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바뀌니 학생도 선생님도 미래교육으로

2021.05.17 최신호 보기
▶전주교대전주부설초등학교 6학년 교실. 모든 아이에게 태블릿PC가 한 대씩 지급됐다.


4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전주교대전주부설초
5월 3일 오전 11시, 전주 시내 한옥마을에서 가까운 서학예술마을을 담벼락처럼 옆에 끼고 있는 전주교육대전주부설초등학교. 학교 입구에 들어서면 수령 300년이 넘은 아름드리 늙은 느티나무 두 그루와 또 다른 늙은 팽나무 한 그루가 첫눈에 아주 오래된 학교라는 인상을 준다. 1937년 전주사범학교부속보통학교로 개교해 운동장 한쪽에는 ‘자주독립만세’ 글귀가 새겨진 표지석도 보인다. 그런데 눈을 들어 유럽풍 주홍빛 벽돌로 아담하고 말끔하게 단장된 낮은 2층짜리 7개 교사동을 보면 세워진 지 얼마 안된 학교 같다.
널찍한 운동장 앞 정원 풀밭과 화단에서는 학생 수십 명이 예닐곱 명씩 서너 개 그룹으로 쪼그려 앉아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숲해설 전문가들이 안내하는 민들레·벚나무·단풍나무 등의 줄기와 잎을 관찰하는 숲생태 학습이다. 이 학교는 2021년 4월 정부가 주관하는 이달의 한국판 뉴딜상을 받았다. 교육부가 주축인 ‘학교공간혁신사업’ 대상에 선정돼 2020년 6학년 교실(총 3개 반)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바꿨다.
전주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한옥의 공간 디자인 구성을 학교 공간 혁신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이번 학교·교실 공간 재구조화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아이를 닮은, 우리를 담은 학교 공간 혁신’이었다. 학년마다 3개 반이고 특수학급까지 총 19개 반인데 6학년 3개 반 교실에 우선 1차로 혁신이 이뤄졌다.

▶전주교대전주부설초등학교 6학년 교실. 복도 방향 접이문을 접으면 복도마당으로 바뀐다.│전주부설초

카페 같은 교실 복도서 자유 공연도
바뀐 교실 중에 가장 인상적인 곳은 6학년 1~3반 사이에 있는 복도다. 주황·파랑·초록 등 파스텔풍의 밝고 선명한 원색의 벽을 따라 이어지는 이곳은 흔히 보는 일자형 직선 복도가 아니다. 바닥을 구불구불 곡선으로 디자인했다. 복도라기보다 탁 트인 ‘마당’이다. 모든 공간이 열려 있는 구조로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복도마당은 걷는 통로를 넘어 아이들의 ‘쉼터’다.
“여기 복도는 천장이 낮아 답답하고 채광이 잘 안 돼 어두컴컴한 곳이었어요. 말하자면 우리 학교 교실 중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었지요.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다가 학생과 선생님들의 의견과 제안을 다 모았어요. 걸어 다니는 복도이면서 앉아 쉴 수 있는 카페 같은 개념으로 구상했지요.” 이영환 교장이 교실과 복도를 같이 둘러보면서 말했다.
특히 낮았던 천장을 트고 더 높였다. 공간 혁신 계획서를 만들 때 일부 교사들이 ‘교실 층고가 학생 발달과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논문까지 들고 와 복도 층고를 꼭 높여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층고를 높이니 쾌적한 개방감뿐 아니라 창의력도 커지는 것 같아요. ‘가장 취약했던 곳을 학습하기에 가장 좋은 공간으로 변화시키자’고 목표를 세웠고 우리 주변 한옥마을 무늬를 교실에 담자고 선생님들이 제안했지요.”
이 복도마당은 수업도 하지만 아이들끼리 모이는 일종의 길거리 자유 공연(버스킹) 장소가 되기도 한다. 수시로 열리는 이른바 ‘복도 버스킹’으로 여러 학생이 버스킹 신청을 해두고 자신의 공연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주로 수요일에 버스킹이 열리는데 6월까지 일정이 이미 꽉 차 있다.
복도를 중심으로 서로 모여 나란히 배치된 6학년 3개 반 교실은 복도 쪽 벽면 전체가 모두 접이문(폴딩도어)으로 돼 있다. 전통 한옥의 창호 문살 문양을 넣어 멋을 살린 폴딩도어는 펼치면 닫히고 접으면 활짝 열린다. 그 앞쪽 수업참관실의 폴딩도어 벽까지 일제히 접어서 열면 사방 전체가 확 트여 큰 무대가 생긴다.

▶전주교대전주부설초등학교 6학년 교실 앞 복도마당에서 공연이 열리고 있다.│전주부설초

복도마당에 모여 대집단 수업 활동
수업참관실에 들어서니 뒤편 벽 쪽에 바이올린·기타 등 아이들의 악기 가방들이 놓여 있었다. 수업참관실 벽면에서 대형 슬라이드 화면이 내려오면 버스킹 현장이 실시간 중계된다. 6학년은 폴딩도어를 닫고 개별 학급 단위로 수업하다가 때로는 폴딩도어를 접어 열고 3개 반이 한데 복도마당에 모여 공동으로 대집단 수업 활동을 한다. 가끔은 저학년 동생들까지 이 복도마당에 모여 여러 학년이 함께 활동하는 수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6학년 교실에 들어서니 책상 모양이 독특하다. 기하학적으로 정교한 육각형인데 책상을 두 개, 세 개, 네 개, 다섯 개, 여섯 개로 이어 붙이면 마름모꼴, 직사각형, 원형 등 여러 형태로 바뀐다.
“수학을 전공한 우리 학교 교감선생님이 수업 형태에 따라 책상을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런 모양을 고안했어요. 6개 각마다 각도를 정확하게 계산해 맞춰 있어서 서로 붙이면 책상들이 완벽하게 동그란 형태로 바뀌어 모둠별 토론수업을 하기 좋습니다.” 책상·의자는 기성품을 구입하지 않고 가구 전문 제작자에게 주문 제작했다.
6학년 교실 앞쪽 개인 사물함에는 개인별로 지급된 태블릿PC가 보관돼 있다. 학생마다 책상에서 자기 태블릿에 쓴 내용이 그대로 정면 칠판에 뜬다. 교실의 복도 쪽 폴딩도어는 특수 재질의 투명 유리로 돼 있어서 칠판처럼 글씨를 쓰고 지울 수 있다.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창가 자리에 앉은 아이들을 지도하다가 폴딩도어 창을 칠판 삼아 수업할 수 있다.
복도마당 한쪽의 수업참관실은 수업 교실로도 쓰이고 뒤쪽은 계단식 의자로 돼 있어서 수업을 참관할 수 있도록 배치돼 있다. 참관실 창가 양쪽에는 6개의 바퀴 달린 이동식 대형 액정 패널이 설치돼 있다. 아이들이 앉은 책상 코앞까지 끌어와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수업할 수 있다.
“지난 2교시 수학 시간에는 교과서 없이 태블릿만 이용해 수업을 진행했어요. 각자 태블릿에 쓴 내용이 6개 전체 패널 모니터에 그대로 뜨니 토론수업을 하기에 좋아요.”

▶5월 3일 전주교대전주부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숲 생태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과 함께 친환경 표방
복도 한쪽 끝에는 1인 미디어실이 있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목재 방음벽의 나무 냄새가 사방에 아직 향긋하다. 교사들이 이 방송 장비로 수업 영상을 만들어 교실로 송출하고 아이들도 여기서 자기만의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온라인 원격 수업을 하는 경우에도 선생님들은 하루 및 일주일 수업 시차 중에 상당한 시간을 1인 미디어실을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의 줌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여기까지 들어보면 스마트 디지털이 혁신을 주도하는 학교라는 인상을 갖기 쉽다. 하지만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를 표방하는 만큼 스마트뿐 아니라 ‘그린(생태환경)’에도 교육 방향을 맞추고 있다.
6학년 교실은 복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화단 쪽 벽에 달았다. 언제든지 밖으로 나가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문을 여니 곧바로 뒤뜰이고 저만치 앞은 텃밭이다. 학생들이 고구마를 심어둔 66㎡ 남짓 텃밭에 고랑이 파여 있고 텃밭 철그물망에는 아이들이 만든 세월호 노란 리본 수백 개가 걸려 바람에 흔들린다. 드나드는 이 문의 한쪽 벽에는 세면대를 걸어뒀다.
학교 정문 쪽 느티나무 공간은 앞으로 큰 숲을 조성해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바꿀 예정이다. 학부모들은 5월에 운동장의 도로 쪽 경계에 장미 수백 그루를 심어 꽃담장을 만들기로 했다. 수업과 결합된 ‘그린’ 활동을 보면 일주일에 1시간 정도 1~2학년은 학교 옆 서학예술마을에 가서 뜨개질·조각·미술·한지·도예 등을 체험하고 3~4학년은 전주천 변에 가서 생태환경 교육을, 5~6학년은 한옥마을과 지역 문화재 탐방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나치게 디지털 쪽으로만 치우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녹색생태 교육과 디지털이 융합된 혁신 공간으로 학교를 바꾸고 있지요.”
디지털에다 전주한옥마을, 서학예술마을이라는 지역 전통과 특색을 교육활동에 활용하고 접목한 요컨대 ‘복합 교실·학교’다. 이 교장은 “공간이 새롭고 아늑하게 바뀌니 아이들과 선생님들도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교실 수업과 학습도 새롭고 활기차게 미래교육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계완 기자

전주교대전주부설초등학교 6학년 교실

학생·교사·학부모가 만드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교육부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일환으로 2019년부터 시행 중인 ‘학교공간혁신사업’은 학생·교사·학부모가 적극적으로 학교 공간 재구조화에 민주적으로 참여해 설계하는 학교 건축·공간 프로젝트다. 미래교육 요구에 대응해 학교 공간을 더욱 즐겁고 살아 있는 장소로 만든다는 취지다. 전주교육대전주부설초등학교는 2019년 사업 신청 계획서를 내고 전국 국립초등학교 중에서 최초로 선정돼 2020년 공간혁신사업 작업이 이뤄졌다. 교육부와 과학창의재단에서 총 5억 원가량을 지원받았다.
특히 전주만의 지역적 특성을 교실 디자인에 반영해 한옥마을·전주향교·서학예술촌 등 사회 기반 시설을 학교 공간과 교육활동에 활용하는 ‘복합화’를 구현했다. 미래형 학교 모델을 제시하고 지역사회 특성을 반영한 사람 중심의 공간을 창조했다.
특히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주도해 교실 공간을 확 바꾸는 쪽으로 설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학교시설 개선사업과 크게 다르다. 천편일률적인 일자형 복도식 구조가 아니라 공간을 학생에게 맞추는 것이 곧 ‘혁신’으로,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도 교육적 효과가 있다. 기존의 학교 공간 혁신은 주로 남아도는 교실에 한정돼 학생들의 놀이나 쉼에 관심을 뒀지만 미래학교는 교실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소통·창의·협동·비판적 사고 역량을 길러낼 수 있는 배움의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학생·교사·학부모들이 저마다 바라는 학교·수업·공간 구성에 대한 생각을 수차례에 걸쳐 나누고 제안했고 이렇게 모인 의견을 바탕으로 건축사가 설계에 나섰다. 지금 6학년들이 쓰는 교실·복도 공간은 2020년 자신들이 요구한 것으로 5학년 때 공간 혁신 작업에 참여해 의견을 제출한 것이 설계에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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