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찌빠!

2021.05.17 최신호 보기


추억의 편 가르기 용어
요즘 놀이터가 북적입니다. 학교 끝나고 맘 편히 놀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아쉬움에 집 앞 놀이터에 모이지 싶은데요. 마스크 넘어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반갑습니다.
“팀을 나누자. 데덴~찌!”
데덴찌라니… 요즘도 이런 용어를 쓰는구나, 또 한 번 반갑습니다.
데덴찌는 어릴 적 편을 가를 때 외치던 구호인데요. 손바닥이나 손등 중 같은 것을 내민 사람끼리 같은 편이 되죠. 그런데 지역마다 달리 불린 걸 알 리 없는 어린 시절이기에 성인이 된 후 전국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 자기가 맞다고 티격태격하기도 한다는데요. 추억의 편 가르기, 여러분은 뭐라고 하셨나요?

데덴찌
편 가르기 용어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모두 다른 데다 한 지역에서도 여러 개로 나뉘기도 하는데요. 서울에선 ‘데덴찌’뿐만 아니라 ‘뒤집어라 엎어라’도 많이 쓰였습니다. 인천은 ‘엎어라 뒤집어라 한판’, 부산은 ‘젠디, 덴디, 묵찌’, 충북은 ‘앞뒤뽕’, 충주는 ‘하늘 하늘 하늘 땅’, 광주는 ‘편뽑기 편뽑기 장끼세요 알코르세요’, 강원도는 ‘하늘이 땅’이라고 합니다. 제주같이 ‘하늘과 땅이다. 일러도 모르기 이번엔 진짜 이번엔 가짜 못 먹어도 소용없기’ 등 다른 지역보다 긴 구호를 외치는 곳도 있습니다. 친근한 우리말도 있지만 사투리인지 외래어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말도 보입니다.
데덴찌는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手天地(수천지)’로 데(手)가 손이고 덴치(天地)가 하늘땅, 아래위를 거꾸로 하는 일로 ‘손을 아래위로 거꾸로 하는 일’이어서 데덴찌가 됐다는 겁니다. 사전을 통해서도 어원이 일본어임을 알 수 있는데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덴치는 ‘놀이를 할 때 편을 가르거나 짝을 정할 때 쓰는 말이다. 손바닥과 손등을 내밀 때 ‘덴치(天地)’라는 말을 한다. 이는 손바닥과 손등 곧 위아래를 가리키는 말이며 인쇄 용어로도 쓰인다’고 적혀 있습니다.

묵찌빠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찌빠!” 역시 편 가르기 용어 하면 떠오르는 구호인데요. ‘감자에 싹이 나서~’ 그 다음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불렀습니다.
서울은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찌빠!’, 인천은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먹고먹고 쏭~ 하나빼기!’, 전라도는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싹싹싹!! 가위바위보’, 강릉은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되어 꽃이 피어 워야워야 워이!!’, 청주는 ‘감자에 싹이 나서 이파리에 헤이만보! 하나빼기~’ 평택은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훠이훠이훠이 하나빼기!’ 등 모두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데요.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닷컴에 따르면 ‘감자가(에) 싹이 나서’는 가위바위보를 연습시키기 위한 노래였다는데요. 지역에 따라 뒷부분을 달리 부르면서 이같이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그 지역에서만 쓰는 어휘들이 포함된 놀이 용어가 시간이 지나면서 고정돼 전국적인 차이가 생겼다고 말하는데요.
그럼 ‘묵찌빠’는 어디서 유래됐을까요? 일본, 중국 등 여러 어원이 있는데요. 그중 영어권에서 사용된 말로 바위(rock) 가위(scissors) 보(paper)에서 나왔는데 일본어로 바위는 구, 가위는 조끼, 종이는 빠로 발음됐다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넘어와서 묵찌빠로 바뀌었는데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묵찌빠를 찾아보면 ‘가위바위보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묵은 바위에, 찌는 가위에, 빠는 보에 해당한다’로 적혀 있습니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즐기는 놀이인데 그 모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코끼리·인간·개미가, 미얀마에서는 지휘관·병졸·범(虎)이, 영국에서는 돌·종이·가위가, 베트남에서는 망치·못·종이가 등장합니다.
그중 중국의 광둥 지방이나 말레이시아에서는 특이하게도 가위바위보를 5가지로 구성했는데요. 광둥에서는 신·닭·철포·여우·흰개미로, 말레이시아에서는 새·돌·권총·널빤지·물로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가위바위보 놀이는 3가지로 구성돼 있고 절대적으로 이기거나 지는 것 없이 서로 맞물려 있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공평한 결과를 얻고 싶어 하는 욕구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지역민이 아니고선 도통 알 수 없는 그 시대 그 지역의 말, 문득 그 시절이 그립진 않으신가요? 오랜만에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난날 동심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백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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