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4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 관련 어업인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해양수산부
우리나라 원전 오염수 관련 연구자 그룹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에 맞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촉구하며 일본의 무책임한 조처를 비판했다.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4월 20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우리 해역 및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끼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고찰하고 관련 연구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관련 분야 연구자 그룹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한결같이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구체적인 정보를 우리나라를 포함해 국제사회에 제공하지 않고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말로만 얘기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한 해양 방출 계획을 철회하고 무엇보다 126만 톤의 오염수가 저장돼 있는 모든 저장탱크에 대한 전수조사부터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원자력연구원 송진호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정화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지난 10여 년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시기도 있었다”며 “일부 오염수 보관 탱크에서는 법적 허용치의 5~100배까지 높은 농도의 핵종이 발견된 적도 있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송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통해 언제, 얼마만큼의 국내 영향이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제적으로 검증된 자료의 시급한 입수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용 차관은 “정부는 향후 일본 측(도쿄전력)이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세부 계획을 수립하면 방사능 방출 농도·배출 기간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즉각 입수하도록 노력하고 방사능물질 해양 확산 평가 모델을 통해 우리 환경과 국민 건강에 영향이 없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검증하겠다”고 답변했다.
일본에 오염수 정보 투명한 공개 요구
이와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과 관련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도쿄전력의 처분 계획에 대한 심사 계획 및 규제 기관의 점검 방안 등에 관한 질의서를 발송하고 심사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고 4월 20일 밝혔다.
원안위는 도쿄전력의 처분 계획을 공유해줄 것과 관련 심사 기준, 절차 및 기한 등에 관해 질의했다. 특히 다핵종제거설비의 지속적인 성능 검증과 오염수 처리·배출 과정의 점검, 제3자 검증 계획 등에 대해서도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유해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원안위는 4월 14일에도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출 방침 결정에 대한 강한 우려를 전달했고 도쿄전력의 처분 계획에 대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심사와 신속·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당 오염수 처분 계획에 대한 일본 규제위의 심사 과정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과 자료 요구를 통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 차관은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우리 국민의 건강 및 안전과 직결된 사항임에 따라 과학적으로 그 영향을 면밀하고도 신속하게 예측·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해역에 대한 방사능 감시·추적을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방사능물질 신속검사법을 환경 감시에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런던협약·의정서 과학그룹회의서 문제 제기
한편 해양수산부는 4월 12∼16일 화상으로 진행된 런던협약·의정서 과학그룹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4월 18일 밝혔다.
과학그룹회의는 폐기물의 해양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런던협약·의정서 체계 내에서 당사국들이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과학·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매년 열린다. 그동안 과학그룹회의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사안이 논의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도 방사능 폐기물 관련 논의 계획은 없었으나 4월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결정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요청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해수부는 이번 과학그룹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은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는 점을 호소했다. 이어 이 문제가 주변 국가의 안전과 해양환경에 위협을 초래하는 중대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해수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 문제가 과학그룹회의에서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회원국과 일본 측에 강력히 촉구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중국과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일본 정부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고 해수부는 전했다. 특히 그린피스는 해양 방출과 관련된 정보 공유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문제는 선박 등으로부터 해상 투기가 아닌 육상 시설로부터 해상 방류에 관한 사항이므로 런던협약·의정서 내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고 해수부는 전했다.
윤현수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이번 과학그룹회의는 앞으로 해수부가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 총회뿐만 아니라 과학그룹회의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런던협약·의정서 내의 협의체뿐 아니라 다른 국제회의에서도 일본 정부가 인접국 및 국제사회와 충분히 논의하면서 투명한 검증 절차를 밟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며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