 가장 큰 83.42㎡ 주택에 들어서니 발코니 면적까지 확장해 전용면적보다 넓게 느껴졌다. 거실과 방 3개 등 독립된 4개 공간을 모두 전면에 배치한 4베이(주택 전면부의 거실쪽 공간) 구조에다 전체적으로 흰색 톤에 회색으로 포인트를 줬고, 가구도 흰색으로 선택해 깔끔하고 세련돼 보였다.
넓은 거실 창밖으로 1호선 철길 너머 대형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LH가 참여해 공공 재개발한 안양 덕천 지구로 최근 이 지역의 ‘대장’ 아파트로 떠올랐다. 인덕션과 전기오븐레인지가 기본으로 설치된 주방에는 디귿(ㄷ) 형태의 아일랜드 식탁이 놓여 있어 요리하기 편리해 보였다.
안방은 비교적 널찍해 침대와 가구가 들어가도 좁지 않을 것 같았고, 욕실과 드레스 룸이 딸려 있었다. 드레스 룸에는 요즘 유행하는 수납공간(팬트리)을 기본으로 갖춘 점이 눈에 띄었다. 다른 방 2개는 비교적 아담했는데 아이방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거실과 방 3개, 주방에 달린 모든 창문에는 자동개폐기를 설치해 안전도 챙겼다. 자동개폐기는 불이 나면 자동으로 창문을 열어 연기를 환기한다. 새시도 이중창을 사용했고, 모든 방과 거실에는 천장에 시스템에어컨이 내장형(빌트인)으로 돼 있다. 전체적으로 4인 가구가 살기에 충분한 공간이었고 내부만 놓고 보면 아파트와 차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75.62㎡와 75.70㎡ 주택은 83.42㎡와 마찬가지로 방 3개, 욕실 2개였다. 가장 작은 65.08㎡ 주택은 방 3개, 욕실 1개를 갖췄다. 안방에 욕실과 드레스 룸이 없고 다른 타입보다 거실과 주방이 조금 작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3∼4인 가구가 거주하기엔 충분한 공간이었다.
모든 타입의 평면 구성이 단지형 아파트 못지않게 알차게 구성됐고 편의시설이나 빌트인 옵션을 잘 갖춰 거주에는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산책길이 잘 조성된 안양천과 학의천까지 걸어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고 지하철 1호선 안양역 맞은편에 안양을 대표하는 상권인 ‘안양1번가’가 있어 입지도 좋았다.
보증금 2억 전후로 저렴… 6년까지 거주 보장
임대보증금은 면적과 층수에 따라 다양했다. 2층에 있는 65.08㎡ 주택이 1억 8306만 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6∼14층에 있는 83.42㎡ 주택이 2억 4624만 원으로 가장 비쌌다. LH는 “오피스텔을 신축 매입 약정 방식으로 가구당 3억∼3억 2000만 원 수준에 ?매입했다”며 “임대보증금을 인근 오피스텔이나 연립주택 전셋값과 비교하면 81% 수준으로, 인근 아파트와 비교하면 60∼70%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LH가 자체 선정한 감정평가사와 사업자가 선정한 감정평가사가 낸 감정평가액의 평균값으로 시세를 정한 뒤 규정에 따라 임대료를 매겼다.
4월 입주자 신청을 받고 소득·자산 기준에 상관없이 추첨을 거쳐 5월 당첨자를 발표하면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오피스텔 두 곳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신청하면 타입은 추첨으로 배정된다. 가구원 수에 따라 3인 이상은 1순위, 그 외는 2순위로 선정한다. 입주를 희망하는 무주택 가구는 LH청약센터(https://apply.lh.or.kr)에 게시된 공고문과 동영상에서 주택의 위치, 임대 조건, 내부 시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현장을 안내한 정광욱 LH 홍보실 과장은 “공공 전세주택의 장점은 저렴한 임대보증금과 지하 주차장 등 많지만 무엇보다 집주인이 공공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공공 전세주택은 기본 4년에 입주자가 원하면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재계약할 때 임대보증금 인상률은 최대 5%로 제한된다. 갑자기 임대보증금이 확 오르거나 재계약을 거부당하는 마찰 없이 안심하고 살 수 있다.
▶(전용 83.42㎡ 주택) 욕실에는 ‘해바라기 수전’으로 불리는 샤워기 등이 설치돼 있다.
▶(전용 83.42㎡ 주택) 드레스룸에는 요즘 유행하는 수납공간(팬트리)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전용 65.08㎡ 주택의 거실과 주방은 다른 타입보다 조금 작지만 어린 자녀를 둔 3∼4인 가구가 거주하기엔 충분한 공간이다.
2022년까지 전국에 1만 8000가구 공급
공공 전세주택은 정부가 2020년 11월 19일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의 핵심으로 공공이 처음으로 도입한 유형의 임대주택이다. 기존 매입임대주택이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은 월세 형태로 공급해왔는데 월 임대료 없이 보증금만 있는 전세 유형을 공공임대에 신설한 것이다. 특히 소득·자산 기준을 없애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누구나 추첨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다. 이는 전세 시장의 주요 수요자인 중산층 3∼4인 가구의 전세난 해소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다.
LH는 안양에 이어 6월 서울과 인천에서 200가구 규모의 공공 전세주택 공급에 나서는 등 앞으로 2개월 단위로 공급한다. 정부는 LH를 통해 도심에 있는 다세대·다가구, 오피스텔 등 신축 주택을 매입해 서울 1800가구, 인천·경기 3500가구 등 9000가구의 공공 전세주택을 2021년 공급하고 2022년에도 9000가구 등 모두 1만 8000가구를 전국에 공급하기로 했다.
가구당 평균 정부 지원 단가는 서울 6억 원, 경기·인천 4억 원, 지방 3억 5000만 원으로 책정해 도심에서 수요가 많은 방 3개 이상의 중형 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서울의 경우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은 지원 단가를 7억∼8억 원, 낮은 지역은 4억∼5억 원에 매입할 수 있다.
▶전용 65.08㎡와 83.42㎡ 주택의 평면도│LH
▶공공 전세주택에서 지하철 1호선 안양역과 명학역까지 걸어서 15분, 산책길이 잘 조성된 안양천과 학의천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LH
신속 공급 위해 민간사업자 지원 강화
정부는 중산층을 위해 3~4인 가구가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공 전세주택의 공급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민간사업자 지원을 강화한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새롭게 도입한 공공 전세주택을 시장에 조속히 공급하기 위한 민간사업자 지원책을 4월 8일 발표했다.
우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사업자의 자기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업비의 최대 90%까지 저리 대출받을 수 있는 ‘도심주택 특약보증’을 마련했다. 매입 약정을 체결해 공공 전세주택을 건설하는 민간사업자는 사업비의 10%만 있으면 사업부지를 구해 사업에 착수할 수 있고 나머지 사업비는 3%대의 저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업비의 70%에서 90%까지 대출이 이뤄진다.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공공전세 매입 약정을 맺은 사업자는 보증 신청이 가능하고 실제 대출은 1금융권 은행에서 진행한다.
도심 속 우량 부지를 확보하고 사업성을 제고하기 위해 토지 매도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고 매입 주택 제한도 완화한다. 매입 약정을 체결한 민간사업자에게 토지를 매도하는 경우 개인은 양도세의 10%를 인하받을 수 있고 법인은 양도소득세 추가세율(10%)을 배제받을 수 있다. 상반기에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매입 약정을 통해 주택을 건설하는 민간사업자가 토지를 취득하고 신규 주택을 짓는 경우 토지와 주택 취득세를 각각 10%씩 감면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건물에 있는 모든 가구가 공공전세 요건(방 3개 이상, 50~85㎡)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LH 등이 매입했지만 앞으로는 공공 전세주택과 원·투룸이 혼합된 주택도 매입한다.
김홍목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2021년 새롭게 도입되는 공공 전세주택을 통해 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 전세주택에 더해 저소득층이 시세의 반값 이하로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매입임대주택도 지속해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